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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02 17:50:14
Name 리니시아
File #1 gone_girl.jpg (169.8 KB), Download : 70
Subject [일반] Gone Girl, 2014. David Fincher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Gone Girl
지금 한참 상영중인 '나를 찾아줘' 의 원제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찾아달라는 제목도 괜찮지만 역시나 'Gone Girl' 이라는 원제가 확실히 와닿는군요.

스릴러의 거장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작품입니다.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조디악' '소셜 네트워크'
전 작품들 몇가지만 봐도 이 감독의 영화에 기대를 안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초기에 뭔가 인간의 근원을 원죄, 살인, 범죄 같은 부류의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많이 다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제는 영화의 소재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범죄나 인간의 '죄' 같은 것들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인생이나 페이스북, 나랑 같이 살고있는 남편과 아내를 두고 이야기를 합니다.
평소 생각하기 힘든 인간의 원죄나, 끔찍한 살인사건을 둔 소재보다 훨씬 받아들이기 쉬운 소재로 방향을 바꾼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이런 소재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짜임새는 그 누구보다 '완벽' 한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데이비드 핀쳐식의 스릴러지만 '흔한 부부싸움'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보는 내내 저는 낄낄거리면서 웃으면서 보기 바빴습니다.
일단 아내의 두개골을 깨 부숴버려서 그녀의 생각을 읽어보고 싶다는 충격적인 인트로..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섬뜩한 눈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분명 알콩달콩한 연애때의 마음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나도 결혼하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할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0-;;;)

다짜고짜 아내가 사라집니다.
남편은 당황하긴 하지만 굉장히 담담한 느낌을 보면서 '이 남편은 아내가 사라진걸 은근 좋아하는가 싶었습니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남편은 완전 수세에 몰립니다.
그리고 그 덫은 아내가 파놓은 함정임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더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이때 저는 'Gone Girl' 이라는 제목이 얼마나 이야기에 딱 맞아떨어지는지 감탄했습니다.
더 이상 소녀의 모습이 사라진 에이미.
'어메이징 에이미' 라는 자신의 자아를 짓누르던 그녀를 떨쳐버리며 소녀는 사라집니다.
아마 본인이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과거의 남자를 죽이는 장면에서 마지막 남아있던 그녀의 girl 도 모두 벗어버린것 같습니다.

(런닝타임)2시간넘는 사투끝에 남편과 아내는 다시 한 집에 살게됩니다.
남편은 아내 눈치를 보며 양말을 신고 방안을 살금살금 기어가고, 이제 관객들은 에이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언론까지 불러대며 그들의 결혼을 언론에 다시 광고하려는 에이미에게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닉이 아내에게 소리칩니다.

"우리가 지금 껏 했던 것이라고는 서로에게 분노하고, 서로를 조종하려하고, 서로에게 상처주었던 것이 전부잖아!?"
그러나 담담한듯이 에이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결혼이야. (That’s marriage)"

캬...... 영화 보는 내내 엄청나게 낄낄대면서 보았지만 이 장면에선 진짜 '유레카!' 라는 느낌으로 웃어댔습니다.
아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2시간 내내 부부끼리 미친듯이 치열한 싸움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언론에 그들의 사생활을 퍼트리면서 아주 국가적으로 대놓고 싸우죠.
보는 내내 지겹습니다. 미혼남녀에겐 '와 결혼하면 저래? 말도안된다 진짜'
기혼 남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댓글을 보니 결혼생활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크크크크
근데 보는 내내 질리게끔 만들어놓고 하는말이
'그게 결혼이야'
라니... 정말 완벽한 해답같이 느껴지더군요. 결혼 힘들다 힘들다 하더니 아.. 이런거구나.
그러면서 인트로에 나온 남편의 대사가 마지막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적인지, 아내인지 모를 그 눈빛으로 영화를 끝내는 그 마지막이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Gone Girl,
사실 남자들이아 boy 나 man 이나 그게 그거인듯한 느낌인것 같습니다.
(죽을때 되야 철든다나...)
소녀가 사라지는 그 생활. 그것이 결혼인가 싶습니다.
비단 그것은 결혼 뿐만 아니라 결국 늙어 죽을때까지 살아야될 우리 인간인것 같기도 하구요.

아직 까지 인터스텔라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올해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은 그래비티가 가장 인상적이었구요)
시간되시면 한번쯤 볼만합니다.
다들 이성과 보기를 만류하시는데 저처럼 여친과 같이 봐도 좋을 법한 경험입니다.


ps. 'how i me your mother' 에서 바니 스텐슨으로 연기한 닐 페트릭 헤리스의 모습이 처음 나올때 혼자 빵터졌습니다 크크크
     게이 부부인 그사람이 여자가 좋아서 스토커짓을 하다니 너무나 웃기더군요.
     (거기다 전라 씬까지 ㅠ_ㅠ)

ps. 다음주 인터스텔라 4dx 예매해놨는데 무쟈게 기대가 됩니다. 시사회 평을 들어보니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지만 영상미가 장난 아니라는데 무쟈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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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14/11/02 18:10
수정 아이콘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스릴을 유지하면서도 웃길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리니시아
14/11/02 20:19
수정 아이콘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더 기대되더라구요
물만난고기
14/11/02 18:30
수정 아이콘
전 미혼이지만 아내의 머리를 열어 내용물을 보고 싶다라는 첫 대사가 영화마지막에 격하게 공감되더군요.
리니시아
14/11/02 20:1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전 미혼인데 첫대사가 공감갔다는게 함정...
王天君
14/11/02 19:07
수정 아이콘
아오 빨리 봐야 하는데 영화도 밀리고 감상문도 밀리고. 짱 나네요 크크크킄크
리니시아
14/11/02 20:19
수정 아이콘
천천히 하셔요~
저도 그래비티 작년에보고 리뷰좀 쓰려고 고민하고잇었는데 아직도 못쓰고있었네요..ㅠㅠ
王天君
14/11/02 20:21
수정 아이콘
오버 안하고 감상문 안쓴 영화가 오십개는 됩니다. 극장 갈때마다 찜찜해요
14/11/02 19:33
수정 아이콘
어제보긴했는데

유부남으로서 공감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내내 뭔가 불편했습니다 굳이꺼내고싶지 않은내용을 표현해서.그렇겠지요?

그리고 에이미가 전 남자친구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도대체 저 남자는 무슨 죄가 있어서 저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해야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들더라구요
리니시아
14/11/02 20:24
수정 아이콘
불쌍한 스텐슨 ㅠ_ㅠ
그 불편한 이야기가 불편한 이유는 한번쯤 남자라면 다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군요
특히 자기 아내가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어린애랑 자는 장면은... '웬 쓰레기가 있어' 라는 느낌보다는......
그리고 '아내가 사라졌는데 웬지 기뻤다' 라는 대사가 참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김구라&신정환
14/11/02 20:05
수정 아이콘
어제 밤 12시에 혼자 보고 왔는데 보는내내 결말이 어떻게 될까? 라고 기대하면서 봤는데 결말이 정말...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마스터충달
14/11/02 20:16
수정 아이콘
gone girl이 이런 의미가 있군요.
전 왜 굳이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설정이 필요할까 했는데, 살인마 에이미와의 간극을 더욱 크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네요. 정말 치밀하네요.
리니시아
14/11/02 20:25
수정 아이콘
gone girl 이라는 의미부여는 철저하게 제 생각일 뿐입니다..크크크
그냥 제 나름 해석이지요
마스터충달
14/11/02 20:26
수정 아이콘
누군가 공감한다면 이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죠. 정말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몇 디테일에서 더 공감이 되는게
에이미가 잠적 후에 폴짝 거리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장면
그리고 화장 전후의 모습 대비 등에서 말씀하신 해석이 잘 들어맞는 것 같아서요.

특히 천진난만한 모습은 다소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그 과도함이 이해가 된다랄까요.
start_kernel
14/11/02 20:21
수정 아이콘
개봉 첫 날 보고 왔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보면서 느낌은... "낄낄, 으어.., 낄낄, 으어.., 낄낄,으어..." 였네요.
단순한 관람평은 웃기지만 굉장히 소름돋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리니시아
14/11/02 20:26
수정 아이콘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웃으면서 소름돋는. 또 다른 방식의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14/11/02 22:28
수정 아이콘
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2시간 반이라는 런닝타임이 전혀 길지 않더라구요.
한가인
14/11/03 07:08
수정 아이콘
여친이 보고 싶다길래.. 무슨영화 인지도 모른채로 개봉 첫날에 봤었습니다.. 정말 잼있게 봤습니다..
영화본뒤로 한동안 여친을 보며 무섭다고 장난을 치기도 했었죠.. 안보신 분들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리아
14/11/03 07:33
수정 아이콘
사실 남편이 죽인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예상가고
아내의 자작극인것도 충분히 예상가서 뻔한영화구나 싶었는데 거기서부터 영화가 시작되더군요

그리고 첫장면과 마지막장면은 똑같지만 느낌이 확 다르더군요 키야
SG원넓이
14/11/03 09:55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첫 장면에서 술을 살짝 먹고 졸린상태에서 봐서그런지
너무 무서웠습니다. 뭐랄까 에이미의 눈빛이 너무 소름 끼쳤어요
뭐지 저여자? 라고 생각하고 난 뒤에 영화가 끝나고 다시 보았을 때를 보니까 왜 내가 놀랐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을 극찬해야 하는 건가

아무튼 여친이랑 봤다가 앞으론 이런건 혼자보라는 꾸중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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