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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2 02:23:44
Name 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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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야구] 롯데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기아팬




사진 1. 롯기도문
사진 2. 배팅볼을 줍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

오늘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저는 유령처럼 허위허위 집밖으로 나서 담배를 하나 물었습니다.
평소처럼 뻐끔뻐끔이 아니라 스읍 후우, 스읍 후우를 반복하며 중얼거렸습니다.

"가을야구야, 안녕."

갑자기 노래 하나가 생각 나더군요.


"또한번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 처럼"
-김광석 작사.곡, 유유히 개사, '4강 즈음에'


거진 기아가 4강의 호흡기를 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다 안된다고 했던 09년도에는 그렇게 우승한다는 혼자만의 확신이 있었으면서 이번에는 흔들리는 것이 신기하기는 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롯데가 전패하고 기아가 전승한다는 철석같은(허황된) 신념이 있어야 할 터인데, 팬심이 부족한 때문일까요?

비교적 탄탄한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연쇄추돌하며 붕괴해버린 탓이 제일 컸죠. 손영민, 곽정철, 유동훈, 김희걸 모두 제몫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삼미의 기록에 비견될 연패까지 했는데도 이렇게까지 4강싸움을 끌어온것만 해도 잘했다 싶었습니다.

'망할.. 한 다섯번만 덜 졌어도... 한 10연패 정도만 했더라도...'

롯데는 기아와의 3연전에서 기아에 위닝시리즈를 내주고 홍성흔의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SK를 스웝하고 두산까지 잡아 버렸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로이스터 감독이 홍성흔의 부상 이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더군요.

"이제, 최고의 야구를 할 시간이 왔다."

항상 '좋은 야구'만을 강조해 오던 로이스터 감독의 일탈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넷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롯데팬들의 감격에 찬 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글 하나,

'오늘도 롯기도문 외우고 자야겠다'

롯기도문이 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경기는 삼성쪽으로 기울고...' 로 시작하는 글이었죠. 롯데팬이라면 반드시 외우고 있어야 하는 명문이라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타이밍이 하필 해태가 모기업의 몰락 이후 현재의 히어로즈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선수들을 마구 팔아대며 몰락의 길을 걸었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바람에 야구에 잠시 관심을 끊었던 99년이라,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경기였습니다.

호기심에 롯기도문을 검색해 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글이 아니라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의 나레이션이더군요?

롯기도문 영상

더 검색해보니 당시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더군요. 호세가 화를 낸 이유가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다가 물병에 중요 부위를 가격당하고 관중석에 배트를 집어던져 퇴장당한 뒤, 주장 박정태 선수가 경기를 거부하자는 명령을 내리고 선수단 철수까지 가지만 김명성 감독의 간곡한 만류로 다시 경기장에 돌아온 뒤, 덕아웃에서 했던 말,

"오늘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박정태선수의 명언이 이때 나온 것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임수혁 선수의 기적과 같은 홈런으로 동점, 연장에서 역전!
스포츠 드라마도 이렇게 만들면 너무 극적이라고 욕먹는 거 아닙니까?
거의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명승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경기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나서 모든 힘을 쏟아낸 슬램덩크의 북산처럼 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패권을 내주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99년의 롯데를 드라마틱한 팀으로 기억되게 하는 듯했습니다.

극적인 야구,
그에 걸맞는 열정적인 응원과,
그 응원에 보답하는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는 선수들.
손수 공을 주우러 다닐 만큼 권위의식 없는 감독.
정말 매력적이고 끌리는 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제 영혼은 해태에 빼앗겼기에 그 후신인 기아 타이거즈를 계속 응원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기아 타어거즈가 4강에 진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번 가을야구를 (거의) 하게 된 롯데 자이언츠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며, 또 응원함과 동시에,
롯데팬 대다수의 바램인 로이스터 감독의 유임과, 롯데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롯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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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2 02:25
수정 아이콘
99년은 한화와 롯데에게 잊지 못 할 시즌인듯 합니다.
영원한 2인자일듯 했던 한화 이글스의 첫 우승.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언즈의 플레이오프 명승부...
조폭블루
10/08/22 02:25
수정 아이콘
기아팬이지만 롯데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롯데 화이팅!
AttackDDang
10/08/22 02:32
수정 아이콘
저는 롯데팬입니다... 요기베라의 명언이 있죠 It ain't over till it's over
기아도 아직 충분히 가능하다고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만만한것, 그리고 결정된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기아도 끝까지 멋진승부 펼쳐주시길 바라며 응원 감사합니다
다리기
10/08/22 02:35
수정 아이콘
올해는 롯데의 우승이 멀더라도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을 원합니다.
어쩌다 얻는 우승이 아니라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줄 감독이니까요..
이사무
10/08/22 02:36
수정 아이콘
롯데팬으로서.....고3때 실시간으로 중계를 지켜봤었죠.

당시 호세 이후의 마해영 타격때.... 목표로하던 XX대학을 떨어져도 좋으니 반드시 이겨달라고 기도하는데
마해영이 홈런을 친 건 아직도 기억합니다. 관중들에게 보란듯이 하는 세리머니도 좋았구요.
임수혁의 홈런때도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고.... 정말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해 재수를 하게 될줄은....
10/08/22 02:41
수정 아이콘
저도 실시간으로 봤었죠..

진짜 호세가 음식물 맞는거 보고 친구들이랑 있는대로 욕하면서

"사직와서 그짓거리 해봐라" 하면서 분통 터뜨리며 봤는데..

영상에도 나왔지만 마해영 선수도 홈런치고 분을 못이겨 보란듯이 헬멧 집어던져서 박살났었죠

결국 수혁이 형님이 동점홈런 터뜨릴때는 어깨동무하면서 봤는데..

그게 11년전이라니..........

수혁이 행님.. 일어나이소.. 제발..
운차이
10/08/22 02:45
수정 아이콘
03 한국시리즈 6차전
99 플레이오프 7차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명경기 들이죠.

작년 한국시리즈 7차전도 마무리가 대박이긴 했으나
이상하게 위 경기 같은 맛은 안나더라고요...
몽키.D.루피
10/08/22 02:45
수정 아이콘
4강을 아직 겨루고 있는 적팀에서 응원을 해 주시니 훈훈 돋네요;; 감사합니다.
저 때 박정태 주장의 카리스마는 진짜 후덜덜 합니다. 물론 지금 조주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좋지만..
10/08/22 02:51
수정 아이콘
진짜 이 시리즈 극적 이였죠.

롯데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고 5차전도 9회말 까지 2점 차로 뒤지고 있었는데 9회말에 호세가 임창용 상대로 끝내기 쓰리런 ;

그걸로 분위기 타서 결국 4승 3패로 이기지 않았나 싶네요.
자갈치
10/08/22 02:51
수정 아이콘
사실 두산이 그 때 4대0으로만 한화에게 안 졌어도 해볼만 했었는데...

저도 그 때 잊을 수 없는 경기입니다... 5차전 6:5 승 6차전 6:5 승 7차전도 6:5승......
밀로세비치
10/08/22 03:01
수정 아이콘
저도 기아팬이긴 하지만... 92년도에 야구 처음본게 롯데 경기 였습니다...

그때 빙그레가 젤 잘한다고 티비에서 막 나오길래 (전 원래 약한팀을 응원하는 마음이라...) 롯데를 응원했는데..

92년도에 잘 기억은 안나지만 롯데가 우승했었나 그랬을겁니다... 엄청 좋아했었는데...(기억이 잘못되있는것일수도 있지만..)

염종석선수 좋아했었는데...(아마 그때 기억으론 염종석 송진우 골든글러브 경쟁하고 그랬던것 같은데..)
여간해서
10/08/22 03:08
수정 아이콘
고3때 커피숍알바하면서 봤었는데
마해영선수 홈런 이후엔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롯데가 이겼고 저는 웃통을 벗고 있었...
린러브
10/08/22 04:02
수정 아이콘
23년 동안 대구시민이자
롯데팬질 4년차인 저로썬 영상을 보니 여러가지 의미로 울컥하네요...
저땐..진짜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울컥하고 답답하고 억울했는데 말이죠...
호세 진짜 미웠더랬죠..이경기 이전에 5차전도 그렇고..

그나저나 호세 방망이 던진건 알았는데 마해영선수 홈런치고 헬맷 던진건 처음알았네요..
저 경기이후 3년뒤에..마해영 선수가 롯데 유니폼이 아닌 삼성 유니폼 입고 바로 저 대구 구장에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결승홈런을 쳤다는게 참 아이러니 합니다
눈시BB
10/08/22 05:51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아쉬운 게 99년도를 못 본 것과 2005년 전후의 민한신 모드를 못 본 거죠. 저도 로이스터 감독 덕분에 야구 다시 보게 된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저 롯기도문은 정말 볼 때마다 감동입니다. 주형광, 마해영, 임수혁 등 이제는 선수가 아닌 ( 천국에서 편안하시기를... ) 롯데의 레전드들이 모여서 이루었던 경기. 정말 아쉽습니다.

우승 같은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열심히 뛰어 주고, 헬멧에 16, 49를 적어 넣듯 그 끈끈한 모습 계속 보여주고, 계속 웃어 주고, 부상만 당하지 말고, 로감독님 내년에 봤으면 하고, 그냥 지는 건 뭐라 안 할 테니 선발투수 승만 어이 없게 날리지 말아 주고 = =... 그랬으면 하네요. 그러다 보면 작년에 기아가 이룩했던 것 같은 일이 벌어지겠죠. '-'a 응원해주셔서 감샇바니다.
Grateful Days~
10/08/22 08:43
수정 아이콘
기아팬인데..

저 시리즈를 tv로 보고나서 대전에서 한화랑 코리안시리즈할때 롯데관중석에서 신문지를 흔들었습니다 ^^
가만히 손을 잡으
10/08/22 11:08
수정 아이콘
아..저도 이경기 라이브로 봤네요...신림동 만화방에서...
당시 삼성 시험봐서 삼성응원하고 있었는데, 호세건 이후로 열렬히 롯데응원했네요.
10/08/22 11:38
수정 아이콘
저도 기아팬입니다만, 롯데가 4강에 진출한다면 우승은 '롯데'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성흔이 빠진 뒤에 오히려 더 폭발적인 힘을 보여준 롯데.. 역시 매력적인 팀입니다 롯데는...

지금의 이런 상승세로 4강에 안착한 뒤, 홍성흔 선수가 복귀해서 '홍대갈' 라인을 구축,. (상상만 해도 멋집니다..)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줄 거라 믿습니다... 사실 우승할 때 되었죠 롯데... (두산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롯데가 코시에서 두산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굉장히 흥할 듯...

여튼 롯데 힘내시고, 우리 기아도 남은 경기 힘내시고 (4강 못 가면 어떻습니까.. 팀 재정비하면 됩니다..)

홍성흔 선수 빠른 복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유유히 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_^
착한밥팅z
10/08/22 12:34
수정 아이콘
99년, 그러니까 12살때 대구구장에서 저 전설의 경기를 관람했던 삼팬입니다.
자리가 워낙 모자랐던 탓에 1루쪽에서 보게 됬었는데, 호세 선수가 던진 방망이가 제 바로 앞에 떨어졌었지요..
당시에 워낙 흥분해서(사실 음식물이 날아든건 3루쪽 홈 응원석이었고, 저희쪽에선 잘 안보였을 뿐더러, 다들 흥분한 상태였었다는)
열심히 함께 퇴장을 외쳤고, 재 역전에 환호하고.. 그랬습니다만,
아직도 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명경기였습니다. 삼팬이지만, 02 한국시리즈 6차전만큼이나 최고로 꼽고 싶은 경기였지요.
아우디 사라비
10/08/22 12:35
수정 아이콘
임수혁.... 아아 임수혁!!

당시 임창용은 "불패"로 불리었습니다


야구가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라고 불러선 그날의 감격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전설".... 그것은 전설입니다


아마 현재 롯데팬심의 많은 부분은 그날에 더 단단해졌을 겁니다


그저 눈물이 납니다
Daydreamer
10/08/22 14:41
수정 아이콘
보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이것들아, 수혁이 형님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 단디 좀 하자!

ps. 박정태 선수의 정확한 대사는 "알긋나, 오늘은 무조건 이기야 된다"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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