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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8/19 18:49:01 |
Name |
등짝을보자 |
Subject |
[일반] 사랑에 그 어떤 말로도. |
2011년 가을.
우린 그렇게 알게 되었다.
널 처음 알고, 난 그렇게 좋아했던 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준플레이오프마저 건성 건성 보며 너와 카톡에 한창이였다.
그 뒤로 기아가 4강권은 커녕 꼴찌를 다퉜다는걸 알았다면 그 경기를 조금 더 열심히 봤을까.
너 와 난 참 맞는게 없었지만 이야기할 화제거린 하나만큼은 확실히 있었다.
기적을 노래하라. 슈퍼스타K3..
김예림을 열심히 응원하다 잔뜩 삐진 너를 달래려고 고생했던 기억.
강승윤이 그리 멋있다던 이야길 듣고 어 넌 왜... 이랬지만 조금 더 나이많은 내가 참아야지 했던 기억.
울랄라세션 어마어마하지 않냐는 이야기.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 중에 우리가 제일 좋아했던 팀은 역시 버스커버스커.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경연곡은 장거리 연애였던 우리의 마음이 담긴 '정류장'이란 곡이였다.
'저 멀리 가까워 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그래 나는 그대여서 고마웠던 것 같다.
시간이 더흘렀다. 우린 다투기도 했지만 사랑했고. 옅은 분홍 빛은 진해져갔다. 우리 사이 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꼽자면
아마 이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즈음에, 버스커버스커는 1집앨범을 발표했다.
여물지 않는 봄 기운을 가득 담겨 주었던 벚꽃 엔딩. 리드미컬한 노래 첫사랑.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그 곡. 여수밤바다.
노래방에 가면 이 노랠 불러주었을 때, 네 그 마음을 담은 깊은 눈동자가 일렁이며 날 바라봐 준 건. 아직도 간간히 꿈에서 나올만큼
내겐 아름다운 장면이였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며 우린 아주 많은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정말로 사랑한다면 기다려주었을 것을 아마 우린 인연이 아니였던 모양인지
많은 다툼 끝에 지쳐, 결국 헤어졌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버스커버스커의 앨범이 나오고 근 일년이 지나갈 무렵이였다.
벚꽃 엔딩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건 우리 사랑의 엔딩 곡이 되었다.
너를 지우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지만,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왜일까. 네가 나와 오래 지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미련일까.
사귄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널 잊는 걸까. 반 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었다.
네 기억들은 스산한 가을 바람마냥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버스커버스커는 2집을 발표했다.
'어눌한 목소리와
어색한 표정 그 말투는
네게는 익숙해질 그리운 모습이란 걸 넌 알고 있니'
수 십번을 널 그리는 꿈을 꾸었고, 세지도 못할 만큼 너를 마음속으로 되내었다.
분명 난 그리워하고 있었다. 너를.
기억은 추억이 되고, 또 다른 봄이 왔다. 다시 벚꽃 엔딩은 들려왔고 그리움마저 추억이 되어갔다.
기억이 안났다는 건 거짓이지만. 예전만큼 아련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았다.
몇 번의 사랑이 왔고 그만큼 떠나갔다.
점점 더 널 기억하는 주기가 길어져 갈 즈음 장범준의 새 앨범이 나왔다.
거짓말처럼 너와 사귄 날보다 너와 헤어진 날이 더 길어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을 때였다.
헤어짐을 담은 비장한 곡보다, 사랑스런 노래보다. 이 노래가 내 귀를 휘감았다.
'사랑에 어떤 말로도'
문득 네가 생각나서 연락 한번 해보았다고 할 뻔했다.
우습지도 않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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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와의 질긴 인연은 구회말 투아웃 까지 가네요. 크크.
정말 연락할까봐 여기서나마 찌질거리니 참 마음이 편해지네요.. 하하.
저 말고도 버스커버스커와 관련된 연인(이였던)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만 이러는거 아니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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