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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10 09:22:05
Name Acecracker
Link #1 http://longlive.tistory.com/m/post/586
Subject [일반] 주인의식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동네가 있었어요.
길은 오르막에다 험하고, 쓰레기가 굴러서 냄새나며, 밤이면 쓰레기 더미를 파먹는 동물들이 울부짖어서 잠도 잘 수 없는 곳이었어요.
여느 날처럼 집 앞에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어머니에게 아이가 말했어요.
"우리 동네는 우리가 아껴줘야 하지 않아요?"
이 생각은 아이의 부모님을 통해 온 동네 주민들에게로 퍼져나갔어요.
"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꿉시다"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는 치우는 날짜를 정해서 버리고, 노상 방뇨를 하지 않고, 벽에는 예쁜 벽화를 그렸어요.
그렇게 모두가 매일 매일 열심히 노력하자 동네는 점점 살기 좋은 곳이 되었어요.
아이는 자기의 우리동네가 자랑스러웠어요.
아이의 우리동네는 더 이상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동네가 아니었어요.
그 동네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집주인도 포기했던 집들이 가격이 올라갔고 몇몇은 비싸게 팔았대요.
그 집에 살기 위한 월세가 올라갔어요.
예전 동네 주민들은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었어요.
아이도 그렇게 남의 집에서 쫓겨났답니다.

회사에 들어가 시키는 일만 하던 아저씨가 있었어요.
아저씨는 '내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고용되어 명령받은 남의 일 해주는 게 아닌 내 일, 내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아저씨는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일 했어요.
아저씨는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달려 나갔어요.
밤낮없이 일했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났어요.
말로 다 하기 어려운 노력을 쏟아 키운 가게를 아저씨는 내 생명과도 같다고 말하곤 했어요.
가게는 점점 번창했어요. 멀리서도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가게세 재계약을 해야하는 시점이 왔어요.
건물주가 가게세를 다섯배로 올려달라고 했어요.
옆 건물주는 여덟배도 불렀다고 해요.
아저씨는 가게를 문닫고 나가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당연히 빚더미에 올랐지요.
아저씨는 자기가 그때까지 열심히 했던 일이 '내 일'이 아니라 남의 것을 대신 꾸며주는 남의 일을 한 것이었단 걸 알았답니다.

그 날도 학교에선 선생님이 병아리같은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아니?"
"저 알아요. 공산주의는 일을 열심히 해도 모두가 똑같이 나눠갖으니까 모두가 게을러져서 망한거에요"
"참 잘했어요~ 내가 한 만큼 갖을 수 있으니까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것, 이런 걸 주인의식이라고 한단다.
주인의식이 없으면 망하게 되는 거에요. 다들 알았죠?" "네-"
그렇지만 자기 가게를 차리고 일하는 사람의 주인의식 조차도 자기 꾀에 자기가 속은 게 되는 지금
주인의식을 갖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몇명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만드는 자본주의의 장점은 이젠 온데간데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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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cracker
14/07/10 09:40
수정 아이콘
함께 생각해보기 : 자기 일을 하시는 분 손들어보세요.
절름발이이리
14/07/10 09:42
수정 아이콘
유리한
14/07/10 09:55
수정 아이콘
Red_alert
14/07/10 10:20
수정 아이콘
별지기
14/07/10 09:40
수정 아이콘
주인이 아닌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진게 문제.....
Acecracker
14/07/10 09:41
수정 아이콘
주인의식이 없는 자본주의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게 더 문제.
별지기
14/07/10 09:43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가치가 자본에 예속되는게 더 문제.
14/07/10 11:07
수정 아이콘
주인인 사람들이 주인의식 가지고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가치 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고 본인의 주인권력만 누리려고 하는 것도 문제 ..
14/07/10 09:41
수정 아이콘
아래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 글을 보고 바로 보게 됐는데..
음 하하 답이 안나오네요
절름발이이리
14/07/10 09:45
수정 아이콘
엄밀히 말하면 본문의 두 사례 모두, 자기 좋은 일을 한게 맞습니다. 동네를 꾸민 노력, 가게를 번창시키려 한 노력은 모두 자기 자신이 효용을 본 행위들이지요. 쫒겨난 시점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 좋아진 동네에서 살던 시절, 그 가게에서 이윤을 창출하던 시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본문과 같은 사례에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건물주로 상징하는 자본가 혹은 자본이 불로소득을 얻는것과 대비되어 아니꼽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동네를 방치하는 것이나, 자기 가게를 등한히 운영하는 것을 감수할 만큼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본문의 두 사례나, 그 외 대부분의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모두 자기 좋을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자원봉사가 아니구요.
더불어 자신을 위한 노동이 남 좋은 일로 이어지는 것은, 그러나 사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로 남의 남을 위한 노동으로부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으로 치환됩니다. 실제로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되는 기술발전과 복리증진은 모두가 누리게 됩니다. 물론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은 안되긴 하죠.
14/07/10 10:24
수정 아이콘
상대적 박탈감의 관점보다는 자본 수익률이 생산소득 증가율을 앞지르는 현상이 점점 넓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에 문제가 있는 거죠.
켈로그김
14/07/10 10:19
수정 아이콘
고용안정과도 같은 맥락이긴 한데,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투자양상은 달라집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영세한 상인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고 성장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 보다는 대기업용병을 선택한거지요.
(요즘 겜게에서 핫한 크킹2 연재글에서처럼..)

전체적으로 사회의 안정성이 낮아지는걸 체감하게 되는데,
개인의 생존전략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도태되는 사람에 대한 이 사회의 태도를 잠시 생각해보면 안습합니다.

점포를 차리고, 창업하고, 취업을 위해 전공과정을 수료하는건 일반적인 사람이 일생에 몇 번 선택할 수 없는 큰 기로입니다.
그 사람의 자질부족이 아니라, 자원과 기회비용을 엄청 잡아먹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한다면... 이건 생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지요.

뭐.. 그마저도 거시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겠지만, 저는 위기의 당사자들 편에 이입이 좀 더 됩니다.
14/07/10 12:04
수정 아이콘
이래서 브랜드가 중요한가봅니다.
아래 글에서 나오는,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하여 건물을 신축 내지 리모델링한 후 전대하는 형태의 사업은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기는 대신 꽤 위험성 있는 사업입니다(과거 아파트 지어대던 시절의 PF대출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잘못하면 투입비용이 몽땅 날아가지요. 건물주들이 전차인으로부터 직접 차임을 지급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받을 수 있는데도 전대인을 끼우는 건 그 때문입니다.
그 사업을 개인이 계획한 다음에 건물주를 찾아가면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고까지 생각할 겁니다(저도 몇몇 계약서를 보고 "이거 봉이김선달이 따로 없네" 싶었습니다). 건물주들 역시 위험부담을 안고 싶지 않으니 브랜드가 끼어야 믿고(설마 대기업이 돈 떼먹진 않겠지), 그에 따라 대기업만 진출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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