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에 말야, 우리가 오랫동안 헤어진단 말야, 그러고는 다시 만나야 하는데
너 내가 그냥 '우리 거기서 만나~ '그러면 어디로 나올래?"
"뭐 우리도 우리한테 의미 있는데로 가야겠지?"
그러고는 각자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제 무한도전보다 오래 된 우리 사이....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처음 만났던 곳, 함께 갔던 장소들, 싸웠던 곳, 울기도, 웃기도 했던 여러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다른 생각도 합니다. 나중에 내가 , 아니면 이 사람이 날 만나기 싫으면 어쩌지? 그냥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하면?
생각만으로도 괜히 분하고 억울합니다. 눈물이 날것도 같구요.
그리고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햇빛 가득했던 그곳이 좋을까? 얼굴이 빨개지도록 추웠던 그 산은? 불꽃축제를 하던 그 해변?
그래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 아님, 가을탓인가?
"다 생각했어? 난 결정했어"
"좋아 그럼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얘기하는거다. 하나, 둘, 셋!"
....... 우리가 서로 고른 장소는 차로도 한시간이 족히 걸리는 서로의 집 근처입니다.
텔레파시는 완전 실패네요 ..
만약, 진짜 헤어지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의 집 근처에서 서성이게 될까요?
사실, 이런 거, 꽤나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추억을 더듬어보면서 아련한 기분에 빠져들거나,
새삼스레 얼굴을 찬찬히 보게 되는 일 말이죠.
오래된 관계가 흔히 그렇듯이 그냥 익숙하고 편안하긴 하지만 살짝 짜증스럽기도 하고 미울때도 많아서
다툼이 일상이 되고보면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그저 밤인사에 불과하게 된게 요즘이라,
오늘같은 생각을 해보고 마음이 흔들거리는 건 외려 색다르네요
오늘 텔레파시가 잘 되지 않은건 살짝 실망이지만, 텔레파시 같은 거 쓸 일이 없어도 뭐.. 상관없겠죠.
지금처럼 서로 어디 있는지 정도는 다 알고 있어서 색다를것도 가슴 떨리고 긴장될것도 딱히 없는 이런 관계도
나쁘지는 않지 싶습니다.
그래도 가끔 한번씩은 이렇게 마음 깊은 곳을 휘저어서,
감정이 너무 깊이 가라앉아서 보이지 않는 일은 없도록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