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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13 13:22:03
Name Neande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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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누가 진짜 살인 용의자인가?...


미국의 조지아주에 게인스빌이라는 마을이 있답니다. 지금은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가금류 산업으로 먹고 사는 곳인데 한 마디로 큰 치킨 회사들에 공급하기 위해 치킨을 가공하는 공장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주 예전에는 주로 흑인들이 치킨 공장에서 힘든 일을 많이 했기에 니거타운(Niggertow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베트남 전 이후로는 베트남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많이 몰려오면서 흑인들이 하던 일을 베트남 사람들이 맡아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985년에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Nguyen Ngoc Tieu라는 베트남 남자가 데비 롤린스라는 미국 백인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재판이 시작되었지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피고석에 앉아있는 베트남 남자를 향해서 범인이 바로 저 사람이라고 지목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피고석에 앉은 그 남자는 "Not me, not me!"를 외쳤습니다. 첫날 재판은 그런식으로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재판이 열리던 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증인들이 증인석으로 속속 불려 나와서 위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서를 하고 나서는 역시 피고석에 앉은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증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그때마다 그 피고석의 남자는 "Not me, not me!"를 외쳤습니다. 그때까지도 법정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베트남 남자의 "Not me!"를 "내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라는 의미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피고석에 불려 나온 남자는 살인사건 용의자 Nguyen Ngoc Tieu가 아니었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Hen Van Nguyen으로 그냥 평범한 절도범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내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어!"라고 외친게 아니라 줄곧 "나는 Nguyen Ngoc Tieu가 아니야!"라고 외쳤던 것이지요. Nguyen Ngoc Tieu를 변호하겠다고 나선 피고의 변호사조차도 피고석에 앉은 사람이 자신이 변론을 해야 할 대상인지 아니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배트남 사람들)은 전부 똑같이 보여서 말이죠"가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변명이었습니다.

나중에 진짜 Nguyen Ngoc Tieu가 법정으로 불려와서 다시 재판이 진행되었고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되게 되었습니다. 비록 앞 전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법정에서 엄숙하게 위증하지 않겠다고 증인선서까지 다 하고 난 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증언을 했음에도 말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많은 베트남인들이 이곳을 떠났고 그 빈 자리를 멕시코계 불법 이민자들이 메꾸게 되었다고 하네요...


왠지 웃기면서도 입맛이 쓴 건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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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덕후
14/06/13 13:3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킄

제대로 웃기네요
한달살이
14/06/13 13:51
수정 아이콘
다수가 소수를 압박했을때.. 소수의 의견은 너무 목소리가 작죠.

웃기면서도 요즘 느끼는 한국의 여러 상황들때문에.. 뒷맛이 많이 씁쓸하네요.

요즘 젤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나만 그랬나? 다들 그랬지.. 뭐.. 아니면 말고!!'"
츄지핱
14/06/13 13: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추리물인 줄...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일화네요.
14/06/13 13:55
수정 아이콘
비슷하다면 비슷한데.. 우리나라에서도 네팔 이주 여성을 정신병자로 취급해서 가둬놓은 일이 있었죠.
찬드라 쿠마리 쿠룽의 이야기입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B0%AC%EB%93%9C%EB%9D%BC_%EC%BF%A0%EB%A7%88%EB%A6%AC_%EA%B5%AC%EB%A3%BD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한번만 물어봤어도, 그녀가 6년 넘게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일은 아마도 없었을텐데 말이죠.
tannenbaum
14/06/13 14:03
수정 아이콘
6년 넘게 감금되어 있었는데 보상이 고작 2600만원이군요.
참...
14/06/13 14:24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요. 최저임금에 정신적 위자료만 따져도 억은 훌쩍 넘어갈거 같은데... 주거비랑 식비를 떼었나.. 그래도 너무 적은데.

그런데도 자신이 무지해서 그렇다며 한국을 원망조차 하지 않는 찬드라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4/06/13 21:22
수정 아이콘
2600만원이라니.....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있어서 이렇게 싼건가요... 정식 재판을 통해 수감된게 아니라서 그런건가요...
이쥴레이
14/06/13 15:30
수정 아이콘
와.. 이건 충격인데요,...
문학소년~*
14/06/13 17:02
수정 아이콘
이 사건은 영화로도 나왓죠
6개의 단편 영화가 담겨져있는 '여섯개의 시선'에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라는 에피소드입니다. 마지막에 실제 찬드라씨를 보러 가는데 참 씁쓸하더군요
14/06/13 17:05
수정 아이콘
넵. 저도 그거 보고서 올린겁니다.
치토스
14/06/13 23:07
수정 아이콘
그 분식집 아줌마도 참.. 그거 라면 하나 얼마나 한다고 경찰에 신고까지해서 일을 그렇게 만들다니..
Siriuslee
14/06/13 14:43
수정 아이콘
아니면 말고
커피보다홍차
14/06/13 14:57
수정 아이콘
씁쓸합니다...
꽃보다할배
14/06/13 15:34
수정 아이콘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서양인 개념에선 베트남 사람들 구분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사실 같은 동양인인 저도 잘 구분못하거든요. 그러라고 지문인식 등 여러 제반장치가 있을텐데 얼굴만보고 잡아서 법정에 세운다는게 쩝...
14/06/13 16:45
수정 아이콘
쟤네는 지문 따로 관리 안해서 그러는거 같아요. 특수직종이나 전과자 제외하고는 지문정보 보관 안하더라고요.
가장자리
14/06/13 18:01
수정 아이콘
인정신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헐….
마스터충달
14/06/13 19:24
수정 아이콘
누군지도 못알아보는 상황인데
후에 진범은 어떻게 유죄 판결을 받은거죠?
Neandertal
14/06/13 19:44
수정 아이콘
제가 읽고있는 책에서는 그 부분만 나오기 때문에 저도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범인을 특정할 기술력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일의 진행이 너무 편견에 젖고 안일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가장자리
14/06/14 03:11
수정 아이콘
http://www.scwu.com/news/static/107965197389965.shtml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둘 다를 아는 여인이 우연히 법정에 들어섰다가 엉뚱한 사람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바로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스터충달
14/06/14 03:37
수정 아이콘
제가 궁금한점은 피의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든 증언들은 효력이 없을텐데
진범인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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