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엔 '응'자가 들어간다.
우리 형도 들어간다. 사촌형 이름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돌림자가 '응'자.
그래서 같은돌림자를 쓰는 친척들은 대부분 별명이 응가다.
뭐랄까 참 창의성이 떨어지는 작명센스가 아닐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응가라는별명을 학창시절내내 피해왔다. 초딩 저학년때부터 오락실에서 만나 친해진 22 년 지기 친구놈 하나만 가끔 그렇게 불러댄다.
근데 그마저도 나이먹고나자 본인도 유치하다 느꼈는지 야! 로 수정했다.
그럼 응가로 안불리고 뭐로불렸는지 궁금한 분들이 왠지 있을거같아 부연설명을 해보겠다.
어렸을때부터 유독 살이 없고 팔다리가 빼빼말라 아버지는 유아시절 날 황새라고 불렀고 초등학교에 입학 하고나서는 (그리 흔한 이름은 절대 아니건만) 동명이인이 있었기에 이름뒤에 원 투 로 구분되어 불러졌다.
아니면 잘생긴/ 못생긴 누구누구라던지...(누가 잘생긴인진 언급하지않겠다.)
중학교마저도 동명이인과 함께 진학했다만 다행히 같은반이 된적도 없었고 머리가 컷다고 생각했는지 원투로 나뉘진않았고 다들간단히 으응!!!!(악센트를 엄청줘서) 이라고 불렀다.
고딩때도 여전히 말랐던데다가 갑자기 키마저 183 까지 훌쩍 자라버리니 자연스럽게 젓가락.까락이.(가끔 모쿠진)라는 별명으로 변경되었다. 중딩동창들이야 여전히 부르던대로였고..
사실 가끔 응가라고 누가 말할때면 쿨한척하며 그녀석을 유치한 센스없는 녀석 취급을 하고 ' 제발 그따위로 부르지말아줘' 라고 간절히 빌었다. 물론 겉으론 티나지않았는지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이글은 딱히 어떠한 주제가없다. 말하고자하는바는 말하는 나조차도 모른다.
그냥 피지알의 정체성을 생각하다보니 응가얘길 하고싶을뿐.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나와 형은 목소리가 굉장히 흡사했다.
그래서 형 친구들이 전화를 해서 내가 받으면 착각하기 일쑤였다.
이얘기도 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하는거니 뜬금없음이라는 감정은 잠시 집어넣어주길바란다.
형 친구들은 날 응가라고 불러댄다.
난 응가가 아니다.당연히 응가의 동생이라 어필한다.
어림없다. 평소에 형은 내 흉내를 내며 친구들의 귀찮은 불러댐을 피한것이 분명하다.난 그들에게 그냥 거짓말로 친구를 피하는 싸가지없는 응가새끼다. 가끔 응가인척하며 쌍욕을 퍼붇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점은 사뭇 아쉽다.
중학교때였나 아직 인격적 성숙이 완성되지않은 시기( 왜냐면 그땐 똥꼬털이 없었으니까 )에 콩콩년 지기 친구와 하교중이었다.
그녀석은 일학년때같은반 이학년때 옆옆반 이라 이년간 같이 하교했다.
집에 가려면 무조건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 한개가 있다. 그러니까 이년간 난 그녀석과 함께 그횡단보도를 건넜다.
문제는 그횡단보도에는 애완동물센터가 있다는 거고 그녀석은 거기서 맨날 멍뭉이들이 싸놓은 응가를 가르키며 야 여기 너있다 며 낄낄 거린다는데에 있다.
물론 쿨가이 코스프레를 하며 방어해왔지만 서서히 멘탈은 찢어지고 있었고 ...그러던 어느날..결국 사건이 터져버렸다.
거 뉘집 종자 출타중인 견공 인지는 모르겠으나 외관상으론 말티즈같았던 작은강아지가 응가를 싸질렀고 그날도 여지없이 여기너있다며 날 놀리던 친구놈은 평소의 놀림에 바리에이션을 추가할 기회를 포착하고 야 얘가 너 싼다 며 낄낄거리고 있었고 서서히 멘탈이 금이 가던 중 그 망할 강아지는 자기가 배출한 응가를 직접 입으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요환 삼연벙하듯 기회를 놓치지않고 얔 크크크크 얘가 너먹는다 낄낄낖낄 거리며 뒹구는 친구를 보자 힘겹게 참아왔던 변의가 변기를 만난듯 빡침과 슬픔 그 외 온갖 한과 원망 분노등이 소용돌이 쳤고 결국 또르르르 눈물을 흘리며 때마침 켜진 횡단보도를 보고 미친듯 달렸다..달리면 우는지 미친사람인지 아무도 모를테니까..
그후로도 녀석은 날 응가라고는 불러댔고 나또한 여전히 쿨가이코스프레를 했지만 적어도 그 애완센터앞에서만큼은 깝치지않았고 나또한 그날의 일을 언급하진않았다.
때마침 불어닥친 리니지의 열풍과 연이어 불어닥친 디아블로광풍으로 우리는 서로를 임요정님 이기사님 임바바님 이네크님 등등으로 불러대며 현실과 게임을 혼동했다.
물론 난 자의적으로 혼동한척했을뿐 아주냉정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녀석의 단순함과 유치함을 맘껏 비웃으며 이 이야기는 끝이난다.
십여년간 녀석의 핸드폰에 내이름이 응가로 저장되어있는건 함정..
가게에서 장사하면서 폰으로 쓴글이다보니 온갖 문제점투성이일테고 더이상 글을 써나가기엔 바쁘고 손가락도 아프기에 여기서 이만 줄이도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