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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08 01:31:44
Name Surrender
Subject [일반] 장거리 연애 + 외국인과 연애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외국인입니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콜롬비아에서 살다가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영국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봄 해외 펜팔 사이트에서 우연히 만나 쪽지를 서로 주고 받는 평범한 친구 사이로 시작했었죠.
그리고 작년 여름(7월) 3주 동안 이 친구 집에 머물면서 주변 지역 여행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베풀어준 호의와 친절에, 그리고 솔직함과 귀여움에 푹 빠져 고백 직전까지 갔었으나 멍청하게도
고백 비슷한 말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었죠.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포옹하면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없는 말만 남긴 채..

그리고 여자친구가 어머니와 2주 동안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던 8월 초, 용기를 내서 인터넷상에서 고백을 했습니다.
나 사실 너 많이 사랑하고 좋아한다, 너만 평생 사랑할 자신 있다, 8000km 떨어져 있지만 내 마음 받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헌데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사실 더 일찍 내가 고백을 할 줄 알았다고.
제가 머물 당시 자기 전에 항상 친구 손잡으면서 넌 정말 예쁘다, 착하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었는데 거기서 눈치를 챘었다고 합니다.
결국 외국인과 사랑을 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 못했던 두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고, 작년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1달간 저는 다시 런던에 다녀옵니다.
정식으로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여자친구 어머님께서 99% 눈치를 채신 듯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여자친구 가족 + 사촌 + 삼촌들과 함께 멋지게 보내고, 어머님과 셋이서 외식도 자주 하고,
지난여름 가보지 못했던 곳도 여행을 다녀오고, 밤마다 서로가 보고 싶어 하던 DVD도 빌려서 실컷 보고,
백화점에서 나름 돈도 많이 써가면서 쇼핑도 해보고...정말 원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마침내 1월 15일. 한국으로 돌아갈 아침이 밝았습니다.
사실 저는 마음만 먹으면 더 머무를 수 있었으나 여자친구가 올해 봄 칼리지를 졸업 후 유니버시티를 들어가게 되는데
미술 전공인 터라 실기 준비며 포트폴리오, 작품집 제출 등 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기에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튜브 안에서 여자친구가 벌써 울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공항 도착.
2시간, 1시간 30분, 1시간...탑승 시간이 다가오자 결국 참고 참던 눈물이 둘 다 터졌습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미안해, 하지만 우리가 영원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몇 개월의 기다림은 우리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너도 잘 알잖아? 여름에 꼭 돌아올게"

말은 저렇게 했어도 돌아오는 내내 비행기 내에서 울었습니다. 그리고 도착 후 며칠 동안
말 그대로 숨만 쉬는 시체가 돼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한숨만 쉬게 되더군요. 밥도 안넘어가고..
그래도 다시 여자친구 얼굴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고, 대화도 하다 보니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과감한 변화를 하나 시도했는데..그게 바로 생활 방식을 영국 시각에 맞추기입니다.
영국과 한국의 시차는 9시간. 최악이죠.
제가 늦게 잔다고 해도 새벽 1시인데 영국은 기껏해야 오후 4시죠. 이 시간이면 여자친구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거나
혹은 집으로 귀가 중일 때이니 이래선 짧은 대화라도 하기 힘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영국 시각에 맞춰서 제 생활 방식을 180도 바꿨으니... 아침 6~7시에 잠들고 오후 3시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 일이 오후 늦게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 터라 다행이더군요)
처음엔 밥도 그렇고 모든 게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간에 시차가 없다 보니(?) 기본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대화가 가능하고 얼굴도 거의 매일 볼 수 있으니
장거리 연애에서 꼭 나오는 얘기 중 하나인 외로움이나 그리움, 고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혹 바쁜 일이 있거나 사정이 생겨 대화 하지 못하게 되면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게 되더군요.
짧은 동영상 만들어 보여주기, 특별한 사진 찍어 보여주기, 일기 형식의 편지 쓰기, 문자 메시지 전송 등등.
장거리 연애의 특성상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잦은 대화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꾸준히 자주 대화를 하다 보니
국내의 어느 커플 못지않게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더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진 듯합니다.

저는 25살, 여자친구는 19살입니다. SOAS 한국어과를 최우선으로 노리고 있으며 저는 올해 여름부터 최소 1년 이상
영어 공부를 런던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현지에서 대학 졸업까지 계획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둘 다 졸업하는 순간 한국에서 살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워낙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살자고 하네요.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외국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곤 한 번도 생각을 못했고,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랑하게 되니 국적, 인종, 거리, 언어, 돈 등 모든 문제가 무효화 회더군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증명하고 싶네요.


야밤에 갑자기 제 궁상맞은 연애 이야기를 적었네요.
한국에선 아직까진 한국인 여성 + 외국인 남성 커플이 더 많아서 그런가 저 같은 경우를 자주 보진 못했네요.
PGR에 계실 장거리 연애, 국제 연애 커플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뱀다리. 전 생활 습관 바꾼 것 이외에 부수적으로 노력한 사항은..
1. 1달에 1번 선물 보내기 (CD, 의류, 먹을 것, 편지 등)
2. 나보다 여자친구를 우선 배려하고 절대 화내지 않기
3. 여자친구 취미, 특기, 좋아하는 것 응원해주고 지원해주기
4. 어떤 것보다 우선순위를 여자친구에 두기
5.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내가 얼마큼 사랑하는지 애정 표현 서슴지 않기
등이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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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벨
11/03/08 01:34
수정 아이콘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럽고.. 크크. 축하합니다. 이쁜 사랑 오래하세요.
11/03/08 01:36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멋있네요..꼭 좋은 결과 있길..
11/03/08 01:39
수정 아이콘
여성분의 미모도 대단하지만
저 거리를 두고도 연애를 지속하려 노력하는 글쓴분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좋은결과 있으시기를요!
11/03/08 01:39
수정 아이콘
부러우면 지는건데.... 졌네요....
11/03/08 01:41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

무엇보다 Surrender 님의 배려가 대단하네요
11/03/08 01:48
수정 아이콘
능력자 아니 소히 얘기하는 굇수시군요
저같은 루저하곤 차원이 다른....
부럽습니다. 나중에 여기서 국수 먹으란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1/03/08 02:08
수정 아이콘
커.. 커플 즐 ㅠ,ㅠ
11/03/08 02:10
수정 아이콘
커.. 커플 즐 ㅠ,ㅠ (2)

은 농담이고, SOAS 한국어과가 뭔가요..?? 대학을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요즘 시스템을 잘 모른다는...
ミルク
11/03/08 03:15
수정 아이콘
아이고 내 배야, 아이고.



농담이고 이쁜 사랑하세요. 진심 부럽네요.
저는 전역한지 한달 정도 지났는데 막막하군요. 뭐 다른 것도 이제야 첫걸음 뗀듯 싶고.
KillerCrossOver
11/03/08 04:06
수정 아이콘
..축구는 어디 팬이시랍니까..흐흐..;;

힘든 연애여서 그런지 더 예뻐보이십니다. 두분 모두..^^;
꼭, 사랑엔 물리적 거리가 문제가 아님을..끝까지 보여주시길 바랄께요~
11/03/08 04:44
수정 아이콘
아이고 배야...
축하드립니다.
피지알은 비추버튼 없나요??
농담이고 좋은 사랑 쭈욱 이어가시길!!!
11/03/08 05:45
수정 아이콘
난 이글 반댈세 ㅠ.ㅠ
에반스
11/03/08 06:15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몹쓸글을 .. ㅠㅠ
꺼먼안개
11/03/08 06:43
수정 아이콘
학교 가기전... 피지알 글 좀 보려고 들어왔는데... 이게 뭔.....
히히 농담이구요... 아... 부럽네요... 졌습니다...

여자친구분의 미모가 대단하시군요...乃-_-
이쁜 사랑 하시기를!!!!
11/03/08 06:49
수정 아이콘
Surrender님은 이 글을 올리신 후에...

pgr21에서 공공의 적으로 남게 되셨습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이런 이길 수가 없다...

축하드려요...
체념토스
11/03/08 07:40
수정 아이콘
도대체 그 펜팔 싸이트가 어딥니까?
영국쪽으로 가야 저런 분들이 계시는 겁니까?

괜히 미국왔어 미국왔어...
관리지
11/03/08 08:39
수정 아이콘
이제 그만 사진을 내리시는것도 좋을듯 싶네요
세상이 험해서 다 나같지 않답니다.
너무 얼굴이 적나라게 나와서 찜찜하네요

부러워서 이러는건 아닙니다.^^ [m]
11/03/08 08:43
수정 아이콘
좋은 사랑하셨으면 좋겠고...
혹시 한국여자랑 외국여자랑 성격이라든지 다른게 많을까요?
비비안
11/03/08 09:08
수정 아이콘
이게 뭐야...!!!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

난 이곳에서. 나가야겠어!!
부러워서 그런겁니다 크크
근데 국제결혼의 상당수가 펜팔로 시작한다던데. 이걸 보니 사실인가 보군요 크크
11/03/08 09:31
수정 아이콘
당신을 남자로 인정합니다 -_-b
몇년 후 결혼 인증글이 올라오길 기대하겠습니다.
11/03/08 09:33
수정 아이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라니! 오오 +_+ 그저 축하드릴 뿐.. ^^m
방과후티타임
11/03/08 10:33
수정 아이콘
글쓰신분 아이디는 surrender인데 사실은 내가 surrender.....
marchrabbit
11/03/08 10:43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만 올라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Han승연
11/03/08 11:11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아름다운모습이네요 오~~~ 하지만 저는 슬픕니다 ㅠㅠ
11/03/08 11:11
수정 아이콘
버, 버틸 수가 없다!!
11/03/08 11:11
수정 아이콘
오늘부터 펜팔 시작합니다..
11/03/08 13:21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모습입니다! 윗분 말씀대로 이제 사진은 내려도 좋을 것 같네요 ^^
11/03/08 13:38
수정 아이콘
누군가가 아주 부러워 하겠군요;;

몇번 리플로 글을 달은 적이있지만, 장거리연애 + 외국인 여친이라...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힘내세요..절대 쉽지 않을테니까요..
투투원
11/03/08 13:44
수정 아이콘
펜팔사이트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정말 부럽습니다. 이쁜 사랑하세요!
ReadyMade
11/03/08 19:22
수정 아이콘
장거리연애 + 외국인과 연애 라고 하셔서 처음엔 '본격 양다리 인증!!!!' 인줄 알았네요 크크크;;
이쁜사랑하세요~~ 원래는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못 봐서 아쉽긴 하군요..
나중에 결혼하시게 되면 그 때 다시 인증사진 부탁드려요~~
많은 분들이 부러워 하시지만.. 저는 이민정닯은 여자친구가 있으니 부럽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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