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공무 중 순직 병사의 보상금을 최대 1억 원으로 올리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병에 대한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글자 그대로만 놓고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고 군대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는 조그만 계기가 될 수 있는 개선 방침입니다. 군대에서 죽으면 사람 값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과연 근거 없이 발생한 부정적 인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의문사와 같은 투명하지 못한, 그리고 나중에서야 사실과 다르게 밝혀지는 억울한 죽음이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금을 받는 군 규정 등의 엄연한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군필자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는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합니다.그래서 이 방침을 원칙적으로 환영합니다. 그런데 쌍수를 들어 환영하려고 보니 이 보상금 현실화 방안을 둘러싸고 뒤따라오는 뒤가 구려 보이는 '곁다리' 들이 웬지 꺼림칙합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우선
일부 언론의 관련 기사를 보면 북한의 도발로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전제하자면 저는 천안함 사고와 관련하여 어떤 가능성도 100% 사실로 믿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발표들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슈 뿐만이 아니라 천안함 이슈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마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 등으로 인한 침몰로 확인된다면 보상기준도 달라진다'와 같은 북한을 명시하는 태도로
은연중 북풍(北風)을 조장하려 하고 있는 태도가 참 꺼림칙합니다. 특정 정당 및 일부 언론에서 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는 단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국익 차원에서도, 국격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천안함 사고로 인해 생떼 같은 장정들이 수장되어 고통에 빠져 있는 가족들의 한 섞인 울분, 그리고 그로 인해 슬픔과 불안에 잠긴 국민들, 하지만 그런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을 더욱 더 비탄에 빠뜨리고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은 이런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을 마치 사실이거나 사실의 한 끝자락인 양 주장하는 언론 및 정치 집단의 이기적인 언행입니다. 그런 기사를 써 내고 그런 망발을 하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이 서캐 뒷다리만큼이라도 있다면 자중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보상금 현실화는 실현이 된다면 분명히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정책이지만 기사에 보니 '재정기획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아직 다른 부처와 협의도 안 된 채 내놓았다는 것인데 다른 집단도 아니고 군에서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저는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군이라는 주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이상적 인식은 '명령에 복종'하고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이고 '확실'해야 한다. 뭐 그런 정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가라보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등을 떠올리겠습니다만 그런 것은 그냥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부처간의 협의도 안 된 '보상금 현실화' 사항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군의 체계와 확실성과는 정말 동떨어진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화제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들의 협잡을 배우신 게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들 정도입니다.
더욱이 최근 뉴스를 보니 군에서는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분노하실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특정한 사실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에는 발끈하시는 분들께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없고 부처간의 협약도 되지 않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당장이라도 이루어질 것처럼 국민 대상으로 발표하고, 뒤쪽에 '아직 협의를 거쳐야 하니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라고 국민들을 기망하시면, 가뜩이나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되어 갈팡질팡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는 바람에 신망이 떨어진 군대를 과연 어떻게 믿고 '단잠'을 이루겠으며 장정들을 보내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군 당국에서 장병들 월급에서 일정액을 모으거나, 국민성금 모금으로 유가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행동은 제가 보기엔 매우 유감스러우므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소에서 식사시간이 되면 장정들에게 교육시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국민의 세금이다". 그렇습니다. 군대 자체는 하나에서 열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군에서 어떤 지원이 현실화되어야 하고 더 늘려야 한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에서 국방 예산을 늘리셔야 합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당장 뭐가 부족하다고 해서 쥐꼬리만도 못한 장병들 월급에서 일정액을 뗄 생각을 하거나, 지금 슬픔에 잠겨 있고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돈을 국가 차원에서 더 거두겠다는 것은 영구적 대책이 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못합니다.
무엇보다 장병 보상금은 물론 월급도 현실화해야 하고, 앞으로 현실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 것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중 하나가 장병들 월급이 현실화되지 않은 부분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굳이 군사정권 때처럼 시도때도 없이 방위성금 거둬라 뭐라 안 해도,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헌신적이고 정말 착한 국민들입니다. 챔버를 기증하겠다는 분들부터 시작해서 민간지원과 의료지원은 끊이지 않습니다. 누가 영웅시하려 하지 않아도 의로운 순직을 한 고 한준호 준위를 영웅으로 기억하는 국민들입니다.
군에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런 헌신적이고 착한 국민들에게 굳이 무언가를 더 바치라고만 하실 게 아니라. 군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시고 국민에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의혹과 불신이 아닌 진실과 신뢰를 주시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정치적이고 군에 계신 분들 개개인도 정치적 입장이 있겠습니다만, '군'이라는 집단이 정치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든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쿠데타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군대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사실의 가감 없이 보고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최고의 이익으로 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