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2/19 13:47:07
Name 알고보면괜찮은
Subject [일반]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아십니까?
  어떤 사람A가 내게 어느 사람B의 욕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근데 그 이유를 듣자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무슨 사회 통념에 어긋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반 도덕에 어긋난 언행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A 본인 생각과 어긋난 짓을 했다는 겁니다.  원래 B는 이런 사람 아니냐.  그럼 이렇게 행동해야하는데 저렇게 행동한다. 고 말입니다.
  듣는 저는 대략 멍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고 또 이번 일도 그 사람 답게 한겁니다.   물론 A가 서운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지 마구잡이로 심한 욕을 퍼부어대고 악담을 늘어놓을 만한 짓은 아닙니다.
근데 중요한 건 저나 A나 B와 그렇게 각별히 가깝고 친한 사이는 아니라는 겁니다.  아니, 저희 그러니까 저와 A는 그 사람 얼굴과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B는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안녕하세요 얘기 좀 할까요
그렇게 나를 잘 안다고요
...
이름만 겨우 아는 사이에
어머나 그대랑은 정말
손끝만 스쳤다간 아주 난리 나겠어요

  가인의 이번 솔로앨범 신곡 '진실 혹은 대담'의 일부 가사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해대는 사람들을 향해 얘기하는 가사라는데 사실 이런 일은 유명하지 않아도(위에 예시는 유명인을 들었지만), 심지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납니다.

  참으로 황당스럽다 못해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나는 그냥 나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니가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느니 실망이라느니를 넘어서서 심지어 속았네 어쩌네 합니다. 근데 정작 나는 그 사람들 속인 적 없습니다.  연기도 한 적 없었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딱 잘라 말한 적도 없었죠.  그저 나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 사람들 하나하나 붙잡고 "그러니까 나다운 게 뭔데?"하며 중2병 클리셰스러운 대사를 내뱉고 싶은 심정일겁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봐왔던 가족들도,  심지어 나도 가끔 내가 누군지 헷갈리는데 당신들이 얼마나 나에 대해서 잘 아느냐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을 거구요.  심지어는 사람들마다 얘기가 다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 말이 맞다는 가정이 서자면 세상에는 이중 인격을 넘어서서 삼중, 사중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 하거나 아니면 도플갱어가 넘쳐나거나 최소 둘 중 하나겠죠.

  당신이 보는 나는 혹은 그 사람은 진짜 그가 맞는 걸까요?  생각해봅시다.  일부 단면만 보고 멋대로 상상하고 틀을 짜맞춰 멋대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단정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잘라버리려고 하지 않나요?  도대체 당신은 그 사람의 언행 어디에 화를 내고 있나요?  그 사람이 진짜 잘못을 저질러서?  아니면 당신의 상상을 파괴해서?
  
  단정(斷定)이라는 한자는 끊을 단 자에 정할 정자를 씁니다.  이대로 풀이하자면 정해진 대로 잘라버린다는 얘기죠.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멋대로 틀지어버리고 틀에 어긋난다고 팔 다리를 잘라버리지는 않는지 이따금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말이에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4/02/19 16:55
수정 아이콘
아무리해도 인간은 인간을 결론내릴 수 없죠. 인간이 우주를 결론내릴 수 없는 것처럼. 다만 우린 언제나 별자리를 관찰하며 선을 긋고 그 선들에, 면들에, 이름을 붙이죠.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최선의 행동이겠죠. 인간은 우주를 완벽히 알 수 없듯이 타인을 알 수 없으니 결국 어떻게든 갖고 있는 정보로 해석을 하여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를 만들죠. 네, 언제나 그 과정으로 부조리와 거짓과 폭력이 생깁니다. 그러니 모두가 모두에게 최선의 행동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어요. 폭력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지만, 최선을 다해 막은 폭력은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한 무엇일테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9957 [일반] Ten Vs. Nevermind 승자는? [37] Neandertal7002 14/02/19 7002 0
49956 [일반] 저녁의 아라타 12탄, 야생 너구리를 잡아오다(사진유) [8] AraTa_Higgs9524 14/02/19 9524 0
49953 [일반] 봄이 다가 옵니다! 같이 풋살 즐기실 분 없으신지요? ^^(3) [22] 하늘빛3101 14/02/19 3101 0
49950 [일반] 농구 좋아하시나요? 대관 관련하여 부조리가 핫 이슈입니다. [26] Kanoth8911 14/02/19 8911 1
49949 [일반] 새누리당 중진들의 잇따른 망발 [34] 어강됴리7299 14/02/19 7299 12
49948 [일반] '박주영-차두리 발탁' 홍명보호 그리스전 명단발표 [294] Jinx11434 14/02/19 11434 0
49947 [일반]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아십니까? [1] 알고보면괜찮은2753 14/02/19 2753 0
49946 [일반] 문자 보낼 때는 수신자 확인 철저히 [11] 당근매니아6152 14/02/19 6152 3
49945 [일반] 주먹이 운다 시즌3 보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8강전 리뷰 및 스포 포함) [13] 슈우5328 14/02/19 5328 0
49943 [일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는 지역 Top10 [20] 김치찌개5876 14/02/19 5876 0
49942 [일반] 미국에서 내구성이 가장 우수한 자동차 브랜드 Top10 [20] 김치찌개7421 14/02/19 7421 0
49941 [일반] 윤석민 입단식 사진.jpg [19] 김치찌개6962 14/02/19 6962 2
49940 [일반] 이상한 그곳 [19] 달콤한삼류인생5212 14/02/19 5212 2
49939 [일반] 그래도 삶을 긍정하기 위하여 [7] nickyo3958 14/02/19 3958 5
49938 [일반] Blade & Souls - 새로 시작하는 가난한 자의 이야기(스포주의) [20] 말랑4679 14/02/19 4679 2
49936 [일반] 박지윤/SPEED의 뮤직비디오와 바이브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9] 효연광팬세우실3858 14/02/18 3858 0
49933 [일반] 선행학습 평가금지법 교문위 통과 [124] Charles7352 14/02/18 7352 2
49932 [일반] 기아 용병 잡담 [26] 삭제됨4684 14/02/18 4684 8
49931 [일반] 아이를 키워 봅시다. [59] 영혼의공원5567 14/02/18 5567 2
49930 [일반] 실연한 남자는 고독하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1] 글곰4075 14/02/18 4075 7
49929 [일반] 페퍼톤스와 수상한 그녀의 표절 공방. [56] 도시의미학6944 14/02/18 6944 0
49928 [일반] 변호인 보고 왔습니다.(스포 있습니다) [4] 王天君3867 14/02/18 3867 14
49927 [일반] [MLB] 2014시즌 메이져리그 팀 순위 예상 30위~21위 [11] 레이드4462 14/02/18 4462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