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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12 16:49:54
Name 세크리
Subject [일반] 민주주의의는 정의로운 체제인가
저 밑에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글(https://ppt21.com../pb/pb.php?id=freedom&no=48438)을 보고 대략적인 현대 철학과 민주주의가 정당성을 얻게 된 과정, 그리고 다른 체제와의 차이점, 한계 등등에 대해서 한번 논의를 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원래대로라면 댓글에서 논의하는게 맞을지도 모르나 글도 길어지고, 저 글의 논의 방향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1. 민주주의는 단순히 체제일 뿐인가
민주주의가 성립된 과정을 보면, 이렇게 쉽게 말하는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논의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해 왔습니다. 이렇게 확립된 정당성에는 효율성 적인 측면 뿐 아니라, 정의로운가? 선인가 등등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국가'라는 것 자체의 정당성이 없던 시기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말하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이야기 하면서, 국가라는 것이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정당성이 갖춰졌습니다. 이에 나온것이 바로 '사회계약론'입니다. 다들 알듯이, 국민들은 국가가 없으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일종의 암묵적인 계약을 통해서 국가라는 것에 동의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홉스는 이것을 왕권의 강화를 위한 논리로 썼지만, 후에 존 로크가 이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게 됩니다. 로크의 말은 이렇습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합의에서 나왔으면, 국민은 국가가 맘에 안들면 바꿀수도 있지 않은가?' 이것이 로크가 이야기 한 국민주권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이 됩니다. 로크가 1704년에 죽은것을 생각하면, 어디서 '나랏님이 하신다는것을 국민들이 반대해?'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아직 1600년대에 살고 계신것과 다름이 없는거죠.

민주주의의 원칙도 이러한 논의로 부터 나오게 됩니다. 로크의 논의에 따라서 주권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기 때문에, 국민들이 투표를 해서 정권을 정하게 됩니다. 완전한 직접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다수결이 되는 선거가 있게 되지만, 민주적인 정당성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소수 의견을 존중을 해야 하게 됩니다. 만약 소수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 소수들이 따로 나라를 만들어서 독립을 하겠다는 주장을 할때, 이를 저지할 정당성이 희박해 집니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 선거에서 세 후보가 나와서 40%,35%,25%로 득표를 하였고, 1위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3위한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적인 과제를 지속적으로 탄압을 했다고 생각 해 봅시다. 그렇다면, 3위한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은 우리는 우리 의견이 25%정도는 반영되길 원하는데 실질적으로 반영이 안되고 있다. 우리는 그냥 따로 나와서 새 나라를 만들겠다 라고 하였을때, 민주주의의 원칙은 이 주장을 옹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는 공정해야 하며, 소수 의견을 존중을 해야 대의민주주의가 정당성을 잃지 않는 겁니다.

일렬을 역사적인 과정을 볼 때, 국가에 '사회계약론' 말고 다른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법이 없는한, 국가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 민주주의는 선택이 아닌 거의 필수 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대체 가능한 '단순한 체제'라고 말하는 것은 400년간 논의된 수많은 민주주의의 사회학적 정당성을 보지 않겠다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확립된 정당성 때문에 전체주의 사회는 민주주의자를 '체제에 위협이 된다'라고 죄목을 붙여서 잡아다 넣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체주의자들은 전체주의 정당을 만들수 있는 겁니다.

2. 선악의 개념은 항상 주관적인가?
한창 상대주의가 잘 나가는 철학일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사그라 들게 되었습니다. 뭐 이유야 많겠지만, 상대주의 철학은 간단히 모든것을 설명하지만 모든것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A와 B가 싸웠어. 누가 잘못했을까 라는 간단한 물음에도 상대주의적으로는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 하면서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상대주의자는 상대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도 비판하지 못합니다. 상대주의적으로 그 사람도 인정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이와 더불이 많은 연구자들이 보편적인 원칙을 찾아내어 그로부터 선악, 크게 말해 정의로운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유명한 사람으로는 롤즈가 있죠. 예를들어 RPG를 생각해 봅시다. 근데 이 RPG는 엄청 특이해서, 이미 다 이루어진 세상에 주사위 굴리기를 통해서 역할만 정한다고 해 봅시다. 운이 좋으면, 돈이 많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의사가 될 수도 있으며, 운이 나쁘면,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길가에서 구걸하게 될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일단 역할을 임의로 지정이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사위를 굴리기 전 참가자들이 모여서 이 게임 내의 세상에 적용되는 체제를 정한다고 생각 해 봅시다. 이렇다면 참가자들이 가장 처지가 좋지 않은 역할이 되도 충분히 살아갈수 있는 체제를 원할 것입니다. 롤즈는 이를 인류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가장 처지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가장 많이 돌아가는 것이 정의로운 체제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롤즈는 스스로의 정의관에 따라 정치적 자유주의라는 철학 내지는 체제를 제안을 하였습니다. 이 정치적 자유주의도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포함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롤즈 뿐만 아니라, 현대 정의에 대해 말하는 철학자들중 많은 수가 민주주의가 정의로운 정치체제에 가깝다고 대부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문제와 발전하는 방향에 대해서 조금씩 견해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결국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와 선악은 상관 없다는 것은 이런 논의들을 반박하지 못하는 한, 100년 이상된 철학의 논의들을 그냥 무시하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3. 대의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공고화
앞서 길게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어디서 뚝 떨어진 철학이 아니라, 수백년동안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서 정당성을 갖추어 이루어 진 정치체제 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흠집내려는 사람들 몇몇으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힘으로 이루어 지는 체제인 만큼,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민주적으로 행동을 해야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는 완벽한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대의민주주의는 '투표'라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방법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절차적 방법이 실제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투표의 공정함이 담보 되는게 첫번째고, 소수파라도 다음에는 선거에 이길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통합하는 의견수렴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두번째 입니다. 현재처럼, 선거개입이나 하고, 소수라고 의견을 맨날 무시하는 형태는 집권당의 횡포 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정당성도 스스로 해치는 일입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는것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얻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이를 이해 해야 더 높은 민주주의를 이룩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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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2 16:54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쓴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세크리
13/12/12 17:2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지스
13/12/12 16:55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세크리
13/12/12 17:2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여러분
13/12/12 16: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세크리
13/12/12 17:2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마제카이
13/12/12 17:0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음 민주주의라.. 어찌보면 인간의 불완전 성을 인정하는 한에서 최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불완전하기에 그걸 보완하고 고칠 틀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이겠죠..
세크리
13/12/12 17: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지상낙원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많은 아나키스트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주장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것이죠. 결국 인간사회는 국가를 가지고 체제를 가질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민주주의가 그중 가장 나은 체제이겠죠.
멍뭉이
13/12/12 17:11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 가끔 '날 로그인하게 만들다니...' 라는 댓글을 가끔보는데 지금이 딱 그 표현이 맞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세크리
13/12/12 17:3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3/12/12 17:26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갑니다. 문명게임에서야 민주주의가 유리할 것 같으면 선택하고, 아니면 그냥 군주제나 공산주의로 가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지만, 실제 민주주의는 게임처럼 그냥 마우스 클릭 하나로 선택된게 아니죠. 이삼백년을 걸쳐 고군분투했던 사람들 위에 간신히 세워진 것인데, 그냥 '수많은 정치체제 중 하나다.' 라고 딱 잘라서 정의해버리면 그들의 추구했던 이상과 희생이 너무 무가치해질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절대선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정의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人在江湖
13/12/12 17: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3/12/12 17:35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는 왕을 귀족이 귀족을 브루주아가 견제하던 수단들이 종합된 것인데 민주주의가 과연 정당한 체제인가를 물을 왕과 귀족은 이제 없죠.
민주주의는 정당하면 지지하는게 아니라 지지하면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지지율 떨어지면 내각제는 국회해산으로 정권 무너지죠 정권이 지속될 정당함이 없죠. 그리고 지지율은 과정의 공정함이나 소수파희망외에 경제나 외교안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13/12/12 17:36
수정 아이콘
다른 말이 생각안납니다. 잘 읽었어요.
달콤한삼류인생
13/12/12 17:47
수정 아이콘
홉스와 로크 그리고 루소로 이어지는 족보가 만만한게 아닌데...
왜 양반들이 족보를 소중히 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족보만 펼쳐도 오금이 지리네요.
목화씨내놔
13/12/12 17:56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쓰셨어요.
신세계에서
13/12/12 18:1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12/12 18: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에서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미카엘
13/12/12 18:2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비욘세
13/12/12 18:28
수정 아이콘
현실적인 논의가 아닌 이상적인 논의로 들어가보면 사회계약자체가 허구라는 점이 분명 있습니다. 사회계약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죠.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생존에 위협이 되기에 계약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인거아니겠습니까. 어떤 공동체가 될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강제계약된거죠.
게다가 대의 민주주의의 헛점들을 끝가지 파고들면 현실이라는 답 외에는 대의민주주의를 지속할 근거는 사라집니다.
세상의빛
13/12/12 18: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좋은 생각 잘 배웠습니다.
저글링아빠
13/12/12 20:08
수정 아이콘
쓰신 내용은 고전적인 민주주의 이론입니다만
비욘세님 말씀대로 민주주의에 정당성의 옷을 입히기 위한 원론적인 이론일 뿐 현실에서 행위의 지표로 삼기는 무리인 면이 많습니다.

그것보다도 전 저 아래 퐁퐁님 생각이나 세크리님 생각이나 별로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진 않는데요.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모두 서로를 존중하기로 하자. 하지만 일단 잘못한 건 먼저 맞고 시작해야지. 이정도 아닌가 싶은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노션에는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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