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카톡을 보낸 지 15분이 지났지만 4명 모두 아직 답장이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 오늘은.
나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1층 카페 테라스에 홀로 앉아
이 햇살에 이 거리에
취해 있다.
지나는 사람들 얼굴 좀 봐. 다들 하나같이 얼굴에 봄빛이 물들어 있어.
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너무 서정적이고 고급스러워서 전율이 살짝 일었다.
사실 이 나이의 아저씨가 이런 멋진 시상을 떠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따 저녁 페이스북에 이 멋진 감성을 기록해야겠다.
다들 좋아요 누르느라 난리 나겠지. 누가 먼저 누를까 경쟁도 할거야.
지금까지 좋아요 최고 기록은 6개 인데 어쩌면 그 벽마저 넘어설지 모르겠다.
이러다 페북 스타되면 골치 아파 질 텐데… 그냥 올리지 말까?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아뿔싸!
페북에 내 멋진 감성을 적으려면 카페라떼 사진이 필수인데 그만 다 마셔버렸다.
나는 먼산을 보는 척하다 옆 테이블 아가씨가 시럽을 가지러 간 사이에
재빨리 그녀의 커피 사진을 찍었다.
허둥대는 건 나답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도 난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오늘 이 오후.
높은 하늘에서 맥주거품마냥 흘러 넘치는 봄 볕. 바로 너처럼.
사무실에 돌아오니 직원들이 다들 나자빠져있다.
거꾸로 메달아 목덜미를 깨물고 싶지만 난 그런 잔인한 보스가 아니다.
못 본 척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신입 여직원이 눈에 띈다.
열정 따위 없는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하스스톤을 하고 있다.
빛이 저 여직원을 태웠으면 좋겠다.
법사네? 뒤에서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자니 참으로 가관이다.
거울상을 왜 지금 써!
와 진짜 노답이네… 어떻게 이렇게 못할 수가…
투기장 1승 3패. 그래 놓고 카드팩 하나는 얻었다며 좋아하고 앉아 있다.
즐겜 마인드야 좋기는 한데 그래도 게임을 했으면 이기고자 하는 야망이 있어야지.
그렇게 물러 터져서는 결코 발전할 수가 없다.
나는 참지 못하고 한 수 가르쳐주기 위해 뒤쪽 자리에 앉았다.
사적덱이라고 알랑가 몰라. 구경도 못해 봤을 거다. 후후
또 화염구가 내 명치를 때렸다.
나는 씩씩거리다 벌떡 일어났다.
첫 판 졌을 땐 그냥 웃으면서 칭찬해 줬는데 또 지니까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아이고 또 졌네 하하하하 하면서 웃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사무실은 정적에 휩싸였고
나는 고추장 같은 얼굴과 넘치기 직전까지 차오른 눈물을 숨기기 위해 말없이 밖으로 나왔다.
박사 붐을 왜 못 잡았을까
대체 나이런사냥꾼이야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아.. 법사 사기.. 꽁꽁로봇 사기..
이런 운빨 망겜 같으니! 이러니 블리자드가 망하지!
이러니 디아3도 망하고 와우도 망하고 가정이 무너지고!!
스타2는 아직 안나왔나? 암튼 언제 나올진 모르지만 그것도 망할 거다!
이젠 정말 로우바둑이 뿐이야!!
이윽고 나는 냉정을 찾았다. 얼음장, 아니 얼음창처럼 차가워졌다. 반댄가? 아무튼..
정말 싫지만 그래도 어른답게 나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앉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여직원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자연스러웠다.
다른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 빨리 내방으로 들어가야지.
여직원이 애교를 부리며 한 판만 더 하자고 한다.
이 색기가!? 가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가까스로 누르고 나니 이제야 분위기 파악이 된다.
선배 직원들이 내가 나간 사이에 신입 여직원 예절교육을 실시한 모양이다.
이런 식의 조직문화는 정말 혐오스럽다.
모든 직원과 나는 평등하다. 위 아래 같은 개념, 우리 사무실엔 없다.
내가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우리 모두는 한 팀이고 평등해! 우린 한 가족이야!
그런데 지금 이것이 무슨 작태인가?
마치 접대 골프를 치듯 나에게 하스스톤을 져주기라고 하려는 건가?
이 사람들 정말 사람 잘못 봤다. 난 그런 인간말종이 아니다.
실망스럽다. 이 신입 여직원은 정당하게 승리해놓고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
이런 식의 조직문화, 뿌리부터 뽑아버려야 한다.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 번은.
이 짜릿한 승리의 맛!
그래! 이 맛이야!!
나는 개선장군처럼 내 방에 들어와서 쇼파에 몸을 묻었다. 희열이 아직 온몸에 남아있다.
입을 너무 크게 벌리고 웃었는지 광대 근처가 욱신거린다.
막타 치기 전에 ‘정말 잘하셨어요’를 열 번 날려줬는데 그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졌다.
혼자 재밌게 자기 수준에 맞는 상대랑 대전을 즐기던 게이머에게
내가 너무 큰 벽을 느끼게 해준 건 아닐까?
내가 했던 공기밥 세레머니에 너무 상처 받은 건 아닐까?
뭐 별 수 없지. 승부란 그런 거니까…
참, 생각할수록 게임이라는 것도 아무리 노력해봐야 타고난 재능을 이기기는 힘든 것 같다.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난 프로게이머를 했어도 정상에 올랐을 것 같다.
솔직히 임요환이 뭐가 잘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평범한데…
무한맵에서 한 다섯 판 붙으면 세 판 정도는 내가 따낼 것 같다.
쇼미더머니랑 블랙쉽월이랑 썸씽포나씽 세 번 치면 왠만해선 안 질 자신이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펴다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회식으로 순두부찌개를 쏜다고 했는데 다들 일이 있다고 한다.
빵집에 들러 소보로랑 단팥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밝히자면
내가 항상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최신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보는 꼼꼼함 덕분이랄까.
다만 나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중동을 싫어한다. 난 종편이 모두 싫다.
JTBC가 알고보니 중앙일보였다니… 그렇게 이름만 바꾼다고 놓칠 내가 아니다.
나는 채널A만 본다.
TV조선, JTBC, 채널동아 같은 건 절대 안 본다.
빵을 먹으며 인터넷에서 최신 트렌드를 검색한다.
요즘엔 목성 유머라는 것이 유행인데 나처럼 유머에 단련되어 잘 웃지 않는 사람도 빵 터지곤 한다.
지난 번에는 목성 유머 몇 개를 퍼다가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좋아요가 3개나 찍혔다.
나는 우리 회사 직원 모두가 인정하는 타고난 재담꾼, 보기드문 신세대.
그 지위를 유지하려면 절대 트렌드에 뒤처져선 안 된다.
예를 들면 최신 걸그룹 서열 같은 거 말이다.
1위가 원더걸스가 아니길래 한마디 했더니 득달같이 악플이 달린다.
구울스데이인지 걸스데이인지 그게 뭔데 내가 알 게 뭐야 소희가 짱이다 이놈들아!
점점 거세지는 비아냥 속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신차리자.
나는
현실에서도 인터넹서도 침착함을으 일치않는 마지막 신사. 실존하는 킹스맨.
모니터너머에 사람이 있다. 예의를 지켜야 한다.
뭐? 선비? 넌 노비냐 이놈아!? 노잼??? 너 지금 노잼이라고 햇어? 이게 왜 재미없는지 근거를 대봐 이놈아! 팩트 가져와라! 업비찌? 없지? 어그로? 내가 언제 어그로르 끌었어? 한번만 더 노잼이라고하기만 해봐! 쳐웃었으면서 이게 안웃긴척 허세잡네. 너 일베하니? 너 일베지 이놈아!! 일베 맞네! 맞네 맞아!!
승기를 잡았을 때 확실히 몰아쳐야 한다.
나의 폭발적인 센스와 탄탄한 논리 앞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또 한 명의 일베를 처단했다. 결국 논리와 팩트 앞에 일베는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의 승전보를 잘 각색해
내일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감추지 못할 존경심과 놀라움을 담은 직원들의 표정을 상상하며
내일도 찬연한 봄 빛에 물들 하루란 걸 확신하며
난 잠에 들었다.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폰으로 보니 경찰이다.
도어폰 카메라에 종이를 들이대는데 영장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난 문을 열었다.
한 명 인줄 알았더니 여러 명이다. 각자 분주하게 내 집 곳곳으로 흩어진다.
도어폰으로 보이던 경찰이 나에게 영장을 들이밀며 입을 연다.
머릿속이 하얗다.
앞이 캄캄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음란물 법이라니……. 개변태들이나 위반하는 이 시대의 등불 같은 법 아닌가!
내가 음란물 법을 위반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설명을 듣고 싶다.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지만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웅웅거리는 공명음 가운데 경찰의 입술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경찰이 내 어깨를 붙잡고 세차게 흔든다. 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금방이라도 풀썩 쓰러질 것 같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모든 혼란을 뚫고 내 귀에 차가운 한마디가 꽂힌다.
‘향기의 미육’이라는 게임 플레이 하신 적 있죠?
나는 전생 체험에서 갓 깨어난 사람의 표정으로 경찰을 봤다.
그리고 창 밖의 새카만 서울의 밤을 봤다.
모든 시간이 정지했다.
나는 풀썩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아닙니다 경찰 선생님! 정말 그런 거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 진짜 그런 거 진짜로 아닙니다.
제 얘기를 믿어 주십시오. 그건 그냥 어느 날 누리웹 갔다가
다들 미연시 이야기를 하길래 난 한 번도 못 해 봐서… 대화에 끼질 못해서…
상큼하고 발랄한 초보용 미연시 있으면 추천 좀 해달랬더니 그걸 추천해줘서!!!
하필 그걸 추천해줘서!!! 그런 게임인 줄 알았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텐데!!!
지압용 샤워기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경찰의 다리를 붙들고 목청껏 애원했다.
경찰 선생님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이상한 장면 나오길래 바로 껐습니다.
전 진짜 아무 것도 안 봤습니다. 저는 살면서 과속운전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진심 어린 호소에 차가웠던 경찰의 눈빛이 누그러진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주머니에서 신도증을 꺼냈다.
경찰 선생님 이것 좀 보십시오. 저는 독실한 블교 신자 입니다. 보세요!
DK님은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그 가르침에! 우리 배틀넷에! 황밸이 되어 살아가!!
나는 왼손은 주먹쥐고 오른손은 쫙 핀 채 둘을 반복적으로 부딪치며 종교 악기 소리를 내었다.
눈을 감고 어깨를 들썩이며 입으로는 박자에 맞춰 치트키을 읊었다.
DK님 제발 저에게 힘을 주세요!!
그렇다면 왜 모든 H씬이 해금되어 있는 거지?
난 다시 경찰의 바지를 붙들고는 내딸 서영이처럼 울었다.
어떤 놈이 블로그에 세이브파일을 올렸습니다. 그 놈 상습범이에요! 그 놈이 범인입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식자에요! 경찰 선생님 그 놈을 잡아 족쳐 정의를 구현해 주십시오!!
그런 놈들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경찰 선생님!
흠… 역시 몸통은 따로 있었나?
태어나서 들었던 말들 중 가장 달콤했던 말이다.
됐다! 조금만 더 애원하면 나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찾았습니다!
내 집 곳곳으로 흩어졌던 경찰 하나가 컴퓨터 방에서 나왔다.
나는 목각 인형처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놈이
내 회장하드를 들고 있었다.
어떻게 찾았지??
분명 임대차 계약서 사이에 세워놔서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사무적인 용도인 것처럼 꾸며 놨는데???
나는 이성을 잃었다.
그거 이리 내! 내 회장하드에 손대지 마!!!!
용맹하게 달려 들었지만 곧바로 제압당해 쓰러졌다.
그게 있어야 나는 밤의 회장이 된다! 그것이 있어야 매일 밤 나는 본좌가 된다!!!
미나미쨩! 코하루쨩! 유마쨩!! 아아아아아악!!!!!!
경찰들이 겹겹이 나를 덮쳐 짓눌렀다.
나는 납작해져 숨도 쉬기 힘들었지만 굴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야 이 비겁한 놈아! 내 회장하드에 그 더러운 손 치워!!!
회장하드야! 조금만 참아! 금방 구해줄게!!!!
나는 이를 악물었고 턱에서 찌걱찌걱 소리가 났다.
온몸에서 땀이 푸슛푸슛 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버둥거렸지만 도저히 어느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식어버린 김치전처럼 납작해져서 내 회장하드를 올려다봤다.
더러운 놈의 손에 들려있는.
애타게 나를 부르고 있는.
흐르고 있는 눈물이 핏빛으로 물드는 것도 나는 상관 없었다.
그 어떤 자신도 없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걸고 약속했다.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울지마
조금만 참아.
괜찮아.
내가 구해줄게.
너는 나의 모든 것. 사랑이며 희망이자 운명이고 목적이야!
너는 내
자유의 날개, 군단의 심장이며 공허의 유산.
너는 내 영혼을 거두는 자.
시작이자 끝, 알파이며 오메가,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의 것. 그마저 넘어선 나의 우주여라!
너는 나의 논리적 결정!!
나는 최종 진화물이 되어 울부짖었다.
내가! 이 사회에!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 그리고 경찰들한테도! 그러나 만약 그 외장하드를 가져간다면 이 지구상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너희들의 시체를 찾을 수 없을 거다. 내가 머리 끝 속부터 발톱 끝까지 잘근잘근 씹어먹을 테니까!!
경찰 선생님! 경찰 선생님!! 우리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잖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내가!!!!! 내가 개가 되라면 개가 될게! 내가 너희의 개야! 집도 잘 지키고 말도 잘 듣는!
왈!! 왈왈!! 꼬리 살랑살랑~ 살랑살랑~
나는 하얀마음백구 같은 눈을 뜨고 경찰을 올려다 보았다.
입을 가리고 큭큭 거리며 웃던 경찰은 잠시 침묵하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판결을 내렸다.
내 주위를 20바퀴 돌면서 나는 빡빡이다 20번 외쳐
나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오리걸음으로 경찰 선생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박수를 치며 나는 빡빡이다라고 외쳤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들의 아파트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나는 빡빡이다.
그래! 내가 바로 빡빡이다!
이렇게밖에 살 수 없어서 모두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나는 빡빡이다!
돌잔치 때 나는 연필과 지폐 대신 엄마 친구 가슴을 잡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빡빡이다!
살면서 소개팅 한 번 해봤는데 소개팅 나가서 애니 이야기만 4시간 반 동안 했다. 결국
나는 빡빡이다!
와우 할 때 여자인 척하고 길드에 가입해 1년동안 넷카마 짓을 했다. 당연히
나는 빡빡이다!
동정인 주제에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성 관련 질문에 답변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빡빡이다!
인터넷에 책상 인증 사진 올렸는데 책상 밑에 있던 자위기구를 깜빡 잊고 치우지 못해서
나는 빡빡이다!
대머리 연예인 사진을 보고 자라나라 머리머리라고 댓글을 달지 않았으므로
나는 빡빡이다!
나는!
나는!!
나는 빡빡이다!!!
라고 외치며 나는 잠에서 깼다.
베개가 축축한 걸 보니 많이도 울었나 보다.
고요한 침실, 나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하다.
채 호흡이 안정되기도 전에 나는 반사적으로 뛰쳐 나갔다.
확인해 볼 것이 있다.
나는 전력질주 마음가짐 전력질주로 거실을 내달렸다.
컴퓨터 방에!!
확인해 볼 것이 있다.
제발 무사해야 해!!!
응,
금방 갈게!
뛰어 갈게!!
더욱 속도를 높였다.
거실 중간쯤 지났을 때 레고 조각을 밟아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다
하필 그곳에 있던 스티븐 시걸 흉상에 부딪쳐 목이 꺾였다.
자율 신경계가 마비되는 고통 속에서 차디찬 바닥에 고꾸라졌지만
그래도 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다!
왼손
오른손
훈련은 전투다
나는 중얼거리며 컴퓨터 방으로 기어갔다. 악어떼도 두렵지 않았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컴퓨터 방 문을 열었다.
칠흙같은 어둠 속 회장 하드의 빨간 LED가
쏟아지는 벚꽃 아래 철길 너머 추억 속 그녀의 눈동자처럼
아늑하고 곱살스럽게
내 영혼을 어루만진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 자리에서
혼절하듯
잠들었다.
끗.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대작이...
끓어오르는 춘정과 휘몰아치는 색정광기의 대서사시...
우리, 블덕은 오늘도 어둠 속에 빛나는 포세이큰 회장님의 붉은 눈을 (실질적 시선은 매끈한 복근을) 주시하면서 짓밟힌 daughter right 에 대한 외마디 함성과 함께 추천을 박습니다...
너무 감동받아서 광속으로 추천을 하고 덧글을 달아 드리려고 했는데 무슨 말을 써도 저 유려한 글 솜씨에 대비되어 제 자신이 초라해질 것 같아 키보드 잡은 손가락만 벌벌떨다가 없는 용기를 쥐어짜서 이렇게 수줍게 몇 자 달아봅니다. 회장하드 크로니클스 뭐 이런 제목으로 연재 해주시면 유료결재해서라도 보도록하겠습니다 진심.
헐... 초반 열줄쯤 읽다가 세로 반전이 있다 기대했다가 없길래 스크롤을 내려 이까지 왔는데 댓글을 보고 다시 올라가야겠군요. 저의 경솔함을 반성합니다. 단 회사에서 크게 웃을 수 없으니 나중에 지하철에서 읽겠습니다. 아니지... 지하철에서 웃으면 더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집에 도착해서 까먹지 않으면 다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