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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6 20:32:41
Name 요정 칼괴기
Subject [일반] 선동이라는 레토릭의 아이러니성
요즘 정치글에 잘 쓰이는 선동이란 말.

사실 이 말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 한국 사회에서 이상하게 인기 있는 개념인 [비정치]가 가진
좋은 이미지를 이용하자는 거죠.

막말을 하자면 비정치적인 부분에 불결한 정치를 끌어들이냐 이 논리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기실 이말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아주 정치적 행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일단 해당 메시지가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으며

2. 여기에 대해 [선동]이라고 라벨링 하는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고

3.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정치적 의도를 좌절시키고 스스로의 의도를 관철하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죠.

즉 판단, 행동, 효과 모두 정치적 행위 입니다.

이런 특히나 상대방을 [종북] [진보], [좌파]라고 규정 짓기 때문에 상당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성을 가지고 있고
정부 욕하지 말고 야당성향을 욕하자라는 구체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비정치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정치적 목적 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정치성의 우위를 누릴 수 없는 입장인데 이걸 누린다는 말이죠. 이게 바로 선동이라는 레토릭이 가진
아이러니 입니다.

사실 그들이 이걸 선동으로 규정 짓는 건 [선동이라는 행태]의 문제가 아니라 [선동이라고 규정 짓는 메시지의 이데올로기 위치]
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이런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는 심각한 반 자유민주주의적 행태라는 거죠. 자유 민주주의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그 내용]이 아니라
[행태]에 의해 제한됩니다. 그런데 그걸 선동이라는 말로 막으니 문제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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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6 20:58
수정 아이콘
첫 플이라 조심스럽긴 한데,
제가 본 [선동]의 언급은 (적어도 pgr에서는) 레토릭을 씌우려는 쪽 보다는 그 반대쪽에서 훨씬 언급이 많이 되는것 같은데요.
한 분이 언급하면 서너 분이 그에 반하는 댓글을 달면서 언급하는..

댓글을 잠시 검색해 보아도 [선동, 좌파, 종북]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유저의 숫자보다 이를 비판하는 쪽에서 더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정치인이나 여당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언급하는것 같긴 한데 (sns나 일부 발언들에서)
현재 저 단어가 가지는 프레이밍이 비열하고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할 만큼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선동론]이 힘을 얻고 있는가에는 회의적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동론에 힘을 싣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제가 짧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요정 칼괴기
14/05/06 21:07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저랑 오호.님 간의 다니는 커뮤니티 관련 성향 차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뭐 사실 이건 저는 보수쪽에서 사용하는 걸 예로 들었지만 소위 진보에서 사용하는 걸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냥 선동이라는 말 쓰는 행태 자체가 문제인거죠.
노련한곰탱이
14/05/06 21:05
수정 아이콘
지금의 '선동'이라는 단어는 말씀하신데로 일체의 정치적 메시지를 데마고지화 시켜버리고 있죠.

이러한 경향이 극대화된게 08년 촛불 이후라고 봅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한 메시지의 확장과 그로 인한 시민들의 대규모 정치적 행위가 실제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나니 반대측 입장에서는 쉽게 말해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겠죠.

여차저차의 내외적인 문제로 촛불은 봄에서 여름까지 뜨겁게 타다가 식었고, 소위 촛불을 들었던 진영과 그 반대 진영에서는 이 촛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작업에서 촛불의 반대진영은 아주 신속하고도 맹렬한 공세를 펼쳤고, 도리어 촛불을 들었던 진영에서는 지지부진했죠. 마치 촛불의 마지막이 지지부진했던 것 처럼요. 촛불에 대한 반대진영의 규정은 명확했습니다.

[종북좌익세력의 (거짓)선동으로 인해 일어난 대규모 해프닝]

이 기억이 얼마나 아찔했던지 정부와 우익단체들은 이 메시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해놓은 08년 촛불에 대한 평가서를 만들어서 배포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소위 촛불을 주도한 단체들을 '조지기'시작하죠. 시위에서의 불법채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소환 및 벌금(혹은 구금)형이 맹렬하게 가해진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이전에는 데모를 나가도 잡히지 않으면 별다른 처벌을 받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게 된거죠. 08년 촛불을 일으켰던 각종 인터넷 토론의 광장들(대표적으로 다음 아고라)은 아주 빠른 속도로 분쇄되어 나갑니다. 정부에 밉보이는 인터넷 메시지들이 검열을 받기 시작하죠. 대표적인게 08년 말~09년 초 미네르바 사건입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더 강해진 것도 이 시기 이후부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종북'이라는 레토릭이 매뉴얼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물론 이 단어를 최초로 유포하신 조 모씨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진보정당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정리하면
1. 네트워크를 통해 나오는 반 정부적 정치메시지는 모두 '선동(데마고지)'으로 취급
2. 정치적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조직체(가령 진보정당, 전선단체라던가 시민단체같은)는 감시 및 사찰. 최종적으로는 와해될 수 있도록 할 것
3. 모든 반정부적 메시지는 친북적, 아니 종북적 메시지. 반 정부적 행위는 종북행위. 이런 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종북주의자=간첩=국가의 적.

여기에 진보진영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FTA를 놓고도 수십만의 촛불이 모일 수 있었던 정치적 전선은 후퇴하여 이제 기본적인 민주주의를 놓고도 수세에 몰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의 이런 규정짓기 식의 단어들이 힘을 얻게된 것은 이 연장선상이라고 봅니다. 최소한 08년 촛불을 받아내야했던 이들의 학습능력은 대단히 뛰어났고, 그것을 역공세로 밀어넣는데 성공했습니다.
14/05/06 21:35
수정 아이콘
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댓글을 다시 다는것 같지만,
과연 지금 [선동론], 즉 반정부 메시지의 스피커는 종북주의자와 간첩,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는 이론이나 주장이 국민들에게 설득되고 있나요?

고 연령대의 일부 유권자층, 여당의 보수정치인들은 그리 부르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을 대중이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여당을 지지하는 40%가 모두 저 선동론에 공감해서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닐테니 말입니다. 주위의 젊은 사람들만 그런게 아니라 20대 부터 5~60대까지 모두 그리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선동과 세뇌의 레토릭이 먹히고 있다면 (요 몇주간 누가 그 레토릭을 쓰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현재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이렇게 강하게 대두될 수도 없다고 봅니다.

아래 siul님께서 언급해 주셨지만,
선동, 수꼴, 좌빨, 종북, 일베충 등의 단어는 대립하는 상대의 메시지 자체를 차단하고 그 기저에 다른 의도가 있음을 규정해 버리는 단어들입니다.
그만큼 그 단어가 가지는 정치공학적인 매력은 더럽게 뛰어난 셈입니다.
이런 단어들의 전반적인 사용을 자제하고 선동이라고 선동하는 자들에 대한 메시지를 필터링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일 일찍 출근해야하기에 길게 토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련한곰탱이
14/05/06 21:50
수정 아이콘
어차피 이러한 정치적 레토릭이 의도하는 것은 이성적인 설득이 아닙니다.
간단한 수사를 통해서 그것이 광범위한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겁니다.
수치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제가 뭐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러한 수사들이 힘을 얻고 사용되고 있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세월호 관련하여 아직 이러한 색깔론 공세가 펼쳐지지 않는건 당연하게도 아직은 정부가 수세이고,
정부책임론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사건의 일방적 피해자들이며, 아직 뚜렷한 정치적 구호가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이 다수 국민의 조직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저들은 그렇게 합니다. 이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통하냐 안통하냐가 문제가 아니죠. 어차피 그들이 대중들로부터 원하는 건 이성적 혹은 논리적 납득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안을 극도로 단순화되고, 논리적 추론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루어집니다.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을 하고, 비문을 마음대로 공개하고, 증거를 조작해서 간첩혐의를 씌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식선에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지적하는 행위에 대한 프레이밍은 꾸준히 정치적인 수사로 이루어질 뿐이죠. 선동이다. 종북이다.

사실 주저리주저리 썼었지만 본디 하고 싶었던 얘기는 본문에 힘을 싣는 얘기였습니다.
이미 '선동'이라는 레토릭 자체가 지금 사회에서 상당히 '선동적'인 단어입니다.
14/05/06 21:25
수정 아이콘
pgr조차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원래 정치싸움은 내용 그 자체보다는 규정짓는 프레임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그로 인해 양측 모두 내용보다는 프레임을 짜고 이를 표현하는 레토릭을 가다듬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됩니다.

가령 예전에는 [수구], [수꼴]이 엄청난 힘을 가진 레토릭이었습니다. 보수는 좋은 것, 수구는 나쁜 것이라는 구호 아래 우리편은 중도를 기반으로 하면서 진보도 수용하고 보수까지 아우르는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상대편은 보수 아닌 수구일 뿐으로 낙인찍는 전략이 기가 막히게 먹혀들어갔죠.

그리고 한때 몇년동안은 [알바]가 만능의 검인 적도 있었죠. 이건 아예 토론 상대방 자체를 부정하는 겁니다. 그전까지의 좌빨, 수꼴은 정치적 견해에 따라 갈리는 양 쪽을 지칭하는 말이었고 그에 따라 어느정도 내용을 함의하고 있었던 반면, 알바는 상대의 주장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그냥 돈받고 남의 얘기를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행위로 본 거니까요. 그나마 [일베충]에 한풀꺾이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걸 보면 참 직접적이면서도 교묘한 레토릭인겁니다. [일베충] 역시 주장의 내용보다는 주장과 무관하게 특정 집단이 함유하고 있는 반사회적 행위를 공격하는 우회적인 레토릭인거고요.

이들은 반대편의 전통강자(-_-) [종북], [좌빨] 등과 함께 모두 토론 자체를 차단하면서도 스스로 정신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되어왔습니다. 결국 토론은 죽고 레토릭만 발전되어 온 셈이죠. 그나마 내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건 초기의 수구, 좌빨 정도일 뿐이고, 알바나 종북(통진당 건에 의해 새로운 성격을 얻었죠)에 이르면 토론 상대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결국 돌고 돌아 50년대 수준으로 퇴보한거죠.
요정 칼괴기
14/05/06 21:30
수정 아이콘
그게 진정한 문제죠.
선동 레토릭도 요즘 많이 보여서 그냥 하나 정하고 써본것일뿐
진정한 문제는 불관용과 소통 거부죠
SCV처럼삽니다
14/05/06 22:10
수정 아이콘
선동에 학을 때면서 합리적인 의문조차 일베충, 알바로 몰아가는 요즘 자칭 깨어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이제는 레토릭의 전쟁밖에 안남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주장이 많은데, 더이상 합리적인 판단은 안하고 니편내편 싸움만 하고 있는거죠.
애미야물좀다오
14/05/06 22:14
수정 아이콘
삭제(벌점 4점), 표현을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2막3장
14/05/06 22:26
수정 아이콘
의견 개진에 별 필요없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군요.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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