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7년 12월 10일
20세의 나이에 의경으로 자원입대 후 22세가 되던 그해 12월 제대를 하게 됩니다.
삐삐에 제대 축하 메세지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제대 신고를 마치고 나오는데 온세상이 하얗습니다.
눈이 내렸습니다. 세상도 나의 제대를 축하해 줍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로 내려오는데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잠도 안옵니다.
독실하진 않지만 기독교 신자였던 저는 교회 목사님과 평소 아껴주시던 장로님들을 찾아 뵙고 중·고등부 찬양의 밤 음악회를 하는데 가서 지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연습하는데 가보니 못보던 뉴페이스 걸들이 보입니다.
그 중 몇몇은 아주 이쁩니다. 그러나 단연 한 명이 돋보입니다.
"영희"라는 아이입니다.
음대 피아노 전공을 하려고 공부중이었고 얼마전 수능을 마친 이제 막 대학 새내기가 될 친구입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번 3주간 만남을 가집니다.
지휘는 다른 사람이 하고 대신 전 찬조출연으로 독창을 두곡 정도 하기로 합니다.
헉... 그 친구가 반주자로 배정됩니다...
떨립니다.. 연습하는데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밥 산다고 하고 만남을 가졌습니다.
영화도 봤습니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 마스'
영희가 막 웁니다...
친구에게 손수건을 가져갈 것을 권유 받은 저는 곱게 다림질까지 해온 손수건을 건냅니다.
그렇게 짝사랑을 뺀 저의 첫사랑과 생애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어느덧 2월 마지막주가 되고 성황리에 음악회를 마치고 무수한 찬사를 받으며 저의 무대도 끝이납니다.
그리고 영희는 서울에 있는 유명하진 않지만 사립대 기악과에 합격하여 서울로 올라가게 됩니다.
저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만 2학기 복학을 해야하고 등록금도 벌어야 해서 같이 올라가지 못합니다.
아직 PCS가 없었던 저희는 간간히 서로의 삐삐에 음성메세지만 남기고 안부를 묻곤 합니다...
하지만,,,
음악회에서 저의 독창무대를 보고 대쉬하는 여자들이 4명이나 됩니다.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