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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9 19:12
연대와 혁명으로 현대사에 있어서 크나큰 변화를 일궈낸 우리나라인데 되려 연대에 대한 비관론과 무용론이 지배하는 것을 보며 신자유주의 시대가 얻은 문화와 정치에 대한 헤게모니, 이를테면 경쟁,업적지상주의와 실용주의같은 것들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특히 요즘 비정규직이나 노동자, 대안경제와 신자유주의 비판관련 책들을 탐독하는 입장에서 꼭 읽어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14/07/29 19:38
현대사의 시각에서 보자면 nickyo님 말씀처럼 크나큰 변화를 일궈낸 것이 맞지만 역사 전체로 보자면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같은 경험이 없는 우리 사회의 혁명과 연대의식은 보잘 것 없는 수준, 혹은 아직도 태동기에 머물러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사회의 연대의식이라는 것이 결국 노동자로서의 스스로의 위치와 존재를 자각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홍세화가 말하는 프랑스 사회와 우리사회의 노동자 의식 혹은 시민 의식의 간극 혹은 차이는 이른바 넘사벽이겠죠. 시민의 손으로 전제왕권을 끌어내린 경험이 없는 역사,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과 이에서 비롯된 레드컴플렉스,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지역주의 등이 결국은 이러한 연대의식 약화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는 다르게,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 '비록 불편하지만 그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응원하겠다'라는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특히나 젊은 층들 사이에서) 부쩍 많이 형성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성숙에 홍세화씨와 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의 노력도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보여지고요.
14/07/29 20:41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분단국가와 반공주의 특수성에의해 좌파정치 자체가 없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연대에대한 시민의식이 굉장히 강한편이었다고요. 오히려 지역주의, 적자생존 경쟁지상주의, 자유주의를 통한 연대의식 약화는 90년대 삼당합당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왕권을 무너뜨리고 시민혁명과정을 통한 근대화가 없다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치열하게 항일민중연대의 역사가 어느정도 그를 대행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정치지도 자체가 프랑스의 좌우파 개념과는 다르게 변형되어 구성되었다고 생각하구요.
노동자 인식과 관련해서도 사실 이정도의 경제발전속도와 더불어 이정도로 치열하게 싸우고 결과를 얻어내온 노동자계층을 생각하면 그게 과연 많이 낮은 수준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에 대한 상대적 인식차이는 심했지만 노동자계층 자체의 싸움은 상당히 활발했으며 그 역량도 열등하지 않았다고 여기고요.. 모바일에 일중이라 좀 두서가 없는데...여튼 지역주의나 개인주의 연대약화등은 1990년대 이후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14/07/29 22:04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어떤 말씀이신지 잘 이해했구요. 제가 볼 때는 경제사회적 관점과, 정치사회적(혹은 사회문화적) 관점의 차이라고 보여집니다. 우선 연대의식이 싹트기에 무척이나 척박한 역사적 환경과 토양이었다는 사실은 nickyo님이나 저나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인 것 같구요. nickyo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연대의식은 상당히 강했다. 다만 90년대 신자유주의와 외환위기 등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연대의식을 약화시켰다.' 라고 보시는 시각인듯 합니다. 저는 좀 다르게 보는 것이 90년대 이전 그러니까 해방이후 군사정권을 거쳐 지금까지 연대의식이 싹 틀 수 있는 토양 자체가 전무했다 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노동자로서의 자각을 통한 연대의식도 매우 약했다고 보는 입장이구요. 이는 80~90년대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 부분은 잠시 후 언급하겠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일제강점기 항일민중연대, 더 나아가서는 군사정권에 대항한 민주화투쟁은 우리가 논의하는 연대의식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항쟁의 과정은 '나도 똑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라는 연대의식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니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연대, 폭압적인 군사정권 하에서 생존권을 지키고 민주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이른바 민족적 차원 혹은 생존을 위한 민주적 연대이니까요. 항일독립운동 앞에, 그리고 민주화투쟁 앞에는 좌-우도 NL-PD도 다 의미없었죠. 그당시에는 이념에 관계없이 모두가 연대하고 하나로 뭉쳤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서의 단단한 연대가 제가 생각하는(혹은 저와 nickyo님이 논의하는) 현대적 의미의 (이른바 프랑스식의) 시민 연대의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들만 해도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과 무척 달랐습니다. 지금이야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과거에 비해)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불편을 감수하는 연대의식이 어느정도 싹 터 있었지만, 70~90년대만 해도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노동운동에 대한 군사정권의 호도와 수구언론의 빨갱이 덧칠에 의해 색안경이 덧씌워지기 일쑤였고 노동자들과 일반 서민들 사이의 작지 않은 간극이 존재했으니까요. 80년대의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노동운동 내부의, 그러니까 노조간의 연대를 통한 활발함이었을 뿐 (대학생, 지식인 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들의 적극적 연대를 이끌어내진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례로, 전교조가 출범했던 89년부터 합법화된 99년 이후에도 전교조하면 빨갱이 집단으로 규정하며 "너네가 무슨 노동자냐"라며 교사집단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던 사회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이 그 시대였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시각은 일부지만 여전히 남아있죠. '교사=노동자' 임을 부정하던 사회 전반적인 당시의 인식은 신자유주의적 물결, 혹은 외환위기로 인한 경쟁지상주의와는 크게 관계가 없었으며 오히려 그 이전부터 팽배해온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 즉 그릇된 노동자의식과 연대의식을 보여줍니다. 즉, 블루 칼라만이 노동자이고 그 외의 화이트 칼라를 포함한 일반 서민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은 해방이후 군사정권 시절부터 최근까지 줄곧 팽배해왔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과거 정권에서는 노동자라는 말대신 근로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노동자 계층을 이간질 시키고 또 고립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도 했구요. 결국 이러한 연대의식의 약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근현대사 속에서 지속되어온 국가주의 공교육과 언론 통제, 그리고 분단으로 인한 반공주의와 레드컴플렉스 등에 있다고 봅니다. 서민들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쟁 위주의 국가주의 공교육, 그 위에 덧씌워진 노동운동에 대한 종북주의 프레임, 그리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들의 선동이 (군사정권 시절의 활발한 노동운동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인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연대의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이죠. 여기에 말씀하신 90년대의 신자유주의 물결과 외환위기가 더욱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구요. 즉 nickyo님이 말씀하신 90년대의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이러한 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더욱 강력한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전까지 성숙해져 있던 시민들의 연대의식이 90년대에 급격하게 무너져내렸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원래 약했던 토양을 더 뭉개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전 생각해요. 결국 nickyo님께서 90년대의 사회경제적 변화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계신다면 저는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정치사회적(혹은 사회문화적) 토양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저의 생각(연대의식과 공교육의 상관관계)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는 블로그 글이 있어 소개드려봅니다. 저는 꽤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어요. 이것이 아마 연대의식에 대한 한국과 프랑스의 사회문화적 토양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http://blog.daum.net/parismadame/8792448 더불어 신문 기사 하나 더 링크할게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ansong2&logNo=130017520484 이 기사 중간에 손석춘 대표가 언급하는 '노동계급의식의 부재'가 바로 제가 생각하는 노동자 연대의식 약화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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