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0/17 08:44:44
Name 포포탄
Subject [일반] 서태지, 그 자체로서의 서태지.

9집을 들고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에 나선 서태지때문에 행복한 나날들이네요.

그가 컴백 하기 전, 이지아와의 다툼, 그리고 결혼 등으로 여성팬들에게는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음악적 논쟁을 펼칠 기회는 늘어난 요즘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시절 잠깐 기타를 만졌던 경험밖에 없는, 다시말해 음악적으로 지식이 거의 없는 평범한 정치학도이자, 개발에 눈이 띄여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만, 신박한 음악이야기가 나오면 또 음악에 푹 빠져버리는 그런 리스너이기도 합니다.

소위 저의 '빠'질 시작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했습니다. MP3라는게 처음 나왔을 때, 초등학생 6학년이였던 저에게 32mb짜리 MP3를 생일선물로 받고 그때부터 여러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요. 서태지의 음악과의 첫 만남은 6집 앨범부터 시작이였습니다.

어린나이였지만, 강렬하고 그루브있는 비트의 음악들을 접하니 음악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32mb라는 용량때문에 당시 저는 매일 컴퓨터앞에 앉아 좋다는 음악을 전부 구해서 매일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서태지의 7집이 발매되더군요. 7집을 처음 듣고 느꼈던 청량감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로나 빅팀같은 곡들은 저에겐 꽤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라 불호에 가까웠습니다만, 해피엔드, 라이브와이어, FM Business는 열심히 들었던 것 같네요. 그때부터 음악만 듣던 제가 열심히 과거 영상도 찾아보고 그가 하는 방송도 꼬박꼬박 챙겨보았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아버지는 연세대사태를 겪으며 노동운동을 하시느라 수배자생활을 하셨고, 종종 감옥에 다녀오기도 하셨던 시기였으니,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할 것이라곤 그런 것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서태지의 '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서태지의 '빠'가 된 채로 지금까지 왔네요.

-----------------

7집, 8집 때도 그랬지만, 그의 커리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안티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음악적으로' 평가하는 글은 몇 번 못 본것 같네요. 그래서 이번 활동간에 그의 음악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말로윈으로 어느정도 물꼬가 틔여진 것 같네요.

사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아이들시절이 그렇게 대단했다라는 것에 대해서 무심한 편이고, 한참 인터넷배우기가 붐이였던 시기에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서 서태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다수 접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그런 뮤지션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처음 들었을 때 '이게 왜?'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서태지가 들고오는 음악은 언제나 해외에서 유행의 끝물에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헤비리스너라면 마땅히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휴먼드림을 처음 들었을 때도 당시 일본의 시부야케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쉽게 질리기도 했구요.
까가 되신 분들도 아마 이런 이유때문에 유행을 선도한다는 서태지의 이미지가 싫으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지난 썰전에서 김구라씨와 허지웅씨가 서태지의 컴백을 두고, 이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라"라고 주문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언론의 노출이 그간 극도로 적었던 서태지를 보고는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사실 예능프로 출현을 제외한다면 3사에 케이블방송사에까지 꾸준히 무대에 출현한 서태지인데도!) 그러나 저는 자칭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서태지 그는 누구보다 "음악인"이거든요. 그것도 재능으로 하는 음악이 아닌 노력으로 하는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요.

서태지는 끊임없이 음악을 공부하는 듯 하고, 또 그 결과물을 보여왔습니다. 그가 꼬박꼬박 내놓는 신보들 뿐 만 아니라, 그는 그의 예전 노래들도 거의 전부 자신이 학습한 음악에 맞추어서 편곡하고 또 팬들에게 새롭게 소개합니다. 그의 이런 노력들을 보면 듣는사람마저 편집증에 걸리게 할 정도입니다. 그는 자신이 고민한 것을 게으르지 않게 충실히, 또 아주 다양하게, 많이 보여줍니다. 제가 아는 어떤 음악인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을 정도로요. 그야말로 "끊임없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준" 서태지입니다.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원곡)



(7집 컴백 당시)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7집 컴백공연에서 부른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는 완전히 코어로 탈바꿈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이 밤이 깊어가지만



(원곡)


(7집 제로투어 당시)


유명하죠?

난 알아요



(원곡)


(01 ETPFEST 당시)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원곡과 비슷한 태지의 화 당시 버전)


(8집 뫼비우스 투어 당시)



워낙 다양한 버전이 있는. 팬들도 헷갈릴 정도로.

환상속의 그대



(원곡)


(02 ETP투어 당시)



그의 이런 면을 쉽게 간과한 채 그의 음악적 성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이 듭니다.


서태지는 매번 그의 음악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서태지 그 자신을 들고옵니다.
그리고 서태지가 노래합니다. 그것도 매일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도 공감하시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정신인가.
14/10/17 08:55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생각하던 거지만 서태지야 말로 역조공의 대가(...) 라고 생각합니다.
콘서트에서 원곡을 변형한 곡을 안부른적이 있을까 싶은 정도...
포포탄
14/10/17 09:00
수정 아이콘
그것도 당시 들고 나온 장르적 이해를 바탕으로 편곡하죠.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전달이 제대로 되었을까 모르겠네요.
윤세나
14/10/17 09:00
수정 아이콘
썰전에서 저런 말을 했다구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크크크크크크 서태지만큼 음악과 노래에만 충실한 뮤지션이 있나요?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썰이라도 풀고 뮤직뱅크에 매주 나오기라도 해야한다는건가요?
진짜 황당하네요 크크크
포포탄
14/10/17 09:15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영상을 보고있는데, 대체적으로 신비주의를 까는거네요.
http://youtu.be/MZEdQt-g8Bk
F.Nietzsche
14/10/17 09:06
수정 아이콘
저는 서태지 앨범의 대부분 곡을 다 좋아하지만, 그가 콘서트에서나 특별 앨범에서 편곡해서 부르는 노래는 거의 과도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더라구요.
포포탄
14/10/17 09:12
수정 아이콘
정규는 조금 말랑하게, 특별앨범이나 콘서트는 더 매니악하게 바꾸는게 원칙같더라구요. 아무래도 정규는 대중도 노려야하니..
정작 까는사람들은 이쪽 버전을 안들어보고 약하다고 깠었죠.
화잇밀크러버
14/10/17 09:12
수정 아이콘
앨범이 나올 때마다 이전 앨범보다 이번이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만큼 시대에 맞도록 노력했다는 얘기겠죠.
그 시대에 유행하는 걸 만들었으니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장르마다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노력의 산물인거죠.

소격동 때문에 이번에는 아닌가 싶었는데 크리스말로윈 덕분에 또 기대하게되네요.

라이브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심포니의 아다지오와 이어지는 난 알아요입니다.
opxdwwnoaqewu
14/10/17 09:24
수정 아이콘
좋은 부분도 있고 싫은 부분도 있고
좋은 부분을 좋아하면 되고 싫은 부분을 싫어하면 되고

이제는 좋아할 기운도 없네요
학생 갓수 시절에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들을것처럼 제3세계 음악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이젠 멜론탑100도 다 못들을 정도...
이래서 듣던거만 듣다가 옛날사람 되는가 봅니다
카스가 아유무
14/10/17 09:44
수정 아이콘
서태지가 콘서트 할땐 제가 알기론 모든 노래가 조금씩 리뉴얼되어서 나오는걸로 알고 있구요. 자신이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매우 좋습니다.
롤하는철이
14/10/17 10:15
수정 아이콘
피쟐하면서 처음 추천을 눌러보네요. 저도 서태지와 아이돌 시절에는 워낙 어렸던터라 뭔이따위노래가...라고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R.ef를 좋아했다는.크크.) 그리고 솔로1집에서의 충격이후로 여전히 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만큼 이슈가 되지도 않고 티켓파워도 좀 죽은 것 같지만, 전 여전히 좋네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계속 좋은 음악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 벌써 콘서트네요. 논문듀랑 겹쳐도 갑니다! 크크.
네오크로우
14/10/17 10:16
수정 아이콘
고2때 처음 서태지와 아이들 나왔을 때는 진짜 미친듯이 노래도 좋고 춤도 좋고 미친듯이 좋아했다가 컴백홈 앨범에서 약간 응? 하고 해체 이후
솔로앨범부터는 그냥 취향과 먼 건지, 서태지 음악을 이젠 못 따라가는 건지. 그렇게 앨범 자체에는 그렇게 관심이 안 가게 되네요.
새로 나왔다고 하면 그냥 들어보는 정도??
지니쏠
14/10/17 10:31
수정 아이콘
썰전의 경우 김구라씨는 최근 서태지씨의 행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한게 맞지만, 허지웅씨는 노래하는 모습이나 보여줘라 라는 뉘앙스보다는, 서태지가 신비주의를 충분히 벗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기사들을 비판하며, 굳이 신비주의를 벗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고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뉘앙스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14/10/17 11:27
수정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일때 광팬
서태지 솔로 부터 관심 끊음...
8집부터 다시 관심 갖음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를 편곡해서 콘서트에서 했던것들은 저한텐 정말 안맞더군요..
원곡들이 락이 아니어서 그런지 리프와 코드 진행이 연달아 들으니 너무 졸립...
14/10/17 11:36
수정 아이콘
아이들 시절 광팬이였고 솔로 1집 시절엔 1년내내 그 테이프만 들었습니다. 고3때 공부하던 시절이라 가사가 안들리는 테이크 앨범이 공부하면서 집중하기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가사가 안들리는 장점이라고..크크

음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그냥 그때그때 나오는 인기가요 탑 100정도만 듣는 사람인데 그래도 서태지의 앨범은 나오는 대로 다 샀던거 같습니다.
팬이였던 의무감도 있었고 들으면 들을 수록 좋기도 했고요..
근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CD를 사면 잘 보관할 자신도 없고..듣지도 않을꺼라 그냥 스트리밍하고 음원을 다운받을까 생각중입니다...
리리릭하
14/10/17 13:06
수정 아이콘
서태지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라이브나 공연에서의, 서태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력하는' 뮤지션들의 철지난 노래의 현대화에는 강렬하게 반대합니다. 그때의 그 버젼으로, 그때의 그 템포로, 그때의 그 악기로, 될수있으면 그때의 그 목소리로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추억은 멜로디의 전개와 코드 진행, 가사의 일관성 뿐 아니라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닿아있거든요...
두괴즐
14/10/17 17:23
수정 아이콘
서태지를 접한 시점이나 그전까지 서태지에게 가지고 있던 인상이 저랑 거의 비슷하시네요. 제 때도 서태지는 진호형처럼 까는 맛의 대상이었고, 일음빠들과 함께 무작정 까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조금씩 지나면서 음악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고 여러 음악들을 접하면서 서태지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거든요.
두괴즐
14/10/17 17:25
수정 아이콘
마이클잭슨은 라이브 때 되도록이면 원곡에 가장 가까운 버전을 만들죠. 인터뷰 때 그러더라고요. 추억을 되살려주는 시간이 되고 싶다고. 반면 서태지는 그런 것보다는 자신의 최근 관심사에 맞게끔 편곡을 하는편이죠. 장단점이 있는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361 [일반] 금요일밤엔 수다다 종영했네요 [29] 리니시아6700 14/10/18 6700 5
54360 [일반] 여자사람 선물 추천해주세요! Re:네 [68] 삭제됨16248 14/10/17 16248 3
54359 [일반] 독일·네덜란드 폭주족 단체, IS 상대 전쟁에 참가 [21] swordfish-72만세7456 14/10/17 7456 0
54357 [일반] [기타] 소방관 월급... 수당 덜덜..jpg [107] 구름이가는곳15214 14/10/17 15214 0
54356 [일반] LG 트윈스가 4강행 막차를 탔습니다. [53] SKY926532 14/10/17 6532 0
54354 [일반] [연애] 잘못을 저지르고 2년 반 그리고 난 반년이 늦었다. -끝- [38] 놓치고나니사랑5027 14/10/17 5027 8
54353 [일반] 에볼라 해외 파견에 대해서 [201] 여왕의심복13051 14/10/17 13051 29
54352 [일반] [뉴스] 부산서 열리는 대형 국제회의, '에볼라' 비상 [33] ohmylove5063 14/10/17 5063 0
54351 [일반] 판교 테크노벨리 공연중 환풍구 붕괴 20여명 추락 [292] Typhoon20010 14/10/17 20010 0
54350 [일반]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도 다시 보자... [24] Neandertal5208 14/10/17 5208 1
54348 [일반] [왼손잡이] 아이의 글쓰기 고민 [51] 철석간장5621 14/10/17 5621 0
54347 댓글잠금 [일반] 박근혜 대통령 "에볼라 대응을 위해 국내 의료진 아프리카 파견" 발언 [329] 발롱도르15515 14/10/17 15515 3
54346 [일반] [야구] 삼성의 올시즌 총정리(기록) + 평가와 잡담 [53] classic4878 14/10/17 4878 6
54345 [일반] [야구] 개인적인 타이거즈 시즌 후기 [97] 네버스탑5341 14/10/17 5341 0
54344 [일반] 한 소년의 이야기 [28] Julia8057 14/10/17 8057 15
54343 [일반] 정부에서 담배 이어 타이어·양복도 개소세 부과 검토 중이랍니다. [60] 동지6690 14/10/17 6690 1
54342 [일반] [MLB] 월드시리즈 대진이 확정되었습니다. [24] ChoA4042 14/10/17 4042 0
54341 [일반] [피규어] 아마존 재팬발 재앙이 닥쳤습니다. [31] 김티모10509 14/10/17 10509 0
54340 [일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후원자 중 한명 [37] swordfish-72만세6467 14/10/17 6467 1
54339 [일반] [KBO] 이대형으로 보는 2014시즌의 타격 스탯 (前) [83] 콩쥐팥쥐6873 14/10/17 6873 1
54338 [일반] "이소연 박사가 먹튀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미안해야 할 일이다." [127] 발롱도르12186 14/10/17 12186 4
54337 [일반] 서태지, 그 자체로서의 서태지. [17] 포포탄5141 14/10/17 5141 8
54336 [일반] ISIL 과 이슬람 근본주의 [79] OrBef8551 14/10/17 8551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