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적인 일로 바빠
바둑도 잘 못두고 바둑시청도 잘 못하던 상황이었는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는 차에
마침 춘란배 8강전 하는 날이기에 감상했습니다.
춘란배는 중국에서 개최하는 국제기전이고
춘란기업이 후원하며 격년마다 열리는 기전입니다.
5회대회까지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를 해서 대회의 존속에 대해 말이 오갔고 결국 격년제로 바뀌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6, 7, 8회를 연달아 중국 선수가 우승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국 바둑계의 상승세에 힘입어 다시 연마다 개최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대회입니다.
8강전은 4개의 한중전으로 치뤄졌습니다.
이세돌 vs 박문요
박정환 vs 천야오예
김지석 vs 쿵제
원성진 vs 장웨이지에
이세돌 9단은 초반 시작이 너무 좋지 않았지만
타계에 성공하면서 집으로 따라오더니
상대방 대마를 뜬금없이 잡아오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불계승을 거뒀습니다.
최근 이세돌 9단의 상승세는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올레배 우승,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과 함께
춘란배 4강 진출까지 이루고 랭킹 1위도 재탈환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정환 9단은 좌하귀에서 천야오예 9단의 대마사활을 위협하며
꽃놀이패를 만들어 거의 승리하기 직전까지 가져갔으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려서 작은 팻감을 쓰고, 그 후에도 느슨하게 두다가
천야오예 9단의 강수에 점점 손해를 보면서 결국 패배하고 맙니다.
박정환 9단의 하향세, 그리고 한국 선수들에게 유달리 강한 천야오예 9단의 기세가 겹쳤던 한판이었습니다.
두 바둑대국 모두 초중반이 매우 유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기사들이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며 승리했기에 흥미진진한 바둑이었습니다.
원성진 9단과 장웨이지에 9단의 대국은 두 대국에 밀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원성진 9단은 시종일관 밀리다가 패배하였으며
김지석 8단과 쿵제 9단의 대국은 김지석 8단이 양곤마로 몰아넣는데엔 성공했습니다만
이후 쿵제 9단이 타계에 성공하면서 패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세돌-천야오예-김지석-장웨이지에 이렇게 바둑머니를 베팅했는데
중간에 우하 꽃놀이패가 터져 박정환 9단에게 거액을 베팅하고, 김지석 8단이 양곤마를 모는 시점에서 추가 베팅을 했다가
오늘 탈탈 털렸군요...ㅠ.ㅠ 그래도 넷마블에서 주최하는 결승대진 이벤트는 이세돌 vs 천야오예인데, 다행히 두 선수가 승리하였고
대진도 갈려 그거 하나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임 중 바둑만큼 짜릿한 역전이 밥먹듯 쏟아지는 게임도 드문 것 같습니다.
오늘 바둑머니를 많이 잃었고, 한중전도 1승 3패로 좋지 않았지만
그만큼 재밌는 대국을 보았네요. 역시 바둑의 묘미는 세계최고의 고수들이 펼치는 국제기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진행중인 농심배 이야기도 언제 한 번 써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p.s) 넷마블 5단 승단~!!했습니다. 5연승시 승단하는 시스템이 넷마블에 추가되어 4단으로는 폭풍의 5연승을 하고 급 승단해서 거품이 낀 등급이네요. 다만 그 후 바둑을 게을리했더니 폭풍 패배해서 지금은 강단 위기네요...ㅠ.ㅠ 거기에 뽀록이 좀 터진게 있다보니 패배가 두려워져 대국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실력에 비해 잃을게 많으니 사람이 참 보수적으로 변하는군요.
친선대국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한수 하실분 있으시면 언제든 쪽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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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 꽃놀이패 터졌을때는 비슷한 상황에서 수십집짜리 패가 난 상황이라 그랬었고
저도 그렇게 보고 천야오예 9단에게 베팅한 손실금을 메꿔보고자
박정환 9단에게 양다리베팅했다가 피봤습니다. ㅠ.ㅠ
선수 15집인가 하여간 꽤 작은패를 썼는데도 반면으로 13~15집은 앞서있던 상황이었는데 우상귀에서 너무 느슨하게 두다가 선수로 손해를 잔뜩보면서부터 흔들렸나봐요. 하여간 박정환 9단 너무 아쉽네요. 실력은 있지만 아직 큰 무대에서 승부사로서의 기량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응씨배 4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마구 흔들며 대마를 역으로 잡아내던 그 승부기질은 어디로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