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AG Cook을 비롯한 PC뮤직의 일원들이 컴필레이션을 발매했다는 소식이죠.
PC뮤직은 작년부터 꽤 화제가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던 장르였는데 백문이 불여일청이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음악이 톰 요크나 호러스, FKA 트윅스등이 소속된 XL레코딩에서 나왔습니다.
블로거중 꽤 유명한 독설가였던 Needledrop은 이건 단지 Chipmunk들의 저질 팝이라고 깎아내렸죠. 이건 단지 피치만 잔뜩 올려서 아이들 만화에나 넣을법한 지극히 장난스러운 음악에 불과하다고 속된말로 '씹었습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그 의견이 꽤 오랫동안 탑이었는데 지금은 일단 내려간 모양입니다만 PC 뮤직은 이처럼 이게 음악이기는 할까 싶을 경계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당황하게 합니다.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음악을 보통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어떤 분은 블랙메탈을, 또 어떤 분은 드론이나 극단적인 일본 노이즈같은 처음 들으면 고막에 테러를 당해 헤드셋과 함께 던져버리기에 십상인 그런 음악들을 상상하실껍니다.
하지만 PC뮤직을 접했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은 '에이 이거 완전 애들용 음악이잖아.' '일본 애니음악 아닌가요 이거?' 같은 반응들을 보입니다.
분명 팝의 형태를 취한 음악임에도 극단적인 귀여움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거부하려 든다는 거죠.
PC뮤직이라 칭할 수 있는 음악의 시작은 영국의 AG Cook이라는 인물입니다. 자세한 인적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네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 평범한 청년이었죠. 그는 꾸준히 알려진 음악들을 자기식대로 리믹스해 꾸준히 무료로 배포해왔고 우리나라에 내한온적도 있는 How to Dress Well의 음악을 리믹스하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이지만 How to Dress Well은 하필 구정 당일에 내한을 와서 많은 사람들이 난감해했죠.
원곡
앞서 말했듯 이들의 인적사항은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AG Cook의 음악에 피쳐링을 해주는 한나 다이아몬드를 빼면 얼굴은 알려져있지 않고, 앞서 데뷔한 SOPHIE의 레이블인 Numbers.가 글래스고의 지역 레이블이니 글래스고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정도죠. 그리고 가끔 Boiler Room 같은 유튜브 방송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정도겠습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는건 헬륨을 잔뜩 빨아먹은듯한 극단적 보컬, 강렬한 백드럼, 벌써 유행이 다 빨려나간 베이퍼 웨이브, 케이팝이나 제이팝에서 따온 레퍼런스, 보컬로이드 등등 기존의 서구음악에서는 볼 수 없던, 아니 행하려 하지 않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평론가들은 이들의 음악에 대해서 어째서 이리도 귀여움을 추구하는가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한 평론가는 이에 대해 기존의 비주류 음악들이 굉장히 침잠하고 우울을 표현한 것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지적합니다. 딥 하우스, 덥스텝 등 한때 주류 음악마저 기웃거리던 음악들은 우울함, 다르게 말하면 있는 폼 없는 폼 한껏 끌어모아서 가오를 잡고있었죠. 하지만 정작 이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마저 '왜 이런 걸 만들지?' 싶을정도로 근미래적이며 교훈과는 거리가 먼 도전적인 음악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잠시 예를 들은 베이퍼웨이브의 경우 텀블러를 중심으로 8~90년대 일본 음악이나 영상들을 짜집기하던 사람들이 우연히 시작한 음악 장르였습니다. 물론 샘플클리어도 않은 짜집기에 가까운 표절곡이다 라는 비판과 함께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이 지나며 이글을 쓰는 지금은 다시 비주류로 내려갔습니다만, 영미권의 뮤지션들은 꾸준히 스스로의 틀을 깰 도전적인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PC 뮤직 역시 그 기묘한 도전의 일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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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mister lies 류의 칠웨이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본문에 언급된 대로 기존에 유행했었던 덥스텝, 트립합 등의 음악이 그 특유의 우울함을 표방하고 있었다는 점에 극히 동의합니다. 베이포 웨이브가 음악 자체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하나의 장르로도 인정받았던 것처럼 이러한 비주류의 움직임이 인디음악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