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자고 있는데 선생님이 깨울 때가 그랬고, 지하철에서 자는데 청소부 아줌마가 깨워주셨을 때가 그랬고, 근무 전 자고 잇을 때 고참이 날 직접 깨우러 찾아 왔을 때도 그랬다. 자다가 일어났는데 누군가 날 깨우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 때론 심각하게 - 뜻한다. 눈드고 시계를 볼 필요조차 없엇다. 올리버가 나를 깨우고 있는 것을 보니 나는 늦었다. 탑승 딱 한시간 반 전이니 당장 뛰어나가면 비행기를 탈 수는 있을거란다. 똥줄타는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 제대 후 처음 다시 느끼긴 했지만, 어쨌건 간신히 도착 드디어 두번째 도시 멜버른이다.
Berwick 으로 오라는데 시내에서 무려 한시간 반. 하지만 강동구 상일동 촌구석에 사는 내가 그게 멀다고 불평하기엔, 서울 시내에서 우리집까지가 더욱 더 멀다. 나와서 보아하니 여긴 좀 특이하다. 어릴 대 어린이 대공원에서나 보았던 것 같은 열차가 길거리를 느릿느릿 걸어다닌다. 저게 트램이란다. 대중교통을 사랑하는 서울시민이 저 신기한 열차를 그냥 지나치면 쓰나. 물어보니 위 지도의 빨간 줄을 뺑뺑 도는 꽁짜 열차가 있단다.
꽁짜트램 내부&외부, 현대식으로 생긴 트램도 있는데 전혀 예쁘지 않다. 그냥 기차같이 생겼다. 저런 열차가 시내 차도에서 차들과 함께 길을 다닌다. 시내 구석구석까지 트램이 안가는 곳이 없다.
지도보고 심시티 게임 지도인줄 알았다. 정말 네모반듯하다. 멜버른에서 도서관을 물으면 대부분 위쪽에 있는 주립도서관을 가르쳐 주는데 밑에 내가 설명한 도서관은 시립도서관이다.
관광을 시작하기엔 짐이 너무 많다. 인터넷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구경도 할겸 도서관을 찾는데, 이게 뭐야..!! 도서관에 게임기가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게임기 옆에는 요일별로 무슨 게임을 할 수 있는지까지 정해져있다. 이건 정말 충격과 공포다. 오클랜드 도서관에서 만화책책장을 보았을 때나 게임 CD대여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도서관에서 게임을 직접 한다니 한국 도서관 관리인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게임을 술담배보듯 하는 한국에서 와서 그런지 도서관에서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는지 보지도 못했지만, 게임기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이 나라는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보는구나 싶더라. 천대시받는 한국의 게임문화를 생각하면 정말 눈물난다.
멜버른 도서관에 있던 게임기는 깜박하고 못찍었다. 대신 오클랜드 도서관에서 찍어온 게임들. 게임대여점이 아니다. 분명 오클랜드 도서관 안이었다.
Berwick 에 도착하니 저녁 6시 밖에 안됬는데, 여긴 무슨 한밤중이다. 조치원 외할머니 댁도 이렇게 어두울 것 같진 않다. 평생 아파트에만 살았던 나에게 1층짜리 그냥 집은 정말 생소하다. 집집마다 마당도 있다. 서울에서는 마당있는 집을 심지어 구경조차 해본적도 없는데, 여긴 무슨 쌔고 쌨다. 두번째 카우치서핑을 한 곳은 그때까지 살아본 집중에 가장 좋은 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큰방 3개에 화장실, 세면실, 세탁실이 다 따로 있고 자기 창고와 정원까지 있는 그런 집에 서울에서 살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감도 안잡힌다. 난로 값이 아까워서 밤에 덜덜 떨며 자야했던 것으로 보아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평범한 사람들도 대부분 저런 집에 사는 건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