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本末顚倒)
- 일이 처음과 나중이 뒤바뀜
- 일의 근본(根本)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힘
● 첫번째 본말전도 -
4대강 실무 책임자 문책
천안함 침몰사고로 시끄러웠던 지난 주에, 한나라당에서 4대강 실무 책임자를 문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4대강 사업은 생명을 살리자는 사업인데, 생명을 죽이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책임자가 제대로 (홍보를) 못한 것이고, 그 책임자를 그대로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합니다. 더불어 반대 여론을 돌리기 위해
김연아 선수를 4대강 홍보모델로 내세우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4대강이 생명을 죽이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은 실제로 생명을 죽이는 짓거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죠.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습지와 녹지를 파헤친 참혹한 자연 학살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얼마 전 이야기만 들어도 달성보 공사구간에서는
퇴적 오니에서 카드뮴이 발견되었고 남한강 공사구간에서는
물고기 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사에 만전을 기해서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해도 모자랄 판에 습지며 강이며 기준도 뭣도 없이 무조건 다 파헤치고 콘크리트를 때려부으니 생태계 파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환경 파괴가 없을 수 있나요? 그리고 퇴적 오니에서 중금속이 나오는지 뭐가 나오는지 이제서야 문제가 되었다는 것은 애당초 공사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기반 조사를 날림으로 했다는 소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골재수익 난다고 큰소리 쳤는데 나온 골재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되었습니다. 오염사례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요. 4대강 사업을 녹색뉴딜이네 뭐네 하면서 사람들을 기만하며 강을 때려죽이는 이 작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중금속으로 오염된 골재보다 속이 더 시커먼 작자들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높으신 양반들께서는 실무 책임자나 문책하라고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본말전도도 이런 본말전도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김연아 좀 그만 도둑질해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희태씨가 도둑질하고, 충남 유성구 선거사무소에서 도둑질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당 차원에서 도둑질하겠단 겁니까? 국격도 모자라 인격까지 모독하는 이런 아기 강아지만도 못한 작자들...... 어휴.
● 두번째 본말전도 -
e스포츠는 저작권 영역이 아니다
뉴스게시판에 올라온 협회 기관지격인 어떤 매체의 뉴스 논조를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들의 논조를 들어 보니 '게임을 종목으로하는 e스포츠만해도 대회나 리그 종목으로 채택되거나 활용될 경우, 엄청난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홍보 효과가 유발되면서 제품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작권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마치 게임사가 당연히 e스포츠화에 있어서는 저작권을 포기하고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이른바 시장윤리에 근거했다고 자부하는(?) 논리를 펴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그 결과가 일어나게 된 '과정'이라는 숲을 무시하고 '결과'라는 나무 열매만 바라본 나머지 논리도 개념도 망각해 버린 헛소리일 뿐입니다.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을 e스포츠화하는 데에 있어서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노리고' 게임사가 특별히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지, e스포츠로 쓰이게 되면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는 대신 저작권을 요구할 권리가 없으니' 저작권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죠. 따라서 한마디로 저작권의 개념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자기 멋대로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이 매체는 '블리자드는 어느 게임업체보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 동안 '스타크래프트2' 출시와 관련해 게임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e스포츠계를 상대로 저작권 공세를 펼치고 있다.'라는 식으로 완전히 협회의 입장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읊고 그대로 받아쓰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기업이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한국의 e스포츠 인프라를 날로 먹으려는 것도 모자라'라는 둥, 적반하장격인 소리를 하는 자가당착까지 범하고 있습니다.
따지려면 제대로 따져야죠. 거기에서 좀더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스타크래프트를 블리자드의 묵인 속에 무단 사용하여 e스포츠 인프라와 지금도 70% 이상을 차지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구축한 협회 및 방송사의 이야기와, 원저작자조차 요구하지 않은 중계권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방송사에게서 주도권을 뺏어버리고 e스포츠판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협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부분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부분이 이야기되면 '날로 먹은' 주체는 블리자드일까요, 아니면 협회일까요? 적반하장인 주체는 블리자드일까요, 아니면 협회일까요?
단언합니다. 지금 e스포츠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블리자드라기보다는, 크게는 불법베팅과 승부조작 문제부터 작게는 맵 버전 및 규정, 심판 관리까지, 이슈가 되는 일마다 문제나 뻥뻥 터뜨리고 제 구실도 기능도 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주제에 유망한 콘텐츠를 날로 먹으려는 e스포츠 협회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릇된 주장을 사실인 양 전파해서 혹세무민을 꾀하려는 이런 매체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있는 승부조작 건 등의 크리티컬한 문제를 e스포츠 협회가 제대로 해결하고 쇄신하지 않으면 이런 매체가 악다구니를 쓰든지 말든지 정말로 e스포츠 인프라의 주도권이 대한민국을 떠나게 되겠지요.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