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세 편 <킬러스>, <퀴즈왕>,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번 신경쓰면서 꼬박꼬박 적어놓았는데 오늘은 그냥 생각없이 깜빡하고 안 썼군요.
이미 스포일러 당하신 분들에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킬러스>
사실 킬러스는 추석시즌에 맞춰 새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면, 바로 극장에서 내릴 것 같은 영화인지라 이제와서 리뷰를 쓴다는게 큰 의미가 없긴 합니다.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일단 다른 영화들 위주로 먼저 관람한 것도 있고요. 결국 보긴 봤지만, 역시 뭐랄까요? <킬러스>가 그냥 커피라면 <나잇 & 데이>는 T.O.P겠더라고요. <킬러스>의 평은 거의 최악이던데, 사실 저는 그런 평가들처럼 최악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지만) 정부의 특수 요원인 애쉬튼 커쳐가 프랑스 니스에서 임무 수행 중 순진한(?) 여주인공 캐서린 헤이글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곤 모든 걸 다 접고, 캐서린 헤이글과 결혼해서 3년동안 잘 먹고 잘 살고있었드랬죠.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이 현상금 2천만달러의 로또 복권이 되면서, 그저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동네사람들이 돌변해 목숨걸고 이 부부를 죽이려고 합니다. 알고보니 평범한 이웃이 아니라, 애초부터 애쉬튼 커쳐의 현상금을 노리고 잠입한 전문 킬러들였던겁니다. (그래서 영화 이름이 <킬러'스'>인가 봅니다!) 이 캐서린 헤이글 & 애쉬튼 커쳐 부부는 순간순간 전문 킬러들의 위협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부부싸움을 합니다. 또, 영화 후반부엔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지만 반전도 숨겨져 있지요. 영화의 이런 터무니없는 설정들은 극 초반부의 정부의 특수 훈련을 받은 최고의 요원이라면서 너무 말도 안되도록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는 애쉬튼 커쳐를 보는 순간부터 설득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액션인지 코미디인지 확실하게 말을 해주지 않고 있어요. 물이 100도에서 끓어야 하는데, 이미 70도쯤에서 다 증발해버려 끓어야 할 물이 없다는 느낌일까요? 하여튼 <킬러스>는 봐도 나쁘진 않겠지만, 굳이 보고 싶진 않은 정도의 영화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 그레이 아나토미의 이사벨은 항상 수술복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그런건지, 원래 가슴이 저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사벨이 왜 나오냐구요? 케서린 헤이글 말하는겁니다.
<퀴즈왕>
일단, 처음 <퀴즈왕>을 봤을때는 너무 피곤해서 중간중간 잠들어 버렸습니다. 결코 영화가 재미 없어서가 아니에요. 그래서 두 번을 보게 되었는데, <퀴즈왕>을 한마디로 이야기해보자면, '장진의 팬서비스용 영화'일 겁니다. 이 영화는 솔직히 영화가 아니라 두시간짜리 추석특집 예능 버라이어티 TV프로같아요. '무한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취향을 타겠죠. '장진식 유머'는 저한테 상당히 잘 먹히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주변에서 '장진식 유머'를 굉장히 혐오하는 사람도 봐왔기 때문에 이건 분명히 취향 존중의 문제(?)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상당합니다. 연기 실력이나, 인지도가 아니라 그들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것이죠. 굉장히 친숙한 배우들이 아주 많이 출연합니다. (특히나 장진 사단의 배우들) 장진 감독 스스로도 출연을 하니깐요.
전반부는 모든 캐릭터가 나름의 삶을 살다가 4중 교통사고 때문에 모두 경찰서에 모이게 되는 과정이구요, 그 교통사고에서 죽은 보행자가 알고보니 상금 133억짜리 퀴즈쇼에서 아무도 풀지 못한 마지막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이었던것입니다. 후반부는 그래서 경찰서 내에 있던 모든 사람이 상금을 타기 위해 퀴즈쇼에 출연하는 모습입니다. 딱 봐도 말도 안돼는 설정과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니 이미 그 부분은 관객들조차도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가 플롯을 버리고 집중하는 것은 무엇이냐? 아무래도 '개그'겠죠. 그것도 '장진식'이라는 묘하게 핀트가 어긋나는 특별한 개그.
수많은 사람들이 출연하면서 각자 적어도 한개 이상의 개그는 선보이고 사라지는 모습이 정말 '개그콘서트'랑 너무 흡사해요. 퀴즈쇼라는 포맷 자체가 아예 배우 한사람 한사람 짧은 순간의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위해 만든 시스템 같은 느낌이에요. 이 모든 배우들이 공평하게 개그칠 기회를 갖게 된다면, 꼭 퀴즈쇼가 아닌 다른 어떤 모습이었어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잠깐 까메오로 등장해 마찬가지로 개그 하나 던져주고 사라지는 장진 사단의 '정재영'씨나 '신하균'씨 같은 배우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관 같이 진지하게 스크린에만 집중하는 환경은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모두 TV 앞에 모여앉아 왁짜지껄하게 떠들며 추석특집프로를 보는 분위기가 잘 어울릴 것 같거든요. 영화 내용은 아예 없다고 보는게 맞아요. 그러니 장진식 유머 코드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관람은 삼가하시길.
+ 김수로씨의 익살스런 연기는 여기서도 끝을 보여주는군요. 한재석씨의 모습이 의외였긴 했지만.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1편이 B급 호러 영화에서 슬리퍼 히트를 치면서, 거듭된 재투자로 3편까지 오게 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일단 좀비물이란게 <28일 후>나 <새벽의 저주> 이후로 해외에선 상당히 인기있는 메이저 장르로 굳어져 가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마이너한 장르로 그냥 호러 장르 중 한 종류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요. <레지던트 이블>같은 경우는 원작이 캡콤사의 게임 <바이오하자드>인데, 여기서 <레지던트 이블>은 북미판 게임 출시명이죠. 이 게임 <바이오하자드>도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면서 호러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수많은 팬층을 확보하며, 그에 힘입어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고 있답니다. (바이오하자드6의 출시가 가까워졌다는 루머도 있던데) 영화의 이야기는 기본적인 설정과 소수의 캐릭터만 원작에서 따왔을 뿐, 게임과는 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데 1, 2편은 호러물에 가까웠다면 3편은 슬그머니 액션영화로 둔갑해버렸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4는 어떤 행보를 걸을 것인지 기다려 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1, 2, 3편의 전작들을 즐겁게 봐왔다면, 4도 큰 무리없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딱 기대한만큼의 스토리와 액션이 나오거든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캐릭터도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다가 왠지 좀비영화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거든요. 물론 이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같은 경우는 스케일이 더 크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약간은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일반 좀비는 이제 이 영화에선 잉여 몬스터일 뿐이거든요. 엄브렐사 사의 노력 덕분인가요? 더 강한 좀비들과 진화한 몬스터들이 주인공 엘리스(밀라 요보비치)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자, 그렇다면 전작을 잘 모르거나 좀비 영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3D 효과 입니다. 별로 3D 효과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장면들 조차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표현된 3D 장면들 앞에선 '아, 이 영화는 플롯이 좀 빈약하네~', '액션이 너무 과장되었네~' 같은 소리가 쏙 들어갑니다. 3D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그냥 후보정만 해서 나오는 다른 영화들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이 <레지던트 이블 4>의 3D 효과는 훌륭하거든요. 결국 관객들이 기다리는 것은 더 쎈 좀비나, 멋진 주인공, 혹은 스토리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아니라 '다음 3D 효과는 무엇일까?' 하는 느낌입니다. 3D 입체 장면이 수도 없이 쏟아져요. 제대로 된 3D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레지던트 이블 4>를 보시면 돼요.
액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레지던트 이블 4>의 액션은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제가 안젤리나 졸리보다 더 좋아하는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의 좀비 사이를 가르는 액션은, 역시 기대를 무너뜨리진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했어요. 하여튼, 3D 효과라는 측면에서만이라도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이긴 합니다. 물론, 가뜩이나 3D 영화는 어지러운데, 좀비 & 액션 영화의 팬마저 아니시라면 굳이 안보셔도 됩니다. 일찌감치 북미에선 먼저 개봉했는데, 첫 주차에 1위를 했던가? 안했던가? 박스 오피스 성적이나 통계 수치에는 제가 좀 약해서요. 헤헤.
+ 이 영화를 비롯해 레지던트 이블 1편도 감독한 폴 W.S. 앤더슨 감독은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님이라죠?
++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을 하필 <레지던트 이블 4>의 교도소, 그것도 '탈출'을 위해 만나다니! 우연이라기엔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 엔딩 부분만 봐서는 <레지던트 이블 5>도 거의 확실히 나올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만들껀가 봐요.
++++ 참, 까먹고 말을 안했는데, 왜 이런 영화의 악당 역할 최종 보스는 왜 이렇게 잘 싸우지도 못하고 멋대가리가 없는 걸까요?
위에 잠깐 슬리퍼 히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처음엔 영상의 표현 수위가 너무 높아 영진위와 의견 조율이 잘 안되는 바람에 개봉 상영관 1개;;(전국에 상영관 숫자는 약 2000여개정도 됩니다. 제가 일하는 코엑스 메가박스만해도 상영관이 16개라죠. 그 중에 1개라는거.)로 개봉마저 불투명 했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칸에 초청되면서, 여기 저기서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악마를 보았다>마저 눌러버렸다는군요. 바람직합니다. 안보셨다면 한 번 보시길. 하지만 역시나 잔인한 장면이 좀 있긴 합니다. 그래도 <악마를 보았다>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조만간 볼 영화는 <무적자>, <그랑프리>, <슈퍼 배드 3D>, <옥희의 영화> 정도네요.
어차피 최신 개봉작은 다 보긴 할꺼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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