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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5 09:50
이 책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번 읽었는데, 과연 이게 한 사람이 다 저술할 수 있는 컨텐츠인가 매번 놀랍니다. 그리고 또 느끼는게 이 책의 디테일은 틀린게 꽤 자주 나오고 지적되지만 주제 자체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저가 아닌가 합니다. 후속작들을 봐야되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어서 좀 아쉽네요.
14/12/05 09:58
몇 명 전공 다른 친구들이 다 이 책을 감명깊게 봤는데, 다 자기 전문 지식에 비추어서 이 책의 디테일한 요소를 깝니다(예컨대 저는 영양섭취에 대한 부분을 깠습니다). 한 2시간 술먹으면서 막 까다가... 어느 순간엔가 찬양으로 끝납니다. 이게 한 두 번이 아니다보니-_-;
14/12/06 00:45
느끼신 부분에 저도 100번 동의하는게.... 제 나름 자랑(?)하자면유명해지기 전에 Pre-med 하면서 1년동안 수업 들은적 있는데 정말 사람을 주목시키고 말에 확신이 들게 하는 그런 묘한게 있습니다. 저보고 농담으로 전공 자기 밑에서 라인 타면 지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 그 당시에 어찌나 고민되던지.. 개인적으로 생리학 수업때 미스가 가끔식 나오는데 그래도 인기 있는거 보면 인간적인 매력이 100 찍은사람 같습니다. 그게 글에서도 잘 나타나는듯 하구요.
14/12/05 09:51
총균쇠처럼 임팩트 있는 책을 아직도 읽지 못해서 참 난감하긴 한데, 인류사를 두 개로 나누면 이집트가 가장 위대한 문명이었던 시대와 중국이 가장 위대한 문명이었던 시대로 나눠도 될 정도로 두 문명이 수퍼파워였던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지요. 뭐랄까.... 오백년 남짓한 유럽 문명의 전성시대를 마치 인류 문명의 최종 종착역인 것처럼 생각하는 느낌이 좀 납니다. '그게 결국 위치빨입니다' 라는 일견 겸손해보이는 말 뒤에는 '그 위치빨 덕분에 유럽은 잘났습니다' 라는 우월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거지요.
어차피 백 년만 더 지나면 다시 중국이 1등이 될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생각하는 지라....
14/12/05 09:55
유럽이 2세기 동안 잘난건 사실이고 이는 반박하지 못하죠.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말했던 기존의 [서양 인종이 잘났다능] 혹은 [서양인들은 특별한 덕성을 가지고 있다능] 하는 드립에서 벗어나. 사실 우리가 잘난 건 걍 [운빨] 이라고 말하는 점에 차별주의적 성격에서 많이 벗어 난거죠.
14/12/05 10:04
예 이백년도 상당히 긴 시간이긴 하고, 따라서 그 우월함의 원천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긴 하지요. 다만 몽골제국의 세계정복과 유럽의 세계정복은 다른 대접을 받는 느낌이 좀 있어서 열폭했나봅니다. 다만 중국은 통일 왕조고 유럽은 분열상태라서 발전했다는 건 진짜 끼워맞추는 느낌인지라.... 송나라때로 돌아가서 저 책을 읽으면 '응??' 할 것 같아요.
14/12/05 10:13
몽골의 세계 정복은 문명사회에서 재앙 맞으니까요. 중국 인구의 50%가 날라갔고, 메소포타미아는 관계 수로 파괴로 영구 복구가 불가능해 졌죠.
중국이 송나라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데 명 중기까지 가야 했고, 그때까지 역사의 중심이었던 메소포타미아는 지금까지 페르시아의 변방에 머무르고 있죠. 중앙아시아에서 번영하던 문명도 이때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려 정체되기 시작했죠. 엄밀히 말해 몽골의 침입에 유일하게 받지 않았던 서유럽이 이 때부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하는게 이런 피해에 대한 복구가 없어서 입니다. 거기에 아메리카 대륙까지 서구 영향력에 넣으면서 동서양 차는 결정적으로 벌어졌구요. 사실 몽골의 세계 정복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 오히려 19세기 쇼크 이후 동양의 정신 승리적 차원이 크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논리 외에 명 초기 이후 서양에 비해 발전이 정체 되었는가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14/12/05 10:20
그게.... 서양의 진출로 남북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죽어나간 것도 만만치 않은 지라, 두 정복 시대 사이의 시간 차이까지 고려하면 저는 양자간에 큰 도덕적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서양의 세계정복이 21 세기의 전지구적 문명사회 건설의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당시 유럽인들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라...
14/12/05 10:28
도덕적인게 중요한게 아니라 동서양의 문명차이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로써 몽골에 역할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동양에 있어서 몽골의 거의 재앙급이엇다는 이야기 말이죠. 북중국과 메소포타미아의 식량 생산 사정은 몽골 때문에 영구히 악화되었고 중앙아시아는 영원히 변두리로 몰렸으며 남중국은 송나라 때 번영을 다시 찾는데 수백년이나 걸린 것과 최소 서양 침입 이후 인육 대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고 보다 나은 농업 생산력을 가지게 된 남미랑은 사실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서양이 침입하기 전에 딱히 이들이 천국에 산것도 아니고 언제 잡아 먹힐지 모르는 세상을 살았다는 걸 생각한다면 말이죠. 서양의 침략은 다양성 측면에서는 재앙이엇지만 물질문명과 사상 면에서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몽골의 침략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재앙이었고 물질문명과 사상 면에서 걍 재앙이었다는 점이 문제죠.
14/12/05 10:32
아하, 그런 부분은 확실히 동의하게 되네요. 몽골은 지들이 즐겼을 뿐 남긴게 없고, 유럽의 확장은 도덕적이냐 비도덕적이냐를 떠나서 역사 단계를 하나 더 나아가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댓글 잘 읽었습니다.
14/12/05 09:57
잘난 놈이 잘났다고 말을 하면 안되긴 하는데 잘나긴 했으니 거 참(..) 어차피 뭐 같은 이유로 무게추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고 이에 대해서 유럽이 수 십 년째 열폭을 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을랍니다... 하지만 한국은 안될거야 젠장...
14/12/05 10:06
한국도 나름대로 단군이래 최전성기잖아요. 미국도 뭐 유럽보다 낫다는 거지 내리막인 건 확실한 지라, 결국 중국이 뜨고 어차피 우린 모두 안될 거에요.
14/12/05 10:17
미국하고 중국이 다투다가 누구 하나라도 급속도로 망해버리면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죠. 저도 그게 기우목록에서 상위 5 등 안에 듭니다.
14/12/05 09:58
사실 삐딱하게 볼려면 정말로 삐딱하게 볼 수 있는 책이죠
[미국이 잘 나가는 이유도 유럽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위치빨이라능] 이라는 정신승리로도 읽을 수 있으니
14/12/05 10:25
요새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주로 지정학적 위치 차이가 어떻게 대륙간 격차를 낳았는가에 집중을 하죠. 사실 책에서 다루는 것만 해도 워낙 방대한 분야라 한사람이 다 섭렵하기엔 버거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중국이 서양문명에 압도된 이유에 하나로 지정학적 이유만 들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현명함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책에서 호주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많은 거대 동물들이 갑작스러운 인간의 진출로 사라져 버렸다는 주장에서 인간의 무서움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더군요. 이 책 다 읽고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도 봐야하고 덕분에 생각난 막스 베버의 책도 읽어야 하는데.. 다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니네요.
14/12/05 10:40
사실 명확한 설은 아니고 시기적으로 겹치기는 합니다. 하지만 북미의 대형 포유류가 몇 종을 빼고 전멸한 거
봐서는 과연 책임자가 인간인지는 약간 의문이긴 하죠.
14/12/05 10:26
총균쇠는 사놓고 안 읽어봤는데, 지인이 니얼 퍼거슨의 책도 함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더군요..
그 사람 저서 대부분이 서양중심적인 시각으로 썼는데, 두 책을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다고.. 흠....
14/12/05 10:26
문명해도 같은 결론이...
아무리 쇼쇼니, 폴란드같은 OP문명이어도 툰드라, 사막지대면 노답이고 잉잔틴같은 문명을 해도 스타팅이 화려하면 그럭저럭 할만하죠. 전 예전에 총학생회 LT갔다 친구에게 빌린 이책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14/12/05 12:01
게임상은 쇼기꾼과 폴사기 이지만
현실은 히총통 : 단치히 빨리 내놓아라, 현기증 난단 말이야 폴무룩.. 천조국 : 어익후 도시 영역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쇼무룩..
14/12/05 11:26
저도요. 알면 알 수록 깜짝 놀라죠. 문명 2 오랜 게임한 것도 사회학적으로 정말 많은 논의가 될 법도한 결과를 도출했구요.
14/12/05 12:25
댓글보고하는 다른 이야기인데 정말로 이제는 게임해서 남는거 없어라는 말도 점점 줄어들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총균쇠"와 "시드마이어의 문명"은 같은 의미를 가진 부분도 있는데 허구적이지만 지식과 정보를 가진 소설처럼 게임이 어느 전문적인 지식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일종의 정보공급원으로도 볼 수 있지않을 까 라는 전혀 다른 뻘소리를 해봅니다.
14/12/05 13:10
총균쇠.안 읽히는 책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군대에서는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나는 내용은 목차수준도 안 되네요.
14/12/06 01:35
흠..연관된 책으로 MIT 경제학과의 대런 애쓰모글루랑 하버드 정치학과의 제임스 로빈슨이 쓴 "why nations fail"을 추천드립니다. 번역본도 있습니다. 왜 어떤 국가는 풍요롭고 경제 성장을 잘하며 어떤 국가는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서술된 책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하는 '지리 가설'은 물론, 기존의 '무지 가설', '문화 가설' 등을 비판하면서, 사실은 인센티브를 유발하는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그를 뒷받침하는 포용적인 정치제도가 국가 흥망성쇠의 결정적 원인이란 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고, 고대 마야 문명부터 현재의 중국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왔다 갔다 하면서 굉장히 방대한 사례들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인센티브'나 '자유로운 경제제도'란 주류경제학적 아이디어를 중점에 두면서도, '권력분립' '민주적 정치제도' 등의 정치학적 개념, 그리고 '중앙집중화' 등의 발전국가적 개념도 한데 묶어 논리를 풀어 나갑니다. 비판할 부분이 아예 없는 무결점한 책은 물론 아닌데, 제가 관심 있는 분야라 그런지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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