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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5 16:04
예전에 바칼로레아 입시문제가 흥미로워서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윤리 부문이었나.. '진리가 우리 마음을 어렵게 하면 대신 환상을 좇아도 되는가?' 라는 주제가 참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15/05/15 16:13
그렇네요:-) 사실 이 물음에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라는 가치판단이 가능할까요? 저도 종종 생각해보는 문제인데, 참 그때 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15/05/15 16:17
개인적으로 철학부분은 스페인의 Selectividad 문제들이 훨신 좋은 것 같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철학의 역사를 배우는 과목이 대입 필수입니다. 근래에는 데카르트의 제1철학에 관한 성찰이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답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었네요.
바칼로레아 철학은 말 그대로 공부를 안해도 되는 문제들이고, 결국 입시에도 실질적 영향이 없기에 한국의 '도덕' 과목보다 낫다고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집중을 받는 이유가 상당히 미스터리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도덕교과도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을 상당히 던지곤 하거든요. 번외로 프랑스 고등학교 문과는 상상 이상으로 상태가 안좋아서, 주요 법대 신입생의 숫자를 보면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15/05/15 16:36
달과별님께서 이쪽 계열을 잘 아시는 분 같아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
Selectividad을 준비 했던 바로는, 철학 문제는 지정된 철학가들(Platon Aristoteles Sant agustin Santo tomas descartes hume kant Marx Nitze Ortega) 내에서만 출제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Selectividad은 '공부'를 해야 풀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됩니다만, 결국엔 학원에서 주입식(이라 말하고 겉핥기라고 읽습니다)으로 가르치게 되더라구요. 물론 그도 그대로 좋은 의미의 문제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요구로 하는 순수철학쪽이 좀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구요! 여담이지만, 스페인에 거주중인 지인의 말로는 곧 Selectividad이 없어질거라고 하더군요. 안타깝습니다.
15/05/15 21:49
철학과 출신입니다. 고등학생에게 많은 걸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교육쪽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철학사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고서 철학적 사유를 한다는 건 환상에 가깝습니다.
저더러 한국 철학 교육과정을 짜라고 한다면 스페인의 경우처럼 짤 것 같아요.
15/05/15 18:19
프랑스의 문과는 거의 classe poubelle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죠 ㅠㅠㅠㅠ
classe는 뭐 척 보면 아실 거고, poubelle은 쓰레기라는 뜻입니다.
15/05/15 16:18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 같네요.
물론 저라면 어려운 진리를 좇을 것 같긴 합니다. 환상이 환상이란걸 알았을때 전부 지금까지 따라간 게 무의미하지만 어쨌든 어려운 진리는 어떻게든 엿보면 그건 리얼이라고 생각해서요. 크쿠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는 참 한국 고등학생이라면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싶은 철학 질문이 많더라고요..
15/05/15 16:43
이쯤되면 한국보다 입시가 더 복잡하네요 걍 전부 편준화라 뺑뺑이로 가는줄 알았는데
한국은 사실 심플하자나요 의치한이랑 카포 제외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모 이런식으로 줄을 세우니
15/05/15 16:51
프랑스도 한국처럼 줄을 세웁니다만 줄이 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최상위권 학교의 신입생수가 500명 내외니까요.
덕분에 한국 기준 연고서성한급 학생들이 듣보(?)에 다니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요. 대학입시 관심이 엄청난 한국의 일반인들도 10~15개 학교 말고는 빠삭하게 알고 있지는 않죠.
15/05/15 18:07
다 안다고 봅니다 어쨋튼 수능 학력고사를 전 국민이 거쳤고 저 서열은 한번도 깨진적이 없고 그 수험생이 부모가 되고 다시 자녀를 키울때 저 기준대로 대학입시를 강요하니까요
결정적으로 취업컷이라 모르는게 더 이상하죠 예전 학력고사 세대와 바뀐거 하나는 지거국 비중이 낮아진거 하나입니다
15/05/16 02:54
학력고사 세대까지는 지거국이 중경외시랑 동급이거나 더 높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졌죠. 격세지감입니다.
15/05/15 16:44
대학원에서 같은 연구실에 속해 일하던 프랑스 친구의 이력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학력을 Lycee Louis le Grand라는 고등학교부터 적길래 어딘지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1550년에 설립된 학교라고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 고등학교 출신이 드가 보델레르 사르트르 베퀴렐 푸앙카레등 과학 예술 총망라한 올스타더라구요.이 친구는 ENS을 졸업하고 대학원은 다른 나라로 진학했는데, 본문에서 말씀하신대로 그랑제꼴은 마치 미국의 리버럴아츠같은 학부 위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학부생에게도 장학금도 제공되는등 특혜도 있다고 하네요. 제가 프랑스의 교육제도에서 받은 인상은 소수정예의 엘리트를 양성하는데 특화된 부분이 많은 듯 했습니다.
15/05/15 18:22
Lycee Louis le Grand, Henri IV 이런 곳은 최고의 고등학교입니다. 이곳의 prepa는 엄청난 그랑제꼴 합격률을 자랑하죠.
그래서 이들같은 명문 prepa는 입학이 무지 까다롭습니다. 아마 그 친구가 적은 루이 르그랑은 준비반 과정일 가능성이 크고요, 준비반 부터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 취급밥습니다.
15/05/15 16:49
우리나라에서 바칼로레아 문제나 평등한 대학 시스템을 부러워 하는걸 프랑스인들이 보면
마치 우리가 한국교육을 칭찬하던 오바마를 보는 것과 같은 시선이 될 것 같습니다. '쟤네 머래니..'
15/05/15 17:51
잘 읽었습니다. 프랑스 그러면 그냥 대학평준화의 천국같이 묘사한 글들이 많았는데 역시 실상은 좀 다르군요. 이런 글 보러 pgr에 옵니다.
15/05/15 17:55
음... 대학교와 그랑제콜의 구분부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럼 그랑제콜과 '대학교' 모두 학사 학위 위주로 가르치는 학교인건가요?
그랑제콜의 박사학위 대부분이 파리대학과 공동학위로 진행되는거라면, 그랑제콜을 통해서 박사학위를 하는 메리트는 무엇이 있나요? 또 한가지, vice versa로 파리대학 소속 박사학생이 그랑제콜과 공동학위도 받을 수 있는건가요?
15/05/15 19:23
엄격한 구분은 그냥 안하고 넘어가시는게 좋습니다.
첫번째로 수여하는 학위가 석사학위로 인정되면 그랑제콜이라고 보시거나, 그냥 아예 명성이 높은 학교를 그랑제콜이라고 이해하시는게 편합니다. 프랑스 현지인들도 시앙스포가 그랑제콜 아닌걸 잘 모릅니다. 그랑제콜은 전공교육보다도 실무위주로 골고루 교육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공부분은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다지고 왔다고 감안하기 때문입니다.
15/05/15 19:33
이건 반을 나누기가 귀찮은 프랑스 교육부 탓도 있습니다. 이공계 전공 모두가 뭉뚱그려 비슷한 레벨의 수학을 공부해야만 하다 보니 수학과 기준으로 맞추어진게 있죠. 위상수학, 현대대수가 그랑제콜 준비반의 꽃입니다. 한국 고등학교 수학 문제가 어려운 이유처럼, 꼬인 위상수학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정도 레벨 수학을 입시수준으로 공부해야하는 나라는 거의 없죠. 공대생이 해내야 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되고요. 프랑스인들은 상기 이유로 필즈메달 수상자가 많이 배출되는 토양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15/05/15 18:22
그나마 문과의 위상이 살아있는 곳이 유럽이라고 대강 생각했는데, 유럽에서도 문과가 찬밥신세라는 건 좀 의외네요. 잘 봤습니다.
15/05/15 19:08
의대 입학은 비교적 쉽습니다만 1학년 말 시험이 극도로 어렵답니다.
약 90퍼센트가 유급을 하게 되고 결국은 학교를 옮기게 된다고 하더군요.
15/05/15 19:11
90퍼센트가 유급이라면, 사실상 본고사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요?(...)
어쨌든 산술적으로 따지면 대충 그랑제꼴 비스무리하겠네요..
15/05/15 19:38
한국의 SKY 정원에 해당되는 대학의 숫자만 30여개가 되니 복잡해보이는게 가중이 됩니다. 프랑스인도, 전세계인도 모두 어려워합니다.
15/05/15 19:07
Ponts가 빠졌네요, 쌍트랄이나 Mines이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박사학위는 딱히 유니버시테를 그랑제꼴보다 선호하는 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교수따라 가는 느낌이라.
박사학위는 최근 파리텍을 없애고 Universite Paris-Saclay를 만들면서 박사학위는 올해 9월 졸업자부터는 폴리테크닉이나 ENSTA 등등 에서 박사를 해도 파리 사클레 대학 이름앞으로 학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파리텍과는 다르게 파리 사클레에 포함된 대학들이 팔레조에 있는 폴리테크닉 캠퍼스로 모여들거라서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15/05/15 21:53
제가 알기로는 프랑스는 엘리트주의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프랑스의 행정제도를 배울때도 '그랑제콜'이 언급되었거든요. 그리고 인터넷 하면서 들었던 사실이 1. '프랑스도 어렸을 때부터 과외나 학원을 다니며 미리미리 그랑제콜에 준비한다.' 와 포스트박과 준비반인지는 모르겠으나 2. '과를 선택해 공부하던 도중 유급이나 낙오(?)를 하면 다신 그 학과에 지원하지 못한다', 3 '그랑제콜에서 졸업하려면 한 번도 유급해서는 안된다.' 4. '대학입학문은 열렸으니 진학(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가는 것)은 쉽지않다' 인데 제가 잘 알고 있는지 잘못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ebs 지식채널에서 보던 것처럼 마냥 천국은 아니었거든요.
글로보면 스위스 대학때문에 자기네 교육제도의 의심이 생긴 프랑스이군요.
15/05/16 10:43
중간에 유급이나 낙오해도 재지원이 가능합니다. :)
그랑제콜은 2번 전형, 즉 준비반을 통해서 입학하면 졸업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대학입학 후 학년진급이 어렵다는건 반정도 맞는 말입니다. 다만 준비반 전형을 통해 입학하는 그랑제콜들은 졸업률이 높습니다. 프랑스 그 어디에서도 졸업률이 낮은 평준화국립대학교를, 준비반을 통해 진학하고 졸업률이 높은 그랑제콜 위에 놓지 않습니다. 반면 졸업률이 낮은 해외대학(대표적으로 스위스의 로잔연방공대)은 인정을 해준다는게 아이러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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