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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9 12:16
대중이 정말로 유능하고 주체적이며 뛰어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알아서 좋은 걸 생존시켜줄 것이고, 대중이 무능하고 판단력 장애가 있으며 불평은 많지만 비판을 할 깜냥이 안된다면 대중성을 제외한 '좋은' 영화는 창작자의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겠죠. 대중을 뭘로 보느냐가 관건이라고 보지만 어느 쪽이건 돈 잘 버는게 매우 높은 가치이고 거부하기 힘든 요소임은 확실해보입니다. 적정한 수준에서 자기만족과 지갑만족을 해야죠 뭐...
14/10/19 12:24
확실한 건 한국에서 인디영화, 비주류 영화를 틀어주는 영화관 상당수 역시 CJ라는 사실입니다.
씨네코드 선재, 광화문 씨네큐브보다 CJ가 비주류 영화에 이바지하는 바가 더 큽니다. 거기다 그 소규모 투자가 성공적이면, CJ는 대규모 런칭도 할 수 있는 힘이 있죠. 비긴 어게인 히트치는 걸 봐도. 그래서 저는 CJ를 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찢어놓아야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지금 CJ는 영화 제작-배급/유통-상영-2차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걸 일일이 나눠놔야죠. 영화관은 CJ가 과반수여도 개인적으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저 구조가 이상한 거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왜 영화사업에 뛰어들었을까요? 고객들 백화점 유인효과 때문입니다. 그런데 롯데시네마로는 히트 영화를 잘 안주더라는 거죠. 그래서 결국 롯데도 CJ를 따라갑니다. 배급/유통을 하고, 심지어 제작에도 투자하죠. 롯데 이전의 메가박스는 CJ 따라가다가 망한 부분이 있고요. 이런 기형적인 영화산업 구조는 개혁되어야하는데, 한국 정치인님들은 너무 바쁘시죠.
14/10/19 12:34
그렇게 CJ를 비판하는 제 학교 동기들도, 결국에는 CJ의 혜택을 봅니다.
대표적인게 학교와 CJ의 산학협력으로 만들어진 <도희야>가 있구요, 올해 말에 또 CJ의 지원으로 한 작품이 크랭크인 됩니다. CJ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게 많다고 봅니다. 그런 혜택이 학생 본인에게 올 때 보이콧할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 없을겁니다. 그 외에도 CJ가 벌이는 여러가지 사업들 중에 긍정적인 측면은 반드시 따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겠죠. 하지만 눈뜬세르피코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이런 식의 기형적인 구조는 CJ가 맘을 다르게 먹는다면 얼마든지 쉽게 파괴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그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보고자 기를 쓰고 CJ의 비위를 맞춰주는 선배 작가, 감독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쓴 푸념이었네요.
14/10/19 12:29
말씀대로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겠죠. 어느 분야든 오로지 수동적인 대중의 선호를 충족하는 것 이외의 영역에 시야를 돌리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다보면 결국 <장르의 변천, 분화, 발전>이란 것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해당 장르의 매니아가 그런 현상을 관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요. 그저 비도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현상을 관용하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은 매니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르의 현상 유지에 불만이 없다는 것은 결국 해당 장르에 기대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고, 해당 장르에 기대를 걸지 않는 사람은 매니아가 아니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본문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일반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것'을 운운하는 것 - 물론 본문에서는 글쓴분의 시각에 의해 편향적으로 발언이 그려졌을 가능성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 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고 갈망해서 특정 장르에 천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반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논해야죠.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대중의 뒤로 숨어 객관을 논하는 것은 허울만 좋을 뿐, 실상 솔직하게 자신의 지향점을 밝히지 않는 자기 기만에 불과합니다. 그런 기만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조) 매니아가 많아질수록, 장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장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전혀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며 (모조) 매니아 본인 역시도 발언권이 축소되는 식의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갖고 오는, 일종의 자승자박이죠. 안타깝게도 많은 평론가들이나 저널리스트들조차, 아니 그런 이들일수록 체면치레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객관의 함정에 빠지기 쉽지만.
14/10/19 12:38
살짝 변명하자면, 저와 대화를 나눈 동기는 제 필요에 의해 편집되고, 편향적으로 그려진 게 맞습니다.
실제로 저런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글에서 전체 맥락을 다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고, 제가 제 이야기를 하는데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저의 방식대로 해석한 가상의 인물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14/10/19 12:39
예. 뭐 저도 굳이 본문의 인물에 국한된 비판을 한 것은 아니고, 말씀 그대로 가상의, 특정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군이나 스트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입니다.
14/10/19 12:31
CJ의 독점이 문제라든가, 비주류 영화에 지원을 바란다든가 그런거라면 모르지만 상업영화가 관객 수, 엄밀히 말해 수익을 신경쓰는걸 가지고 뭐라할 수는 없겠죠. 영화인들의 고답적인 얘기야 별론으로 하고...
14/10/19 12:35
그런데 갈수록 관객이 그런것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머리 아픈 영화는 이제 극장에서 질색입니다. 내가 스트레스 풀러가지 받으러가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반전도 복잡한 서사도 다 귀찮더라구요. 그냥 한정된 시간 내에서 팝콘이나 먹으면서 터지고 부셔지는 거 보는게 좋더라구요. 심지어 게임도 스킬 복잡하면 안하게 되는게 요즘 저라서 이런게 다 삶이 팍팍해서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실에서도 생각할께 얼마나 많은데 영화관이나 게임에서도 생각을 해야하는가 이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14/10/19 12:39
CJ가 영화 제작에 있어서 좋은 기업은 아닐지 몰라도 딱히 나쁜 기업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예술하겠다고 만들어진 집단도 아니고 애초에 '상업적' 목적에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을테고요.
영화 제작의 방향성, 스크린 독점 문제 등 여러가지가 저 또한 아쉽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래서는 안되는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생각이 다르겠지만 스크린을 독식한 영화의 좌석점유율이 충분하다면, 혹은 관객이 너무 많아서 스크린수가 늘어난다면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상영 시스템의 문제로 넘어가면, 마스킹 문제는 전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킹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면 좋은데 안해도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물론 마스킹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왕이면 해 주면 더 좋다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비스타비전->시네마스코프의 경우 탑마스킹을 하게 될 경우 영사 포인트가 살짝 아래로 내려오게 되어서 미세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사실일 경우 상하 마스킹이 아닌 탑마스킹만으로 화면에 조금이라도 왜곡이 온다면 오히려 마스킹에 반대하는 입장이고요. (혹시 이 이야기가 완전 잘못된 부분이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사운드도 전체적으로 충분히 평타 이상은 친다고 생각하고요. (적어도 서울 및 수도권 기준으로) 왕십리 아이맥스 사운드가 한창 문제가 됐을 때와, 압구정 씨네드쉐프 상영관의 사운드가 거의 전방에서만 들리는 것 처럼 느껴졌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CGV 사운드가 안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네요. 뭐 제가 소리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편이긴 합니다. 다만, 영등포 THX가 초기에 비해 음량의 세기 자체가 좀 약해져있는 상태로 느껴져서 아쉽긴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이 실제로 그런건지 제가 그렇게 느끼는건지는 모르겠네요. 전 오히려 접근성을 극도로 편하게 해주는 수많은 지점들과, 무비꼴라쥬 등을 통한 다양한 영화 상영들, 아이맥스를 비롯한 특별관들 덕분에 영화관람을 좀 더 즐겁게 하고있습니다. 물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죠. 일단 대표적으로, 아이맥스라 부를 수 없는 아이맥스관들 (대표적으로 수원CGV 아이맥스관). 3D기준 일반 2D 디지털의 두 배 가격인데 비해 스크린 크기가 아이맥스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말도안되는 수준들이 몇 개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산 아이맥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크기라고 봐요. 그리고 이건 스크린 독점과 관계된 부분인데, 차라리 상영을 안했으면 안했지 조조 한 회, 혹은 심야 한 회 틀면서 생색내는 부분들은 싫네요. 그냥 차라리 당당하게 '이거 관객 별로 없으니까 상영안함'이 나을 듯...
14/10/19 12:41
CJ의 저 수직계열화는 정말 큰 문제에요. 제작에 배급에 상영까지 다하니 힘이 너무 셉니다. 그런 주제에 마스킹은 쥐뿔도 신경 안쓰죠.
시장의 공급과 대중의 수요에서 어느 쪽이 더 자발적이며 주도적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지만, 전 한국 영화 시장은( 헐리웃도 딱히 다를 건 없고) 전적으로 공급자의 횡포 아래 대중의 취향을 휘저으며 중독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토티켓 천원 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어요) 그 증거로 CJ가 내놓는 작품들, 특히 설경구 주연의 작품들이 전부 헐리웃의 기성품 공식을 짜깁기한 작품들이었죠. 타워, 해결사, 스파이. 그런데 이런 것들이 마케팅과 독점에 가까운 상영관 차지로 어찌어찌 손익분기점은 넘고 중박까지는 칩니다. 그럼 또 이렇게 안전하고 무난한, 일주일만 지나도 무슨 내용인지 생각도 안나는 킬링타임 무비에만 주구장창 돈을 쓰고 마케팅에 돈 뿌려서 장사만 계속 하죠. 정작 문화컨텐츠를 다루는 기업이 컨텐츠의 질에는 아무 신경을 안쓰니 정말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영화는 '공정'의 작품이 아닌데 말이죠. 문화가 발전하는 건 다수의 대중들이 보내는 지지도 큰 부분이지만, 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들의 공 역시 큽니다. 큐브릭이 미친 사람처럼 스탭과 배우를 들볶은 덕에 걸작들이 나올 수 있던 거죠. 그런데 예술의 발전에서 이렇게 제작이나 감상에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소수라는 이유로 대기업측에서는 무시합니다. 다들 문제없이 보지 않냐고. 눈 멀게 하고 적당적당 만들고 보여주는 기업에 대체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련지....
14/10/19 12:48
공감합니다. 문학이나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시민 케인>이나 <7인의 사무라이> 같이, 이런 식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진부해진 고전들은 대중들이 창작자들에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그런 작품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서 출현한 게 아니죠. 대중들은 해당 작품들이 나오기 전에는 그런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아예 상상할 수조차 없었고요. 아무리 철두철미한 매니아라고 하더라도 시장에 나오는 작품을 향유하려 하지 자기 스스로 무언가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은 없기 때문에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수동성을 띨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기 세계를 드러내고 싶은 예술가적 열망에 도취된 창작자의 사고를 앞서가는 상상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자 본인보다도 그 사람의 내면과 창작 동기에 더 정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니...
결국은 장르와 문화의 발전은 8할 이상 창작자가 선도할 수밖에 없는 것인 이상, 장르를 리드할 잠재력을 갖춘 래디컬한 예술가적 시도를 할만한 여건이 갖춰져야 할 텐데, 갈수록 그와는 멀어져 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고요.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자본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 다시 말해 눈치봐야 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 탓에 어려운 점도 있겠습니다만(이 점에서는 어쨌든 문학은 긍정적인 편이죠. 키보드만 있어도 창작은 가능하고 출판자본 역시 상대적으로 소자본이니.).
14/10/19 13:02
영화를 예술로 보는가 오락으로 보는가 하는 관점의 차이도 있을 듯 합니다. 전 영화는 철저히 오락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 생각해서 관객수가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14/10/19 13:13
예술로 봐도 관객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대중과 괴리되면 그건 도태되는 것일 뿐이죠. 그 당시에는 예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충족시켜줬을지 모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든요. 그리고 좋은 예술은 관객수도 꽤나 괜찮은 편이구요.
14/10/19 13:13
배급사와 제작사, 극장이 하나로 연계되어 있는 건 통신 시장의 상황과 똑같다고 봅니다. 통신사가 폰 판매까지 독점하는 그 기형적인 시장요. 이러한 구조의 문제는 '진짜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아니라 'CJ에게 가장 수익이 많이 나고 유리한 영화'가 상영관을 독식한다는 데에 있겠죠. 가장 간단히 최근작 중 골라보자면 해적이나 은위가 되겠고, 그 반대점에는 또 하나의 약속이 서 있겠죠.
뭐 제작사에서 상대하기 쉬운 감독들 뽑아다 쓰면서 컷마다 감독한테 검사 받게 하고 내부 투표 결과 따라서 안전빵 지향하고 다 좋습니다. 비지니스 모델로서 영화를 사용하려 한다면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다른 영화들하고 경쟁하는 것도 시장경제 모델로 가야죠. 이건 독과점 시장인 동시에 시장을 왜곡하는 힘이 너무나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잖아요.
14/10/19 13:21
자본의 차이 역시 중요하죠.
물론 헐리우드에서도 공산품에 가까운 영화들이 나오긴 합니다만, 거기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는 감독도 나오고 테크놀러지를 선도하는 제임스 카메론 같은 감독도 나옵니다. 결국 한국 영화 시장은 온갖 종류의 다양한 영화를 받아들일 상황이 못 된다고 봐야죠.
14/10/19 13:22
단언할수 있는데 씨제이는 이 나라 영화 산업의 암입니다. 씨제가 오래 영화 산업을 지배하면 할수록 한국의 영화 산업은 암울해질 겁니다. 흔히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영화가 예술이냐 오락이냐 이런 문제를 가지고 논쟁이 일어나는데요, 이런 문제를 떠나서 오로지 영화 산업적으로만 보아도 씨제이는 암입니다.
씨제이의 문제는 간단합니다. 제작사가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개같은 영화를 만들어도 중박은 치게 되는 구조죠. 7광구 같은 영화가 220만이나 관객이 들었습니다. 망해야 당연한 영화가 220만이나 들게 된겁니다. 거기에 타워 같은 평작을 만들면 500만 정도 들고, 명량처럼 로또가 긁히면 1000만을 넘깁니다. 즉 씨제이 영화면 망해도 200만 평작이면 500만 잘하면 1000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겠습니까?
14/10/19 16:40
공감합니다. cj이기에 해운대 천만이 가능했죠.
사람들이 원하니까 천만이 봤다? cj식 밀어붙이기 도배상영 아니었으면 감히 천만 올려다 봤으려고요. 그시간에 적당히 시간 떼울 팝콘층에겐 상영시간표가 절대적이고, 독과점 횡포가 있기에 세운 족적이죠. 이를 대중성으로 왜곡되지 않길바랍니다.
14/10/19 14:16
영화 사업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독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요. 독점에 성공한 기업만 살아남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업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복지(?) 활동들도 독점기업이 선심쓰듯 베풀어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들은 언제나 대중들의 기대에 못미칠 수 밖에 없죠.
14/10/19 15:11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예술이 예술로서 가치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그건 창작자의 자기만족일 뿐이죠. 그게 불만이면 자기 돈으로 찍고 자기 돈으로 상영관을 지어서 상영하면 될 일입니다.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 민간기업이 최소한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그리고 상영관 독점이 문제라고 하지만, 상영관에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면 사람들이 발길을 끊을 겁니다. 누구도 한달에 한번은 영화관에 와서 반드시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봐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영화가 상영관을 찾을 수 없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왜 반드시 상영관에서만 보여져야 하는 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14/10/19 17:50
통신사들이 단통법을 통과시키고 꿀을 빠는 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길이지만, 이것은 사회 전체의 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허용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산업 전체를 특정한 기업이 쥐고 흔들 수 있는 판이 된 건 당연히 문제가 되지요. 해운대와 제7광구, 은밀하게위대하게 같은 영화들이 그 관객 숫자에 걸맞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나요. 지금처럼 기형적인 시장은 관객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하고 해당 기업이 가장 효율 좋게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을 변형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반드시 '선호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이 구별은 중요하죠.
그리고 작은 영화라 해도 스크린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영화와 모니터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화면이나 음향 세팅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작은 영화라고 해서 스크린에 걸릴 기회가 없어도 된다는 건 일종의 폭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금산분리, 독과점 금지법, 상영관-제작사-배급사의 분리(뒤의 두 가지는 미국에서 시행 중입니다) 같은 것들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14/10/19 19:16
관객들이 자신들이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보게 하는 건지, 감독들이 자신이 걸고 싶은 영화를 걸지 못하는 건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느 미친 관객이 보고싶지도 않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겠습니까? 관객숫자에 걸맞는 가치라고 하시지만, 관객이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서 봤기 때문에 나온 수치입니다. 누가 강제로 그걸 보라고 강요한 게 아닙니다. 영화의 가치를 왜 직접 본 관객들이 아니라 제3자가 판단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엉망인 영화라도 김수현의 복근을 대형스크린으로 본 것만으로 가치를 가진다는 관객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CGV가 다른 극장에서 예술영화 상영하는 것을 방해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독과점법은 예로 맞지 않다고 봅니다. 상영관-제작사-배급사가 왜 분리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국내에서는 왜 안 되는가를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미국의 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법률로 금지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도 살펴봐야겠죠. 만약 미국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면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국내에서도 법률로 만들도록 노력할 일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시장구조때문에 미국은 가능하고 한국은 안 되는건지 면밀히 따져봐야 답이 나올 것입니다. 대안을 만든다는 건 그런걸 의미하지 멀쩡한 기업을 욕하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 상업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기업이 영화 발전의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서 마음껏 상영하고 싶다고 해서 거기에 관심없는 사람에게 손해볼 확률이 높은 일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걸 폭력이라고 합니다.
14/10/19 19:39
극장에 가는 이유엔 어떤 작품을 찍고 보고 싶어서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카페 PC방 등등 다른 시설들 사이에서 선택하는 하나의 단순한 선택지로 작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엔 '지금 걸려있는 영화'가 무엇인가가 선택에 있어서 극도로 중요해지죠. 이 부분을 모르시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특정 영화에 배분된 스크린수와, 각 영화 별 예매율이나 좌석 점유율을 비교함으로서 파악 가능합니다. 더불어서 개봉 초반 X백만명 돌파 같은 것들이 기획되고 다시 광고로 재생산 되는 과정은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군요.
파라마운트 판결에서 내려진 스튜디오들의 극장 매각 명령은 독과점 금지법인 셔먼법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자신들이 소유한 극장의 숫자로 밀어부쳐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고자 한 탓에 내려진 결정이죠. 정확히 지금과 같은 상황 ㅡ 대형스튜디오들이 투자, 배급, 상영까지 전부 먹어치우는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고, 이는 비메이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들에게 숨통을 트게 해줬습니다. 이러한 수직 통합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수직 통합을 이룬 기업이 해당 산업의 생태계를 망가뜨리려 한다면 그건 규제가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죠. CJ는 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봅니다. 기업이 해당 업계의 발전과 영달을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영업 활동이 업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한다면 그건 정부가 개입해야 할 부분이 되겠죠. 그리고 이 글의 본문 또한 그러한 법률을 만들자고 '뜻을 모으는' 과정의 일부로 얼마든지 볼 수 있을겁니다.
14/10/20 00:26
제작-배급의 분리를 미국에서 지금도 시행 중인가요? 파라마운트법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 지난번에 어떤 기사에서 보기로는 오래 전에 폐지되었다고 보았거든요. 미국에서도 폐지된 지 오래인 법을 자꾸 들먹이면서 한국도 제작과 배급을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도 본적이 있네요.
솔직히 한국 영화 시장의 양적인 성장은 그런 수직계열화로부터 탄생했다고 보기에...
14/10/20 00:38
지금은 철회되었습니다. 순환출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재벌가가 악용하는 것이 문제이듯이, 수직계열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수직계열화를 이용해서 이루어지는 불공정행위가 문제이고, 파라마운트 판결은 그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원인으로 파악된 수직계열화를 금지한 거죠. 현재 미국 극장 시장이 어떤 특정 회사가 독과점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사이즈가 아니게 된 게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만 이건 제 추측입니다. 제작-배급-상영 분리를 주장하는 건 현 한국 극장가에서 그러한 수직계열화를 통한 불공정행위가 이루어지고 판단하는 탓입니다.
더불어서 '안전빵'만 추구하면서 이루어지는 양적 성장은 속빈 강정이 되기 십상이라 봅니다. 특히 이러한 예술문화 분야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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