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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08 16:16:34
Name reefer madness
Subject [일반] 저는 오디오 관련 프리렌서입니다.
네, 저는 탁월한 제미와 상쾌한 인간관계를 위해 살아왔고 '정석류'의 삶에 대한 반항을 하기 위해 대학을 가다 말았습니다. 부모님들의 마찰을 감수하며 제가 원하는 일(사운드 엔지니어링, 디제잉, 바텐더링 기타등등)을 하면서 세월을 새겨보니 어느새 저도 이십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더군요. 피지알을 정말 거의 코카인 중독자처럼(제가 코카인을 해봐서 저는 이런 비유를 써도 되는 겁니다. 만약 안해보신 분들은 앞으로 자제하시길..) 매일같이 접속하는 저로서 한번씩 이렇게 글을 쓰는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주저리 대어 봅니다.

한번씩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만약 남들 하는 공부를 계속해서 돈을 잘 벌고 주말 밤에 그런 돈을 잘 쓰며 떵떵거려보는것은 어떨까?

저도 한번씩 흰 와이셔츠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섹스 어필을 강조하기에 적합한 흰옷에 걸쳐지는 검은색의 천조각(전혀 보온이나 자기방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패션만을 위한... 넥타이라는 것 말입니다)을 입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싸구려 담배를 피며 찢어진 청바지(그것도 일부러가 아닌 너무 옷을 안 사서 찢어진)를 입으며 한번씩 실수로 주중에 financial district를 돌아다니게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며 뭐 그닥 나쁠것도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제가 하는 프리렌싱중 하나는 음악 녹음입니다.

대학 가는 대신 오디오를 좀 팠더니 어느새 자그만한 음악 스튜디오 차릴 여유는 있어서 거기에 알바 돈 거의 다 투자했습니다. 20대 초중반을 여자친구 없고 부모님의 따스한 품에 살았더니 작업실 하나 있다고 자부할만한 공간은 생기더군요. 일단 그런 일을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다 뮤지션이 되어 버리더군요.

친구들을 녹음해주다 보면 일단 돈은 못 법니다. 하지만 그 여윤은 남아있죠. 아, 내가 이노무 자식들을 위해 이렇게나 정성을 들였더니 이런 결과물이 들다니! 그리고 한번씩 제가 일하는 카페에서 제가 작업한 곡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영문을 모르는 손님이 저에게 '이곡 정말 좋은데 대체 누구인가요?'하는 질문이 들어올때 제 입가에는 미소가 Batman: The Dark Knight의 조커처럼 찢어집니다. '아, 사실 이곡은 제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곡이고요, 이곡의 작사 작곡은 제 친구인 모모씨가 했습니다'라는 말을 던질 기회가 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크하하하하!

음... 일단 친구들이 아닌 진짜 고객을 만나게 되면 제미는 덜하더라도 앞으로 몇주일 어치 삼양라면(three sheep ramen) 혹은 삼분카레(three minute curry) 살 돈은 법니다.

뭐 어쨋든 그런 소소한 제미가 저를 정말 앞으로 더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 반나절 동안만 더 여자친구가 안 생긴다 해도 이러한 즐거움 덕에 이런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역시 프리렌서라는 직업을 가지는게 참 신기한게 일정한 시기를 가지고 일을 하는게 아니라서 놀때도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 신나는 클럽에서 LMFAO의 셔플링을 어설프게 하다가 잠시 밖에서 담배를 피다보면 그런 와중에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오고, 그러면 제 입장에서는 하나의 면접이 시작이 되는겁니다. 24시 항상 제 행동가지와 언행이 이력서가 되는 거죠. 언제 어느 좋은 연결이 생겨서 그게 다음 프로젝트를 연결해 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저는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 미래의 일거리를 구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네, 프리렌서 이거 술도 좀 마실 줄 알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하하. (참고로 저는 LMFAO같이 얄구진 하우스를 하는 놈들을 가장 혐오합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도 살짝 있어보이는 카페에서 가장 싼 음료를 마시면서 담배를 좀 피워대면서 또다른 일을 기다립니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고, 그게 얼마나 돈 들어오는 일인지는 모르는 바이지만 일이 잘 될경우 저에게 주는 즐거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여나 앞으로 프리렌서 혹은 '정석류'의 바른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은 분들이 계신다면 앞으로의 계획과 자신감이 어떠하신지에 대한 궁금증이 좀 피어오는 바여서 이렇게 맥주를 들이키며 한줄 써 봅니다.

아, 참고로 제 스튜디오 웹사이트는 http://aksounds.com/ 입니다. 뭐 한번 탈선한 사람의 비즈니스를 보고 싶으시다면 한번 방문 해보시는것도 나삐지는 않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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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end
12/07/08 16:29
수정 아이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심지어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은 정말...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주지요. 싸구려 담배연기가 말려올라가는 속에서 미소짓는 행복한 남자의 얼굴이 저절로 떠오를 듯한 글이네요. ....
치어스~
12/07/08 16:46
수정 아이콘
음악 관련하여 관심이 많다 보니, 정말 부럽고 멋지십니다...
아나키
12/07/08 17:40
수정 아이콘
사람 사는 모양이 가지각색인데 감히 누가 누구를 보고 탈선을 논하겠습니까 흐흐
멋있네요!
innellwetrust
12/07/08 18:35
수정 아이콘
탁월한 재미와 상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면 돈은 좀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음악 좋네요.
Jamiroquai
12/07/08 18:47
수정 아이콘
영상들 보니 음질이 장난 없네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12/07/08 19:07
수정 아이콘
제가 살고 싶은 길을 먼저 걸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음악한다고 집 다 뒤집어 엎어놓고 지금은
군대에서 전역 d-58일 만 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역후에 뭘할지 초조한 상태인데 집에선 학교가서 공부나 하라하고
공부는 중학교부터 때고 친구들과 랩한다고 놀다가
20살먹고 턴테이블 구해다가 디제잉 독학한 상태인데
남들처럼 똑같은 정석테크 타기가 싫습니다.
주저리 쓰고 싶은데... 군인의 종특상 많이는 적지 못하겠습니다..ㅠ
본호라이즌
12/07/08 21:08
수정 아이콘
저도 일찍부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실 수 있는 게 부럽네요~ 꾸준히 하시면 분명 인정도 받고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될 수 있을거라 봅니다. 저도 음악쪽에 관심이 많은데, 언제 피자 한 판 사들고 놀러가고 싶어요. 흐흐;;
Bequette
12/07/08 21:5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결국은 이쪽에 발담갔다가 나왔다가 또 담갔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와이셔츠를 입고 있으면 청바지가 생각나고 청바지 입고 있으면 넥타이가 그립고.. 참 이상도 하지요.
결론은, 화이팅!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엔 참 수많은 길이 있는데 어른들이 너무 몇가지만 강요하고, 그렇게 자라서 나머지 길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싶어요... 내가 가고픈 대로, 하고픈 대로 한다는 게 어찌보면 이미 성공한 것!!
12/07/09 12:37
수정 아이콘
성공이란게 뭘까요...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일까요? 예쁜 마누라를 얻으면 성공일까요? 인정과 명예를 얻으면 성공일까요?
제 기준으로는 '행복해 지는 것'이 성공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행복해 지는 방법일 뿐이지요.
자기가 처한 상황이 행복하다면 성공한 사람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행복해 지기 위해서 애를 쓰며 일하겠지요. 그게 인생일거에요.
켈로그김
12/07/09 12:58
수정 아이콘
탁월한 재미.. 난 안될거야 아마..
히히멘붕이다
12/07/09 13:07
수정 아이콘
하시는 일이 그렇게 즐거우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성공하셨네요 이미^^ 그런데 제미->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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