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5/03 02:23:53
Name Cliffhanger
Subject [일반] 만화 같았던 2007년 고시엔 결승전
2007년 여름 고시엔, 사가키타 고교가 사가현 대표로 출전한다. 그런데 이 사가키타 고등학교는 야구 장학생이니 뭐니 일체 없는 공립고교로서, 감독은 야구 좋아하는 학교 국어교사였으며, 그라운드는 축구부와 공유하고,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야간 훈련 금지, 시험 일주일 전에는 부활동 전면 금지라는 열악한 상황이었고, 주전들의 평균 키도 170cm 이하였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야구소년들만이 모인 이런 열악한 팀이 고시엔에 올라와서 1회전에서 승리를 거두자 너무 감격한 주장이 "이것만으로도 위대한 업적. 2승은 기대 안해."라고 공개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가키타 고교는 포기 선언까지 해놓고도 이후 프로 지망생들로 점철된 명문 사립고교들을 연파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8강전 테이쿄 고교와의 13회 연장 혈투는 고시엔 역사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명승부. 여기서 사가키타의 투수 쿠보 타카히로는 연장전에서 테이쿄의 스퀴즈번트를 두 번이나 글러브 토스로 막아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테이쿄 고교는 동도쿄 최고의 야구 명문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2006년 대회에서 치벤 와카야마에게 역사적인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이번엔 동아리 수준의 사가키타에게까지 분패하며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이하는 사가키타 고교의 결승까지의 전적.
*1회전: vs. 후쿠이 상고 3:1승
*2회전: vs. 우치야마다 상고 연장 15회 4:4 무승부 (고시엔 역대 5번째 연장 15회 무승부였다)
*2회전 재시합: vs. 우치야마다 상고 9:1 승
*16강: vs. 마에바시 상고 5:2 승
*8강: vs. 테이쿄 고교 연장 13회 4:3 승(도쿄동부 최고야구명문고)
*4강: vs. 나가사키 니치다이 고교 3:0 승

당시 결승전 영상 이후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히로시마의 야구명문 고등학교 코료 고등학교. 다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배출한 고시엔 단골 출전 고교였다.

여기에 결승 선발 투수는 2012년 일본프로야구 신인왕 노무라 유스케(현 히로시마 도요 카프), 주전 포수는 2013년 NPB 신인드래프트 1위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지명된 고바야시 세이지. 그저 야구가 좋아서 모였던 사가키타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고교급 황금배터리였다.


사가키타 고교는 경기내내 노무라에게 7회까지 1안타로 압살당하며 0-4로 끌려가고 있었으나, 8회 말에 3번타자 소에지마 히로시의 고시엔 사상 최초의 결승전 역전 만루홈런을 포함해 5점을 몰아치며 5:4로 대역전승했다. 일명 고시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승.

샤다라빠는 레진코믹스에 연재한 고시엔 만화에서 2007년 결승전을 "고시엔에 모인 모든 야구팬의 꿈을 이뤄준 기적" 아다치 미츠루가 그런 걸 그렸어도 욕먹었을 것이라고 찬양했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야구소년들이었던 사가키타 고교선수들은 그 누구도 프로구단이나 대학 야구부에 지명받지 못했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드라마틱한 돌풍이었다.

또한 사가키타 고교는 결승까지 무려 7경기 73이닝을 소화, 역대 고시엔 최다이닝 신기록까지 세우고 말았다.

당시 사가키타 고교가 쿠보 타카히로-바바 마사후미의 두 투수를 현란하게 로테이션시키면서 최다이닝신기록까지 수립하며 우승한 것은 절대적인 에이스에 의존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일본 고교야구의 풍조에도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출처: 알싸, 나무위키(https://namu.wiki/w/%EA%B3%A0%EC%8B%9C%EC%97%94#s-3.10.8)

------------------------------------------------------------------------
최근 돌풍의 주역인 한화로 야구 세계에 발을 적시게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글을 보면서 '사가키타의 기적'이라는 본문 글을 보고 왠지 모르게 한화가 떠오르더군요 크

사실 많은 부분 차이가 있지만, 야구를 모르는 저 같은 일반인부터 하드한 야구팬까지 끌어들이는 배경엔

비슷한 매력이 있지 않나 싶어요.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만년 꼴찌들이 의기투합해서 승리하는! 이게 남녀노소 불문하고 피를 끓게 하죠.

언제까지 드라마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즐겨보려구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5/03 02:34
수정 아이콘
아무리 전력차가 커도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분위기에 따라 멘탈이 훅 나가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힘의 200%를 발휘하기도 해서 예상외의 시합이 연출되는게 고교야구의 매력인거 같습니다. 특히 일본은 고교야구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미래의 스타들을 일찌감치 각인시켜 프로야구까지 이어지게 하는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있는게 부러우면서도 우리나라도 야구계에서 고교야구 인기모색에 여러모로 연구했으면 싶더군요.
Meridian
15/05/03 02:48
수정 아이콘
2007년 고시엔 결승 저 역전만루홈런때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의외로 논란이 있더군요.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스트라이크를 굉장히 안잡아줘서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그게 만루홈런이 됐다는 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결승진출, 그리고 우승은 사가키타의 저력이었고, 기적이었죠. 크크크 저 우승의 주역들중 프로로 간 사람은 아무도없다고 알고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다고 크크크
15/05/03 03:52
수정 아이콘
그 경기 라이브중계 시청했는데요, 8회말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나오는 공에 대해 판정시비가 있긴 했는데 (저도 스트라이크라고 봤습니다) 그 경기 내내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오락가락하긴 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편파판정 논란을 별로 진지하게 취급하진 않더라고요.

당시 두 학교의 전력차를 생각하면 (레알 마드리드 vs 위건 정도?) 사실 저기서 편파판정으로 1점 내줘봤자 역전확률은 0에 가까웠습니다. 아마 타자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루홈런이 터져나온 덕택에 모든 것이 뒤바뀌긴 했지만요.
15/05/03 04:07
수정 아이콘
근데 H2같은 만화들을 보면 고시엔 우승하는 팀은 무슨 괴물들만 우글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사가키타같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고시엔 우승급 팀에서 프로가 배출되지 않는 것은 의외로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하물며 그냥 평범한 야구동아리였던 사가키타였다면 그 확률은 0에 가깝죠. (대신 대학야구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는 두세명 정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한국 고교야구는 대략 몇십 개 정도의 학교에 전국의 모든 재능을 결집하다보니 광주일고나 천안북일고같은 명문교라면 꽤 자주 프로를 배출합니다만, 일본은 수백 수천개 학교로 분산되는 바람에 아무리 강력한 학교라고 해도 프로배출은 1년에 1명이라도 하면 무지막지한 위업입니다.
Meridian
15/05/03 08:52
수정 아이콘
일본의 고교야구풀은 정말 부럽습니다ㅠㅠ
Arkhipelag
15/05/03 07:25
수정 아이콘
사가키타 선수들 중에 프로로 간 선수는 물론 없습니다만, 고시엔 끝나고 다들 바로 평범한 선수로 돌아간 건 아닙니다.
역사에 회자될 저 만루홈런을 쳤던 소에지마는 후쿠오카에서 대학 리그 홈런왕도 먹었었고(지금은 사가 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 사가키타의 에이스였던 쿠보는 츠쿠바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야구를 했었고 사회인야구(우리나라의 사회인야구랑은 다르고 오히려 실업야구에 가깝죠.)까지 하다가 작년에서야 야구 포기하고 대학원으로 갔고요. 포수였던 이치마루만 도시바에서 사회인야구 하는 중.
Meridian
15/05/03 08:53
수정 아이콘
사회인야구가 제가알던 사회인야구와는 다른것이었군요 크크 전 그냥 취미활동같은건줄 알았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키스도사
15/05/03 15:21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w/%EC%9D%BC%EB%B3%B8%EC%9D%98%20%EC%82%AC%ED%9A%8C%EC%9D%B8%EC%95%BC%EA%B5%AC

사전적 정의의 사회인 야구는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야구경기"를 뜻한다. 대한민국이나 대만에서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야구경기"를 의미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리그뿐 아니라, 일본야구연맹에 소속되어있고 기업에 관리를 받으며 운영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리그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일본야구계가 아시안게임에 내보내는 선수들은 명문 고교,대학 출신이며 기업팀에 소속되어있는 야구 선수들이다.

라고 하네요 크크
Cliffhanger
15/05/03 12:03
수정 아이콘
영상 보니까 밀어내기 볼에서 논란이 생길만했군요 크크. 투수 표정이 이게 볼? 진짜? 느낌 입니다 . 아마 여기서 볼이 나오면서 멘탈이 흔들린게 바로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원인 아닐까싶네요.
눈뜬세르피코
15/05/03 02:57
수정 아이콘
이게 그 320명 학교의 우승이죠?
개인적으론 비극이 더 와닿더군요. 1998년인가, 고시엔 결승에서의 마지막 보크를 한 투수가 있었죠. 보크인지 뭔지도 모르고 멍~해가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팍! 정신차리고 무릎 꿇고 우는데 감정이입이...ㅠㅠ
나중에 막 일웹 뒤져보는데 2007년에 이 사람(일반인입니다)을 다시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더군요 크크.
15/05/03 03:57
수정 아이콘
일명 끝내기 보크 사건은 1998년 결승이 아니라 본선 2회전 우베 상고 vs 토요타 오오타니 고교입니다. 결승은 그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전설의 시합이었죠.

http://pann.nate.com/video/73324559

(끝내기 보크 영상 링크합니다.) 연장 15회 말에 고의사구 던지다가 멈칫하는 바람에 보크가 선언되었지요.
눈뜬세르피코
15/05/03 14:15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흐흐 감사합니다.
Arkhipelag
15/05/03 07:07
수정 아이콘
노무라가 2012년 세리그 신인왕까지 타고 참 좋은 선수인데 저 한방으로 인해 아마 은퇴 때까지 허용투수(...)로 남을 듯.
여담으로 저기서 만루홈런을 친 소에지마는 지금 사가 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15/05/03 11:47
수정 아이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고시엔으로 대표되는 고교야구대회가
저렇게 국가적인 행사이자 하나의 문화이이콘인게 정말 부럽습니다.
덕분에 한신은 죽음의 원정을...
saintkay
15/05/04 18:42
수정 아이콘
죽음의 원정은 사라졌습니다.
한신이 고시엔 기간에는 (긴테쓰가 오릭스와 합병되면서 제2구장이 된) 교세라 돔을 쓰기 때문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963 [일반] 문재인이 이번엔 역으로 가네요. [99] 삭제됨13143 15/05/04 13143 0
57962 [일반] 창문 열리던 기차의 추억 [33] 짱구11176 15/05/04 11176 3
57961 [일반] 양상문 감독님.. "독한야구" 보여주신다면서요.. [110] iloveus10470 15/05/04 10470 0
57960 [일반] 해외 공연 투어 수익 TOP 20 [9] 비타에듀9417 15/05/04 9417 0
57959 [일반] [야구] 2015년 프로야구 현재까지 시청률 탑 15 [8] 천재의눈물5414 15/05/04 5414 2
57958 [일반] [KBO] 어린이날 잠실더비 직관을 하루 앞두고.... [25] SKY924796 15/05/04 4796 2
5795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시즌 1호 솔로 홈런) [11] 김치찌개5632 15/05/04 5632 0
57954 [일반] PC 뮤직에 대해 [7] 분리수거6636 15/05/04 6636 2
57953 [일반] [해축] 14-15 EPL 첼시 우승 [50] SKY928423 15/05/03 8423 0
57952 [일반] 1 [56] 삭제됨46570 15/05/03 46570 3
57951 [일반] 야권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정말 힘들다는 계산입니다 [102] 삭제됨9730 15/05/03 9730 0
57949 [일반] 새누리당 상대로 누가 가장 경쟁력 있을까요? [90] 삭제됨7488 15/05/03 7488 0
57948 [일반] AS: 맥쿼리인프라 주주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5] 기아트윈스14342 15/05/03 14342 0
57947 [일반] 사카모토 마아야 20주년 콘서트 관람 후기 [20] 랜덤여신8055 15/05/03 8055 2
57946 [일반] 오늘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점수표와 펀치기록(?)입니다 [49] 하얀마녀13568 15/05/03 13568 2
57945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2호 3점 홈런) [5] 김치찌개4877 15/05/03 4877 1
57944 [일반] 역대 프로복싱 시합 PPV 판매량 Top10 [11] 김치찌개7597 15/05/03 7597 1
57942 [일반]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세기의대결 승자는 메이웨더네요 [193] 발롱도르14629 15/05/03 14629 1
57941 [일반] 1 [55] 삭제됨8867 15/05/03 8867 0
57940 [일반] [회원 참여 공지] pgr21에서 금지할 비속어 및 우회비어 예시 [162] Timeless11140 15/04/29 11140 9
57938 [일반] 베스트 셀러 오브 오페라 (톱텐)..... [16] 표절작곡가5849 15/05/03 5849 3
57937 [일반] 딥 러닝의 최근 성과들 #1 [10] azurespace10963 15/05/03 10963 5
57936 [일반] 만화 같았던 2007년 고시엔 결승전 [15] Cliffhanger11622 15/05/03 11622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