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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제가 며칠 전에 썼던 글 내용 이후의 일들을 쓴 것이구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이전 글을 링크해놨습니다.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지만 저는 여자에 대해서 정말 너무도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분명 그녀는 다음날에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이틀을 기다렸는데도 감감무소식이더군요.
그래서 왜 연락을 안했냐고 문자를 보내니, 쌩뚱맞게 살이 일키로 빠졌다고 기분 좋다고 하던데, 이때 제가 이런 반응은 무언의 거절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몇 번 장단을 맞춰준 뒤 카페는 언제 올 수 있냐는 식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답장이 없더군요, 그 다음날에 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습니다. 이거 정말 큰일이구나 싶었죠. 그냥 지나가는 말을 진담으로 들어버린 것 때문에 이런 처음으로 온 기회를 놓치는 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제가 친구(전에 쓴 글의 그 친구입니다.)랑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요. 남자 둘이서 보기는 조금 그렇지만 나름 문화생활을 즐긴다고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가기로 했거든요. 거기 가보니 남남커플은 저희밖에 없어서 더욱 그녀 생각이 났습니다. 공연시작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친구한테 그녀랑 만난 이야기와 문자를 했는데 답장이 안 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친구가 여자들은 귀찮게 문자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전화통화를 하지 찌질하게 만나자는 약속을 문자로 하냐고 그러더군요. 나름 배려한다는 생각에 문자로 연락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친구가 대화는 끊기지 않았냐고 물어봐서 제가 대화는 여자애가 계속 주도를 했는데 할 이야기가 떨어졌을 때는 막 자기한테 궁금한 것 뭐 있냐고 저한테 물어봤다고 하니까 친구가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실패라고 하면서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7:3정도로 거의 그 여자애랑은 물 건너갔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제가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보다는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고 대화가 끊기지 않게 계속 이어가야한다는 부담을 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후회가 됐어요. 친구랑 이야기 해보니까 제가 여자들에게 점수를 잃을 수 있을 만한 행동을 여러 가지 한 것 같더군요. 예를 하나 들자면, 제가 그녀랑 밥을 먹었을 때 밥맛이 없어서 음식을 잘 먹지를 못 했는데요. 남자가 밥을 팍팍 먹지 못하면 여자는 아무래도 음식을 잘 먹기가 민망해서 불쾌해 할 수도 있는데, 밥을 먹을 때 그녀가 저한테 왜 이렇게 잘 먹지를 못하냐고 할 정도의 모습을 보인 것이 생각해보니 여자에게 보여 지는 점수를 깎는 짓 이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나보니 어떤 노래가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제가 침울해하니까 친구가 자기한테 그 여자를 소개시켜주면 둘을 잘 연결시키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그런데 핸드폰 신호는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이제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집신도 제 짝이 있으니까 미련을 버리라고 하더군요. ㅠㅠ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끄고 오페라의 유령을 봤는데 눈으로 보는지 코로 보는지 모르겠고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이 갔더니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혹시라도 오페라의 유령 보시려면 영화나 책을 보시고 가세요, 아니면 저처럼 망해요.) 휴식 시간에도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를 안 받아서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랑 헤어지기 전에 이번에 전화를 안 받으면 미련을 접겠다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실 전화를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전화를 거의 걸자마자 받아서 상당히 기쁘면서도 당황 했어요. 그래서 좀 말을 떨면서 했는데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더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 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 생기면 좋다면서 만나겠다고 하더군요. 약속을 잡으려는데 다음 주에는 친구들이랑 피서를 가고 주말에는 알바를 한다고 해서 다다음주에 만나려고 했지만 그녀가 다음날에는 약속이 없다면서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다음날 만나자는 급약속을 했습니다. 전화 몇 번 못 받았다고 그렇게 좌절을 했던 제가 한심했지만 그것보다 기쁨이 더 컸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와 저는 집이 가까워서 만나기가 편했는데, 친구 집이 저희 집에서 5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약속시간을 4시로 잡았는데 그녀가 6시40분에 저랑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요가학원에 가야 된다고 해서 그녀와 제가 만났던 곳 근처에서 볼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친구가 오지랖 넓게 고생을 해주는 대신에 제가 밥을 사기로 했어요.
다음날 그녀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는다고 연락을 하더군요. 친구한테 연락해보니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벌써 출발을 했다고 해서 일이 약간 꼬이는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둘이 만났는데, 조금 화가 나있더군요. 거기다가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또 그녀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는 뭐 그런 여자애가 다 있냐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데, 오히려 만나지 않으니 못한 결과가 나올까봐 걱정스러웠어요. 결국 그녀는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을 늦게 왔어요. 그런데 친구가 막상 그녀가 와서 화나셨냐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말하더군요. 그리고는 그녀에게 저에 대한 찬사와 칭찬을 늘어놓아서 조금 민망 했어요. 그녀와 만난지 30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친구가 갑자기 말을 놓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떨결에 저도 그녀한테 말을 놓게 되었고, 대화 분위기는 아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다음 주에 그녀가 놀러가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친구가 자기는 친구들이랑 성수기가 조금 지나면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제주도에 아는 분이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배를 타고 가는 거라서 엄청 싼 값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그녀가 자기도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친구가 장난으로 “그러면 우리 셋이 가면 어때?” 라고 하니 그녀가 흔쾌히 가자고 하더군요. 정말 의외의 전개였어요. 그래서 2주 쯤 후에 4박5일로 가자는 대략적인 계획까지 세우게됬어요. 저는 여기서 “시경아 너도 제주도 가는 거 좋지?” “응, 제주도 좋지.”이런 한 마디만으로 그녀와 함께 제주도를 가게 된다는 말을 듣다니 왠지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거의 헤어질 때 쯤에 “정말로 제주도 여행 같이 가는 거 맞지?”라는 말에 그녀가 “그런데 저만.. 아니에요 생각해 볼게요.”라고 약간 망설이는 듯 한 말을 했어요. 제 생각에 그 의미는 자기만 여자고 남자 둘 그것도 한 사람은 오늘 처음 본 사람과 여행을 간 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진다는 것으로 느껴졌는데요. 그녀를 요가학원 앞까지 바래다준 후에 친구는 저한테 돈이 없어서 망설이는 것일 거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의 생각을 말했더니 친구가 그러면 지금 우리 둘이 아는 여자애 한 명 제주도 같이 가자고 섭외하면 되니까 저보고 그 아이한테 전화해서 여자하나 더 껴서 4명이서 간다고 말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친구가 어제는 자기가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오늘 그 아이 태도를 보니까 저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고, 이야기 할 때 그녀가 제 어깨를 손바닥으로 장난하듯이 때리는 것을 몇 번 했는데 그게 왠지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고 하더군요. 지금 사귀는 여자는 없지만 아는 여자사람도 많고 연애 경험이 저보다 풍부한 친구가 그렇게 말하니 왠지 안심이 됐습니다. 친구가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렇게 결과가 좋게 돼서 기분 좋게 간다며 그렇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친구를 보낸 다음 요가가 끝날 시간쯤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행 가는 데 여자애 한 명 같이 껴서 4명이 갈 생각이라고 하니까 좋다고 하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다 하면서 웃음을 짓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정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틀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