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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2 17:56
속도를 다투는 유동성 추구 거래가 많은 증권업계, 특히 프랍 쪽의 성향 때문에 이런 일은 생길 수 밖에 없죠.
프로그램 짤 때 여러명이 체계적으로 노하우를 쌓는 스타일도 아니고(외국은 그렇게 하더군요), 그냥 한 두명이 직접 짜서 돌리는 경우도 많구요. 시간과 자원이 많이 걸리는 안전장치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상,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업계 자체가 불황인데 안그래도 안 뽑은 리스크매니지먼트쪽 인력이 강화될 일은 없겠죠.
13/12/12 17:58
[체계적인 실시간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면서도 저도 뒤에 ?를 붙이고 싶었습니다.
13/12/12 19:02
우선 한 명 혹은 팀이 회사를 떠날 때의 노하우 유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은 그냥 들고 나가버리거든요. 남는게 없이 항상 제로베이스로 시작이죠.
13/12/13 01:51
이번 사건은 증권사의 자기매매 특성때문에 발생한 측면도 있습니다. 원래 일반 거래 계좌에서 주문이 나갈때는 당일 매매 손익과 시장에 나가있는 주문들의 총량을 감안한 사전 리스크 체크를 받아야만 하는데, 거래소 회원인 증권사의 자기매매계좌에서 거래가 나가는 과정에서 위의 과정이 생략되었죠. 총 10여분간 거래가 지속됐고 손해가 누적됐는데, 사실 일반 계좌라면 당연히 그 전에 거래 불가능 상황에 빠져서 400억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말씀하신바와 같이 해당 증권사 내의 자기매매팀에서 위험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주문이 나갈 수 조차 없었겠죠.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KOSPI200 상품을 거래했을 경우 오늘과 같은 수량으로는 증권사가 망할 정도의 손실이 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필 만기일에 가장 유동성이 부족한 인더머니 옵션쪽에 quotation에러가 발생하는 바람에 거래 한 건당 손실이 천만원 이상되는 주문이 수백건 이상 쏟아져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죠. 한국거래소의 비합리적으로 설정된 허수거래 규정때문에 지수옵션의 인더머니쪽 상품들은 시장조성이 잘 되어있지 않았었고, 따라서 오늘 이 사고는 위와같이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거 같습니다. 자기매매 실수한 해당 증권사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불합리한 제도가 늘상 있어왔고 그런것들이 사고를 키웠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13/12/12 17:57
베어링스 은행 사태도 (물론 닉 리슨이 나쁜 놈이었지만) 은행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죠.
세상일 다 마찬가지겠지만, 돈 놓고 돈 먹는 업계는 더더욱 살떨리는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금융업계 가기 싫습니다.ㅠ)
13/12/12 18:01
베어링스는 도덕적인 해이, 즉 휴먼 에러에 가깝다면 위 기사의 건은 시스템적인 에러에 가깝죠.
물론 둘 다 잘 관리하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만... 시스템적인 에러는 의도한 것에 가까워요. "더 빨리 (=이익을 위한 기회를 더 많이), 대신 에러의 위험을 감수" vs "안전하게, 대신 조금 늦게" 거의 대부분이 전자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선택하면 거의 이익 기회가 0이 되어버리니까... 결국 서로 거의 맨몸으로 큰 칼 휘두르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13/12/12 17:57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617876
관련 기사는 위 링크등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13/12/12 18:02
이번 건은 회사의 규모에 비해 액수가 커서 그런데,
사실 메신저에서 적어도 한두달에 한 번 정도는 "야, 터졌다"를 듣습니다. 굉장히 많아요. 휴먼 에러, 시스템 에러, 복합 에러, 비리... 뭐 많습니다.
13/12/12 18:09
요즘 여의도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은데... 창밖에 휘날리던 눈이 더 서글프더군요.
(누군가는 몇십억 벌고 기분 좋았겠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한맥증권 직원 분들이 안타깝네요.
13/12/12 18:10
사실 담당 매니저의 알량한 신의성실의무와, 선량한관리자의 주의의무에 그 막대한 돈을 맡길수밖에 없는것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한계이죠
실행해볼 엄두도 안나지면, 사실 저만해도 마음만 먹으면 50억쯤은 제계좌로 쏘고 도망갈수 있을지도 몰라요
13/12/12 19:16
요즘은 사고가 다 자동주문 때문에 나오는군요... 일반적인 프랍 딜러의 매매나 차트기반의 시스템의 경우 리스크관리팀에서 모니터링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데... 차익거래나 HFT 쪽으로 가면 주문이 너무 순식간에 발생하는지라 손 쓰기 전에 이미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 같네요..
13/12/12 20:03
한맥에 일한지 좀 되는 분을 알고 있는데, CME유로선물 좀 해보자고 자주 전화오다 한 3년 연락 끊겼는데 갑자기 전화해서 물어보는건
불난집 부채질이겠죠?...은선물 할려고 계좌트고 하루만에 마진콜 당한 분이 기억나는데, 저런 주문실수는 회사에서 구상권 청구;; 동양에 아는 친구도 연락두절이고 삼성, 대우, 하나, 한화, 교보증권 지인들도 요즘 같이 술마시면 제가 듣다가 짜증날 정도로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요즘 증권업계가 폭풍전야네요. 거래가 터지지도 않고, 수수료는 점점 더 인하되고(0.009?) 듣기론 한화는 40%이상 명퇴명단 작성한다던데.. 암튼 증권업계가 어떻게 환골탈태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들은 몸사리느라 고통스럽죠. 이런장에서 실적 쌓을려면 결국 자기매매 하게 될건데 말이죠. 베어링이랑 와이즈랑 한맥사건 다 성격이 다른거 같은데요?
13/12/13 02:00
와이즈에셋 사건은 도이치뱅크쪽 주문창구에서 옵션 만기일 동시호가때 만기 정산 가격을 움직이기 위해 대규모 매도가 진행됐고, 당시 풋옵션 매도포지션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와이즈에셋이 엄청나게 큰 금액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따라서 오늘 발생한 시스템 오류로 인한 quotation 에러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지요.
해외에서 유행하는 자동매매를 국내에서 시도함에 있어서,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회원사들이 무리하게 자기매매를 시도하는 경우. 또는, 대형고객의 주문을 빠르게 수행해주도록 편의를 봐주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해당 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알고리즘을 써서 자동적으로 거래 판단을 내고 수행하는 일이 리스크 관리가 상당히 세심하고 주의깊게 설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쪽으로 투자하려는 의지도 별로 없고 그래서 이런 큰 사고가 터지면 규제가 신설되고 당사자는 망하고 잠깐 주의하다가 마는 식의 땜질처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형증권사들이 정리되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피상적인 규제 말고 실질적인 감사 (예컨데 리스크 관리하는 자동화 로직의 검수라던지요)가 이루어지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이번 건으로 거래소 관련 규제가 합리적으로 바뀔지 지켜봐야겠죠. 공교롭게도 제 닉네임이 의미하는 상품에서 사고가 나서 기분이 묘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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