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의 장거리 연애로 시작한 남자의 첫 연애는 장거리 시외 통화를 통해 끝났다. 우울함과 쓸쓸함을 이기지 못한 남자의 지갑에는 다행히도 만 원짜리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공부 잘하라고 멀리 고향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용돈을 들고 남자는 대학교 옆 바에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실연한 남자 특유의 우울함과 쓸쓸함을 힘껏 뿜어내면서 고독하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카디151. 스트레이트로. 숙련된 바텐더가 스트레이트 잔에 찰랑찰랑하게 따른 바카디를 내 왔다. 남자는 단숨에 들이마셨다. 알코올 도수 75.5%인 바카디가 남자의 입으로 흘러들어감과 동시에 남자는 입을 막으며 꼴사납게 기침을 해 대기 시작했다. 쿨룩! 쿨룩! 쿨룩쿨룩! 폐병환자마냥 격렬하게 콜록거리는 남자의 뒤통수를 보며 바텐더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한참 후에 간신히 진정한 남자는 힘없이 손을 들어 다시 바텐더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왜인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저기요. 남자는 조금 덜 고독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 온더락스 잔이랑 물 좀 가져다주실래요?
남자의 두 번째 연애가 끝나고 남자는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다시 바에 갔다. 예전의 교훈을 잊지 않은 남자는 우울함과 쓸쓸함을 있는 힘껏 뿜어내면서 고독하게 들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잭 다니엘스 온더락스요. 주문한 위스키가 나오자 남자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위스키를 홀짝였다. 주량이 소주 두 잔인 남자가 취하기까지는 위스키 온더락스 한 잔 반이면 충분했다. 술기운과 함께 감정이 스믈스믈 올라오자 남자는 바텐더에게 재떨이를 부탁했다. 바텐더가 재떨이를 내 오자 남자는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는 옛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꽂혀 있었다. 잠시 동안 우울함과 쓸쓸함을 뿜어내며 사진을 응시하던 남자는 이내 바 한쪽에 놓인 성냥을 그어 사진에 불을 붙인 후 재떨이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곧 남자는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사진을 태우면 독한 연기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사실을. 남자는 코를 막으며 황급히 재떨이에다 물을 부었지만 이미 바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바텐더가 이 새끼 뭐냐는 표정을 간신히 감추며 재떨이를 치웠다. 남자는 당장이라도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위스키는 한 잔에 칠천 원이었고 덜 마신 위스키가 아직 잔에 절반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애써 고독한 표정을 지으며 위스키를 홀짝였다.
ps1) 안타깝게도 100% 실화입니다.
ps2) 요즘 아내가 피지알을 자주 찾아보던데, 옛날 연애 이야기 썼다고 혼나는 건 아니겠죠?
따지고 보면 연애 이야기도 아니고 헤어진, 그것도 차인 이야기니 괜찮겠죠 뭐.
아무튼 마눌님 사랑합니다요 헤헤. 굽실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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