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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2 21:04
개인적으로 80년대생과는 달리 90년대생은 사회적 변혁을 운동으로 가꿀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세대라고 봅니다. 정확히 말하면 80년대 후반세대부터. 전자에겐 재난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해 개인의 살아남기에 주력한 세대다라면, 후자에겐 고착화된 고통과 시대적 희망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일베조차 이런 태생을 갖고 있다 생각하고 말이죠. 일베조차 뭔가를 하고 있죠. 가만히 있다가는 말라죽는 다는 그런 시대정신이 20대에 깃들고 있지 않나.. 뭐 막연한 추정입니다.
13/12/12 21:16
처음에 ..년생을 ..학번으로 잘못 보고 오역을 좀 했었네요. 그런데 그래도 꽤 부드럽게 읽힌다는게 함정. 뭐, 시대는 도는거죠.
여하튼.. 개인적으론 생각이 좀 다른게, 최근의 추세는 말씀하신 바처럼 희망의 부재가 발악으로 이어진다기보다는 피로와 절망, 순응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라고 보거든요. 일베의 행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존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파괴에 가까운 일탈과 거기서 파생되는 존재감 획득 정도가 목표라고 보여지고.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로 저 뉴스에 나온 소소한 액션들이, 실제로는 매우 미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고.
13/12/12 21:18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이 개인의 살아남기에 주력한다고 한들 생존의 확률은 터무니없이 계속 낮아지기만 하니까요.
비루한 잉여의 삶을 기다리는건 계속되는 비루하기 짝이없는 잉여의 삶일 뿐이니까요. 어차피 탈출구가 없는 세상이라면 통째로 폭발이라도 시켜보는게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을까요?
13/12/12 21:49
안녕들 하십니까!
의 마지막 문구에 울컥했습니다. 왜 뭔가 잘못되고 이건 아닌줄 알면서도분노를 감추고 울분을 삼키도록 된걸까요. 이 대학생의 글을 읽고 그 울분이 갑자기 올라왔네요.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13/12/12 22:48
나 살기 바빠 세상에 신경 못 쓴다고 하고, 또 윗사람들은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현 시점에서
저렇게 시간들여 주위를 환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생각과 일입니까? 물론 저렇게 대자보만 쓰고 끝일수도 있고, 해결책도 없이 감정에 호소한다는 비판을 받을수도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것 만으로도 학부생으로써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아무 생각없이 이 글, 저 글 퍼오고 영혼없이 좋아요 누르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진심이 느껴집니다(물론 모든 네티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13/12/12 22:51
지금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맞죠.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대의명분에는 무관심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정치적 현실이 자신에게 부당하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느끼는 순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수준의 역치를 넘는다면 분명히 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3/12/12 23:29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212214806277
껄껄. [고대 대자보? "비약만 있고 팩트는 부실"] 이라는군요. 제목만 봐도 신문사를 맞출 수 있는 이 매직.
13/12/13 00:21
12일 오전, 오후 내내 주씨는 대자보가 게시된 고대 정경대 후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안녕하지 못한 이들’과 함께 부당함을 외치며 14일 오후 3시 학교에서부터 서울역까지 걸어가는 행동에 동참하기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주씨는 오전 동안 혼자였지만, 학생들이 하나둘씩 멈춰 섰고 이날 10여명이 주씨 곁을 지켰다. 지나던 학우들은 주씨 등에게 각종 음료와 간식거리를 전하면서 “대자보를 읽고 희망을 봤다. 안녕할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기말고사 때문에 너무 바빠서 함께할 순 없지만 응원하고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눈이 내리자 핫팩이나 쓰던 우산을 건네기도 했다.
13/12/13 01:47
이런 방식으로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모습들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원래 의도와 전혀 다르게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보이는 이런 모습은 현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한편, 사실상 87년 항쟁으로 끝나는 과거에 대한 추억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과거처럼 거리로 나선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여 운동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그런 소망을 실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인데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죠. 완전 거꾸로,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든 과거를 반성하고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구체화시켜 소망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가령 철도가 민영화되는 이유가 단순히 새누리당이 뽑혔기 때문인가부터 생각해봅시다. 그들이 쓴 글에서 지적하는대로 이는 자본주의적인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본주의 압력을 과연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쉽사리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아니, 87년 이래 한국 사회가 흘러온 방향에 단 한 순간이라도 이탈이나 균열이 있었나요? 한국 사회에서 정치라는 이름 아래 펼치는 싸움은 자본주의가 작용하는 압력이 좀 더 빠르고 매끄럽게 작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 싸움에 참여하는 자체가 이 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근간인 것이죠. 얼마 전에 지젝이 강남에 와서 한 강연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렸길래 보고 든 생각인데, 지젝의 정치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는 글이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이 글에 대한 감상문을 써볼까 했는데 시간이 잘 안 나네요.
13/12/13 08:43
제가 지젝을 흥미롭게 따라 읽다가 그만 둔 게 결국 지젝의 주장은 '도래할 공산주의를 위해, 공부하자. 시민운동이나 대의민주주의에 미련 가지지 말고'로 요약할 수 있을 텐데요. 이게 굉장히 매력적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지금 도래한 폭력과 거리를 두고 골방에 쳐박힐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지젝 스터디를 한 우리 멤버들의 생각이 이런 쪽으로 많이 기울었고요. 저는 그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 편이라. 지젝이 제안한 근본적인 물음과 거시적 지향(공산주의의 실패를 성실하게 반복하자)은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도래한 수 많은 폭력과 차별에 대한 게릴라적 투쟁(시민운동 등)도 저는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지젝이라면 이러한 휴머니즘을 자본주의의 생명력의 한 수단으로 취급하겠지만, 그들의 사연을 손쉽게 외면할 수 있는 공산주의가 그렇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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