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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0 18:27
영제는 Tangled 아닌가요? 흐...
무튼간에 아이맥스에서 못 본걸 제일 안타까워했던 영화네요. 나름 키워준 정이 있는데 고델 지못미...ㅜㅜ
14/11/10 18:39
실제로 젊은 시인 중에서는 라푼젤을 여성성이나 처녀, 원초 본능 같은 것들에 은유해서 시를 써낸 경우가 꽤 많죠.
개인적으로 영상미든 음악이든 캐릭터든 겨울왕국보다 라푼젤이 취향에 맞습니다 크크
14/11/10 18:54
오호...
요즘 지나간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섭렵하고 있어서 2주쯤 전에 봤던거네요... 이런 해석이... 대단하십니다 ^^ 저는 보면서 저렇게 긴 머리카락이면 대체 얼마나 무거울까... 저렇게 질질 끌리면 탑 안에서도 걸어다니는 게 가능하긴 할까... 머리 감는데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릴까... 머리를 감으려면 물이 필요할텐데 탑 위까지 물은 어떻게 끌어올리는걸까... 냉장고도 없는데 고델인가 하는 마녀가 안오면 쟤는 뭐먹고 살까... 머리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데 청소기도 없을테니 저 머리는 얼마나 더러울까... 사람이 매달려도 안 끊어지는 걸 보니 머리카락 끊기 내기 하면 전세계 챔피언 먹지 않을까... 머리카락으로 사람을 끌어올리려면 저 아이의 목근육은 얼마나 대단한걸까... 경추디스크에 문제 있는 내 입장에서는 쟤가 부럽기만 하다... 이딴 어처구니없는 미운일곱살같은 대사를 마나님께 조잘대다가... 곧바로 입다물고 화면이나 보라는 소리를 들었습죠... -_-;;;
14/11/10 19:02
디즈니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실제로 앞 5분을 자르고 보면 정말 자연스럽게 욕정과 과대망상에 미친 딸을 보살피는 엄마 이야기가 됩니다(...) 라푼젤 출생의 비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해주는 등장인물이 아무도 없어요..
14/11/10 19:18
집에서 할일 없다고 16살짜리가 벽에 그림그려 맨날 쿠키굽고 빵궈 책봐...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고델이 아마도 XX철학원 혹은 무슨무슨 동자 이렇게 밖에서 신내림 받은척 연기해가며 남들 비위맞춰가며 번 돈이니라... 라푼젤 이 철 없는 년은 지 어미가 밖에서 어떤 수모를 겪으며 돈 벌어오는지도 모르고 쯧쯧... 인성 수준 하고는....퉷!
14/11/10 19:29
와 굉장한 통찰력이시네요...
처녀성 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처녀성의 상실이후 어머니의 변화에서는 정말...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14/11/10 19:49
마녀가 모성의 이면을 상징한다는 건 좀 수긍하기 어렵군요. 만약 저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는 모성보다는 처녀성의 보호와 집착으로 귀결되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를 상실한 존재에게 더 이상 애정이나 보호를 기울일 필요가 없지요. 오히려 처벌이나 푸대접으로 이어져야 더 아귀가 맞아보입니다. 욕망과 그 욕망의 대상에 대한 일관성이 없어서 결과론적인 해석으로 느껴지네요.
동화 속 마녀는 온전한 어미보다는 여성성으로 보는 게 더 맞지 않을려나요? 처녀성이라는 여성으로서의 훌륭한 무기로 남성을 유혹하는 것에 대한 계모의 질투에서 비롯된 억압과 폐쇄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같은 경쟁자로서 각성시키고 (처녀성을 진즉에 상실한) 열등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걸 최대한 늦추고 싶은 여성으로서의 심리를 상징한 거라고 읽었습니다.
14/11/10 19:57
텍스트에서 무엇을 읽든 그것은 자유니까요 :)
다만 제 해석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해보자면, 실제로 딸자식 가진 부모들의 심리가 고델의 변신(고델-->왕비)과 매우 흡사합니다. 딸 주변에서 공전하고 있는 여러 남성들에 대해 끝없이 의식하고 적대하지요. 또한 이런 남성들을 알게모르게 끌어당기고 있는 딸의 태도에 대해서도 적대합니다. 통금을 건다든가... 딸이 특정 남성과 엮여버리는 순간 딸은 모녀관계, 부녀관계로 규정된 아이덴터티에서 크게 탈피해서 하나의 성인이 되어버리고 이는 독립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많은 부모들은 심적으로 이 독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충격을 받게 되구요. 하지만 충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요. 딸이 성인이 되어버리는 건 분명 숭악한 상처가 되지만, 상처는 곧 아물고 작은 흉터로 남게됩니다. 그리고 반은 체념의 결과로, 반은 성숙의 결과로 딸의 파트너를 인정하게 되구요. 처벌이나 푸대접으로 이어질 수 없는 건 처녀성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딸이어서 그렇습니다. 못된 놈의스키에게 빼앗긴, 출가한 딸이지만 그래도 내 딸이어서 그래요. ㅠㅠ 아이고...ㅠ.ㅠ 이 자리를 빌어 딸을 허락해주신 장인어른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하며, 미래에 제 딸들을 데려갈 패악스런 산도적놈들에게 짐짓 저주를 퍼부어봅니다.
14/11/10 20:51
딸래미 이야기가 나와서... 미래의 내 사위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긴 한데... 뭐 저도 그 산도적중에 하나였으니... T.T
뭐 엄마로서의 공포감과 아빠로서의 공포감중 솔직히 어느 것이 더 클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평생 모르겠지만 집에서 엄마와 놀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지금 퇴근해야겠네요... T.T
14/11/10 20:56
얼마전 인터넷에 한 학자가 여러가지 동화 이야기의 근원이 된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소개한 글을 읽었습니다.
개중에 라푼젤이 있었는데, 그 분께서는 라푼젤의 근원을 성녀 바르바라 이야기로 지목하고 계시더군요. 동화의 이야기는 하나의 근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이야기를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는 점들이 많습니다. 성녀 바르바라의 이야기의 배경은 중동입니다. 바르바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처녀로, 그 아름다움을 남성들이 탐낼 것이 두려워 탑에 갇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탑에 갇히게 한 사람은 마녀도, 어머니도 아닌 아버지입니다. 문제는 별안간 바르바라가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는 것이죠. 이교도인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하여 딸을 참수했는데, 참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벼락을 맞고 죽게 됩니다. 이 성녀 바르바라 이야기는 중세시대에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 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가 전승되고 변형되면서 지금의 라푼젤에 이르게 된 것일테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라푼젤과 크게 달라진 것은 종교적인 요소가 약화되었다는 것과, 악역이 아버지에서 마녀로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겠죠.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동화 이야기가 성립되는 역사적인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겁니다. 동화 이야기들이 우리가 아는 형태로 정립이 되는 건 중세 이후의 일인데, 주로 동화는 상류층 여성 아이들에게 교육을 위해 들려주는 과정에서 정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그 과정에서 원래 이야기의 잔인한 내용이나 기괴한 내용은 없어지게 되었고 가부장적이고, 친족 중심적인 교훈적 메세지를 전달하게 된 것이죠. 특히 악한 아버지, 어머니는 주로 마녀나 계모로 대체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보자면 라푼젤의 마녀 심리 이면에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읽기보다 아버지를 두고 읽으면 더욱 용이한 것 같습니다. 기아트윈스님의 "이 자리를 빌어 딸을 허락해주신 장인어른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하며, 미래에 제 딸들을 데려갈 패악스런 산도적놈들에게 짐짓 저주를 퍼부어봅니다."라는 코멘트를 보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4/11/11 00:07
이게 확실히 딸 키우는 심정하고 아들 키우는 심정이 다르긴 한가 봅니다. 저는 어린 여자아이들 보면 '저 중에 우리 아들이랑 결혼할 참한 아이가 있어야 할 텐데...' 하고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거든요
14/11/11 09:01
20대 남자 입장에서 보자면 딸 있는 아버지들은 정말 싫은 존재입니다. 자기도 남에 집 딸 데려와서 결혼하고 자식 나았으면서 나는 왜 못하게 하는걸까요? 역지사지 합시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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