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이상한 곳이었다. 살아오면서 접한 인연들중 나의 의지로 만난 인연도 있지만 운명적이거나 우연한 인연도 있기 마련이다.
이상한 곳과의 만남도 우연스런 인연이었지만 그것은 본능처럼 뿌리치긴 어려운 인연이었다.
어떤 우연한 한순간의 클릭으로 나의 명령이 나 보다는 똑똑하지만 할부금덕분에 나의 노예가 된 불쌍한 컴퓨터의 랜선을 타고 라우터와 서버를 거쳐 또 한 번의 반복을 거쳐서 모니터위 나의 내츄럴함을 나타내는 뿌연 먼지 아래 뚜렷하게 상이 맺힌다.
깔끔하지만 결벽증이 느껴지는 화면에는 약간의 글자를 제외한 그 나머지를 하얀색만으로 채우고 있다.
그 첫화면은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감이 빠른 분은 영자가 활자중독증에 빠진 덕후라는 것을 눈치챘겠지만...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얀색의 강렬함은 또 다른 추억을 불러온다.
글로벌한 삶을 살려고 찾아간 영어학원에서 눈 오던날 나와 눈이 맞은 그녀는 그린라이트가 어떤건지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남친은 미국유학중이었지만 그 순간 그녀도 나도 그런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새하얀 눈이 내리던 날 뽀얀 그녀와의 추억처럼 그곳은 나의 마음속 깊게 보이지 않는 진한 무늬를 새긴다.
이 혼란한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왜 이제서야 나의 눈에 띄었단 말인가?
여러 게시판이 있었지만 자게만 눈에 들어왔다. 논리정연하면서도 수준 높은 글들과 깔끔한 성향의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겉모습이었다. 정모를 하고 그 후기를 보기전 까지는 그곳의 정체성을 몰랐다.
두달이라는 시간을 조바심내며 가입한 곳이 이상한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곳은 겜돌이들과 오덕후들의 모임이었다. 겜돌이라니... 게임중독법이 나오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자들이 아닌가?
게다가 호전적으로 유명한 야덕과 축덕들도 그들 무리 중 일부였다.
인문덕후,철학덕후,역사덕후까지 덕후들의 소굴이었다.
심지어 똥글을 올리면 무조건 추천을 눌러주는 스캇덕후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스캇덕후들에게 추천을 받기위해 양심도 없이 친구의 소재를 팔아먹는 비열함을 가진 작자들도 있는 곳이다.
이런 덕후들과 어울려도 될까? 아니면 인정하기 싫지만 나의 정체성 또한 설마 덕후였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덕후이기 이전에 요즘같은 세상에 보기드문 상식을 가지고 제법 따뜻하고 매너를 가진 인간들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종족도 쿨하게 받아주는 곳이라면 꽤 괜찮은 곳이 아닐까?
다만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은 너무 바름을 세워 야성이 제거된 듯한 밋밋함이 느껴진다.
그 수위를 확인해 줄 용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벌점을 받아서는 안 되니...
주위에 이상한 그곳을 알려 표현의 한계를 확인시켜줄 불나방들이 필요하니 뜻이 있는 덕후들은
덕력 넘치는 불나방들을 소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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