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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27 21:06:39
Name 바닥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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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3개월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인턴을 끝내면서




H중공업 인턴으로 9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기 시작해서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가기 전날이라 현장은 바쁘지만 저는 좀 한가해서 지난날을 정리하는 겸해서 글을 적어봅니다.

1. 사우디 날씨

저는 Ju'aymah 라는 지역에 있는 열병합 발전 플랜트 현장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40도에 육박하면서 더웠는데 요즘 아침, 저녁은 18도까지 내려가면서 춥습니다. (낮에는 약 30도) 숙소에 나오는 YTN 뉴스에 나오는 한국날씨를 보니 눈이 내리고 엄청나게 춥다고 하는데 이곳 온도에 적응되었다가 한국 돌아가면 얼어 죽을 것 같네요.

2. 땅과 사람들

사우디아라비아는 면적은 2,149,690km² , 전 세계 13위입니다. (1위는 러시아이고 대한민국은 111위) 그 정도로 정말로 넓습니다. 도로 주변에는 그저 허허벌판뿐입니다. 그 안에 석유가 다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매장량 1위가 아닌듯싶습니다. 이곳 땅은 신기합니다. 땅이 모래 재질이 아닌 진흙재질이라 그런지 며칠 전 폭우가 내렸을 때 호수가 형성되는 풍경이 나오기도 합니다. 땅에 조개 물질이 있어서 물 색깔은 신기하게도 빛깔이 납니다.

사우디 현지인은 약 2~30% 정도로 많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인도, 네팔 등 3국 인들이 와서 구석구석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지인에 좋은 기억은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 인도사람들을 마구 놀리며 무시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길을 걷다 보면 말을 시키는데 좀 애들이 이상합니다.  


3. 사우디 여성들

사우디 여성들 인권은 정말 안 좋습니다. 우선 여성이라면 외출 시 무조건 검은 히잡을 입어야 합니다. 또한. 여자 혼자서는 외출, 운전할 수 없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큰 쇼핑몰 같은 곳 가보면 종교경찰이라는 게 있어서 이런 행위를 잡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여성들 인권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사우디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면 것 같습니다.

4. 사우디 생활

대부분 주말은 토,일요일 이지만 이곳 주말은 금, 토요일 입니다. 기존에 목,금이었다가 행정상 다른 나라와 너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왕 한 마디에 주말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주말은 2일이지만 이곳 현장은 금요일 하루만 쉬었습니다. 평일에는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했는데 정말 주 5일제가 좋다는 점을 깨닫고 갑니다. 주말 하루 쉴 때는 밀린 잠을 자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도심 쇼핑몰 가서 외식을 하였습니다. 사우디에 있으면서 그렇게 위험한 것은 없었지만, 도로에 차는 정말 무섭습니다. 인샬라를 외치며 느긋한 사우디 남성들은 핸들만 잡으면 정말 난폭하게 운전합니다. 기본 시속이 120km인데 이것 이상으로 막 추월해서 사고현장을 자주 목격했네요.

제일 힘들었던 점은 이곳에 맥주를 포함한 술이 없습니다. 맥주가 있긴 있습니다. 다만 무알콜 맥주라 취하지가 않고 맥주 맛만 납니다. 그래서 한국인 숙소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서 먹거나 포도주 원액에 효모와 설탕을 넣어서 와인을 만들어 먹기도 하죠. (효모가 설탕을 먹고 알콜을 배출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귀국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치느님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정말 느립니다. 한국에 비하면 다른 나라도 뒤처지지만 이곳 속도는 기어갑니다. 토렌트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는 속도죠. 무한도전 한 번 다운 받는데 한 4일 걸쳐서 받고 그 다음부터는 시도도 안 해봤네요


5. 사우디 업무

이곳에 와서 저는 현장관리 및 지원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인턴이지만 바쁘게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느꼈던 점은 배우러 온 인턴이 아닌 필요수단에 맞게 채워진 톱니바퀴 중에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글로벌을 외치는 대기업이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직접 현장 일을 하면서 미래 커리어 설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환경이나 일에 대해 익숙하고 편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별로 배울 것이 없다는 말처럼 이곳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점은 더욱 배우고 성장할 일이 더욱 많아진 점입니다. 건설업, 특히 플랜트업종 일을 한다면 사우디에 다시 오게 될 것 같지만 가능하면 오고 싶지 않네요. 이곳과 비교하면 바레인, 카타르 같은 곳은 천국입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지나보니 3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네요. 출국할 때가 가을 직전이었는데 이제 겨울이라니... 그래도 한국 빨리 가고 싶습니다. 도착하는 날이 정모 날짜인데 다들 즐겁게 만나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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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ilike
13/11/27 21:09
수정 아이콘
어디에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글 잘 봤습니다.
Tchaikovsky
13/11/27 21:14
수정 아이콘
좋은 경험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윤가람
13/11/27 21:14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아이군
13/11/27 21:20
수정 아이콘
헉... 저는 UAE에 있습니다. 저희는 1주일쯤 전에 비가 많이 왔는데 거기는 좀 괜찮았나요? 정말 사막에 호수가 생길만큼 비가 많이 왔더라구요..
바닥인생
13/11/27 21:29
수정 아이콘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하나에 댓글 답변 드릴게요
@yurilike 님: 자신이 하기 나름에 동의합니다. 잘 하기위해 더 공부해야겠어요.
@Tchailkovsky, @윤가람님 : 초청장 없이 입국이 안되는 나라라, 힘들었지마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아이군님: 정말 많이 왔어요. 이곳 직원 분들도 근 5년간 이렇게 내린것은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공사중지에 호수가 생기고 난리였습니다. (리야드에는 제트스키 타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어요^^)
카페르나
13/11/27 21:44
수정 아이콘
중동쪽으로 취업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이라.. 부럽습니다... 사우디는 확실히 답답한 느낌이긴 한가보네요...
강가의 물안개
13/11/27 21:52
수정 아이콘
귀중한 경험 하셨네요...잘마무리 하시고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국내로 오신후 그곳에서 경험한 재밌는 에피소드를 올려 주시면 재밌을것 같아요..한번 고려해 보심이 어떨..?!
Courage0
13/11/27 22:02
수정 아이콘
흐흐 제가 예전에 다녔던 곳인가 보군요.
그 플랜트 사업부가 쪼그마한곳..이지만 발전플랜트는 꽤한다는...
거기 플랜트 사업부에 있었는데.. 현장이 다양하고 또 현장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하청준 유럽쪽 회사에 가서 놀수도 있고요.
화이팅 하십시요.
바닥인생
13/11/27 22:14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쪼그마한 곳. 최근에 현지법인 세우면서 좀 보기힘든 구조가 되버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셨나본데 그 곳에서도 화이팅 하세요 :)
바닥인생
13/11/27 22:05
수정 아이콘
@카페르나님: 플랜트쪽 준비하시나 보군요. 너무 부러워 마세요ㅠ L사 동계인턴 탈락 입니다.
@강가의 물안개님: 음..재밌는 에피소드요? 찾기 힘들지만 밤식빵에 밤을 골라먹듯이 찾아보겠습니다^^
단신듀오
13/11/27 22:53
수정 아이콘
이번에 지원한 건설회사에서 사우디나 두바이쪽으로 장기파견 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구요...
저도 가면 경영지원쪽 할것 같긴 하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같이 갈 것 같아서..아무래도 사우디 쪽은 여성인권때문에 조금 망설여 지더라구요...
좋은 경험 부럽습니다 ^^
13/11/28 00:13
수정 아이콘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13/11/28 00:46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why so serious
13/11/28 02:20
수정 아이콘
저도 출장으로 몇주 있어봤지만 사람 살만한 동네는 아닌거 같더라구요.
바닥인생
13/11/28 11:54
수정 아이콘
@단신듀오님: 결혼을 하고 오셔야 할 겁니다. 같이 왔던 인턴들은 (저만빼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네요 ㅠ. 좋은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V.serum, Good님: 감사합니다. ^^
@why so serious 님: 차가 꼭 필요하고 (대중교통 없습니다.) 그래도 살 만한 동네는 아닌게 정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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