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를 접하기 전까지 진득하게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녹스, 마이트앤매직, 발더스게이트, 아이스윈드데일 등 패키지 게임 위주로 즐겨왔죠.
언제든지 게임을 멈출 수 있고, 남에게 피해를 줄 일도 없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블리자드 게임을 대부분 좋아했지만 와우는 하지 않았었네요.
주변 친구들이 다 해보라고 해도 꿋꿋하게 버텼다가 결국 처음 접한 것이 불성 막바지였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좋았습니다.
무수한 반복 칼질로 렙업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좋았고,
제가 즐겨 했던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관이 그대로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퀘스트를 하면서도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훨씬 재미있더군요.
반 년 정도 만에 만렙이 되었고, 이후 또 반 년 정도를 레이드 한 번 하지 않고 혼자 플레이를 했습니다.
일일 퀘스트를 하고, 탐험을 하고, 낚시도 하고, 펫도 모으고, 탈것도 모으고,
그러는 와중에 한 번씩 겨울손아귀 전장도 가고… 해야 할 것은 항상 많았지요.
우연히 길드에 들게 되면서 처음으로 인던도 가게 되었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몇 달 전에 왕쓰자를 달긴 했지만, 레이드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골팟이 성행하던 시기인지라 다들 너무 골드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요.
레이드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실수해서 욕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더군요.
그래서 주로 전장을 다니거나 탈것을 모으는 것으로 소일했습니다.
석 달 정도 걸려서 안주를 얻었을 때, 1년 가까이 알을 품어서 녹색 원시비룡을 얻었을 때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원하는 녀석은 안 나오더군요. 탈것의 졸업이라는 ‘알라르의 재’였습니다.
와우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에서 선을 보인 알라르의 재는 두 번째 확장팩의 말기이자,
세 번째 확장팩인 ‘대격변’이 나오기 직전인 상황에서도 최고의 탈것으로 꼽힙니다.
속도가 다른 탈것보다 훨씬 빠르고 일단 비쥬얼이 먹어줍니다.
붉게 타오르는 불사조를 타고 날아가면 꼬리에서 흐르는 잔상이 20미터 이상 늘어집니다.
2년쯤 전에 누군가 타고 날아가는 것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뒤로 항상 알라르팟이 생기면 꼬박꼬박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작은 서버의 호드라서 팟도 잘 생기지 않더군요.
대격변이 다가오면 혹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난생처음 공장을 잡아서 알라르팟을 직접 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알라르 팟이 하나 생기기도 어렵더군요.
당시 제가 있는 서버의 호드 진영에서 알라르의 재가 나온 적은 딱 두 번뿐이었고,
다른 서버에서 옮겨온 분의 것까지 해도 세 마리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타고 다니는 분들이 모두 접으셨는지 보기 어렵더군요.
자주 보이면 다들 타 보고 싶어서 의욕을 보일 텐데, 어차피 안 나오는 거 괜히 시간만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몇 주 동안은 5천 골씩 상금으로 걸고 모으기도 했지요.
바빠지면서, 그리고 아이가 밤에 늦게 자게 되면서 와우를 할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지쳐가더군요. 그런데 며칠 전에 항상 12시가 넘어서야 잠드는 아이가 10시쯤에 잠이 들었습니다.
줄구룹에 가서 데칼(호랑이 탈것을 드랍하는 녀석이죠)을 잡으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알라르팟이 뜨더군요.
저와 함께 자주 같이 갔던 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시간도 있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처음 가는 분도 많았는데도 한 번에 잡히더군요. 그리고 누군가 외치는 “알라르다!” 소리에 다들 긴장…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링크를 거시더군요. 같이 간 공대원뿐만 아니라 공개 채팅창이 난리가 났습니다.
경매가 들어갔고, 공장님과 레이스가 붙었죠.
1만 골씩 올라가던 금액이 10만 골드를 넘어서자 5천 골 단위로 떨어졌고,
결국 13만 5천 골에서 공장님이 손을 드셨습니다.
제가 유리한 싸움이었죠. 2년 가까이 알라르의 재에 쓸 골드는 항상 쓰지 않고 모아두고 있었으니까요.
분배가 끝나고 달라란에 갔을 때, 많은 이들이 착륙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소환을 눌렀을 때의 감동은 솔직히 왕쓰자 달았을 때보다 더 좋더군요.
마치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애처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얻으니 조금 허탈해지기도 합니다.
대격변이 나와서 정말 마음에 드는 새로운 탈것이 생긴다면 또 도전의 의욕이 생기겠죠.
현재는 3일에 한 번씩 접속해서 데칼과 만도, 그리고 리븐데어를 심심풀이로 잡고 있네요.
전에는 알라르가 없으니 저것들이라도 좀 나오지 싶었는데, 이젠 한결 여유로군요. ^^;
오늘 밤도 오랜만에 접속해서 자랑이나 하다 자야겠습니다.
와우 유저 여러분 즐와 하시길 바랍니다. ^^
줄리안 호랑이 : 10개월 째 진행 중...
리븐데어 죽음의 군마 : 253트 진행 중...
알라르의 재 : 2010년 8월 3일 달성!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정말 즐기신다는게 글에서도 느껴지십니다.
알라르의 재 같은 레어 아이템들은 평생 복이 없다고 생각하며 게임한 저였었기에...
별 신경쓰지 않았는데... 역시 직접 얻은분의 글을 읽으니 무지 부럽고 와우가 다시 하고 싶어지네요.
유부남이신데도 게임을 꾸준히 즐기시는 그 꾸준함과 남들이 잘 시도 하지 않는걸 하는 끈기에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