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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17 16:56:25
Name Firehouse
Subject [일반] 유학5년차, 멀기만 했던 그 길의 끝을 보면서...
PGR에는 유학생들이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중국, 일본, 필리핀부터 멀게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까지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이 내일을 바라보며, 그리고 부푼 꿈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해볼까 합니다. 결국 유학이라는 것도 삶의 여러 형태중 하나일뿐인데 그 속에서 하지 못 했던, 남들에게 꺼내기 부끄럽던, 혹은 자랑하고 싶던 말들이 많죠.

미국에 있는 유학생만 1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사실, ‘유학생’ 이라고 칭하지만 그 속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MBA, P.hd, MS, MD, Bachelor degree, diploma, Associated degree 등등 각자가 쳐해 있는 상황에 따라 삶의 형태도 천차만별로 틀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에서 2년,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3년째 있는 학부 졸업반 학생입니다.

5년전 군대를 일찍 다녀오고 떠났던 여정이 끝에 다다랐고, 지금 다시 뒤를 돌아보니 잊지 못 할 추억들이 너무 많군요.


1. 유학의 이유

군대를 다녀오니 막 23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어 미래를 구상했고 정말 “복받은 운명” 인지, 부모님께서 저를 믿고 밀어주셨습니다.

U of Mass, U of Michigan, UCLA 등등의 그 분야와 관련된 학교 리스트를 뽑고 혼자 조사해가며 결국 캐나다의 작은 college를 졸업 후 제가 가고 싶은 대학으로 편입한다는 계획 아래 유학생활이 시작 되었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중부에서 Finance를 공부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면서 현실과 저 자신을 깨달았고, 이렇게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뭘 잘 할 수 있고 만족 할 수 있는지 수없이 되뇌여 본 결과물이었습니다.

요즘, “삶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그럴까요?

“끌려가기 보단 끌고가는 삶을 살자” 라며 자신을 재촉였던 하루하루가 정말 그립네요. 그 푸르렀던 초기 때의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 경제적 조건

제 주위에 누군가가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면, 하지만 경제적인 조건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전 일단 말릴 것 같네요.

같은 서울땅에 두발 붙이고 산다고 경제적 조건이 다 같을 수 없듯이, 적어도 제가 있는 곳에서도 상대적 빈부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심각한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다시 말해 현재의 상태를 유지 시킬 수 있는 경제력은 뒷받침이 되구요. 물론, 많은 수가 부모님의 지원속에서 형성 되는것이죠.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일단 석/박사는 제외 하겠습니다. 제가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학부유학생들에 비해 특히 박사과정은 장학금을 받거나 TA,RA,PA 등등의 등록금 및 기타비용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나마 더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학교 등록금이나 생활비는 학교별/도시별로 천차만별이라 획일화 시킬 수 없지만 ‘대략’이라는 표현을 빌리면,

사립대 같은 경우 2학기 등록금이 $30,000-$50,000, 주립대의 경우 $20,000 - $45,000 정도입니다. 졸업까지 보통 8학기가 소요되니 입학부터 졸업까지 등록금이 대략 나오겠지요.

생활비 부분은, 사실 각자의 생활 방식과 지역에 따라 너무 틀려서 ‘대략’을 쓰기에도 부적합 합니다. 그러기에 표본을 저 하나만으로 압축시키면, 방 렌트 $700+ 생활비 $600 = $1300 정도네요. 한달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입니다. 학교-집-도서관-운동 이라는 생활패턴과 비교적 저렴한 물가, 시골이라는 환경을 고려할 때 다른 대도시 유학생들과 차이는 아주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아파트와 같은 퀄리티면 보스턴이나 뉴욕같은 곳에서는 일단 렌트값만 $1,500부터 시작할테니깐요.

저도 그랬지만 이렇게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조금이나마 보태려고 학교에서 합법적으로나 혹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현금을 받으며 불법적으로 일을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일과 공부를 병행할 때 공부에서의 성과가 더 잘 나와서 더 열심히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저 같은 경우 경제적 문제는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 주시기에 안되면 일 그만두고 공부만 하지라는 상황이지만, 가끔씩 봤던 학비문제가 집안문제로 심화되고 결국 돈을 다시 벌어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의 모습을 보자니 많이 안타깝더군요.

3. 소소했던 추억들

한번은 새로 이사간 집에서 Bedbug 라는 침대에서만 사는 벌레에 4일동안 물렸던 적이 있습니다. 첫날 그리고 둘째날이 지날 때까지도 모기에 물린줄알고 모기약만 줄창 바르다 마치 HIV 환자의 증상처럼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 결국 알바하는 곳에서 손님들에게 혹시 그 병에 걸린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구요.

마리화나를 집앞 마당에서 키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파는 룸메와 보냈던 6개월은 맑고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 경험이었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던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군대 제대 후 그냥 한국에 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인연들, 그리고 경험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먼 훗날 다시 뒤를 돌아봐도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네요.


글쓴다는게 이렇게 오래 걸릴줄 몰랐네요.

다른분이 이어서 써주시거나, 필요하다면 나중에 다시 이어 붙여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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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저그
10/03/17 17:0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전 대학졸업하고 동네 할아버지도 이름들으면 알만한 대학원 합격했는대 스칼라쉽을 못받아서..

3만7천$ 등록금에...솔직히...비행기값 내기도 막막한 시절이라

고민고민에 또 고민하다

걍 취업했습니다....

솔직히 유학가신분 엄청 부럽니다. ^^;;

둘중 하나죠..집안이 넉넉해서 부럽거나...그렇지않다면 그 용기가 ;;
전인철
10/03/17 17:09
수정 아이콘
아..... 한편으로는 그런 지원 하에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제 생각으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ㅠㅠ'
저도 지금 캐나다에 와 있는데 저는 글쓴이 분의 유학유학까지는 아니고 1년 정도라
직접비교는 어렵겠지만 쓰신 글만 봐도 고생좀 하셨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혀 후회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나 남는 미련 조차도 부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돌아와서 즐거운 한국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나오기 전부터 예상했던 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에겐 한국이 최고더군요ㅠ
여자예비역
10/03/17 17:43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10/03/17 18:20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또 부럽습니다.
저도 스포츠마케팅 쪽으로 공부중입니다.
아직군대는 안다녀왓지만 벌써 3학년..
석박사를 유학가서 공부하고싶지만
그 길도 모르고, 그런방면으로 나간 지인이 없어서
어찌할바 모르곳있었습니다.
글쓴이 분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다시한번 유학을 가고싶다는 생각이듭니다.
물론 군대에 다녀와서 가야겠죠 T_T
와이숑
10/03/17 18:33
수정 아이콘
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이런 글 좋아요 ^^

근데 3만불이면 환율 천원만 잡아도 3천만원 아닌가요? 덜덜;;
은갈치
10/03/17 23:07
수정 아이콘
평소에 이런 리플다는 사람들 싫어했지만, 제가 하게되네요 ㅠ.ㅠ.
본문에 p.hD -> ph.D 아닐까요..
로즈마리
10/03/17 23:52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저는 이제 2년 되었어요;
이제 고작 석사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벌써 지쳐요....
박사과정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을 충동을 매일 느끼네요...
10/03/18 00:03
수정 아이콘
주립대는 참으로 애매한 것이, 그 주에서 태어난 본토인한테는 $10,000 도 안되는 등록금을 받지만, 외부인 (외국인 + 다른 주에서 넘어오는 사람들) 한테는 $3~40,000 을 다 받죠. 자기 동네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겠지만, 가난한 외국인들한테는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쉽죠. 뭐 이해는 합니다만...

저는 박사 끝나고 포닥 시작한 지 얼추 1년이 되어갑니다. 유학 나오느라 해커스 돌아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잡 마켓 나갈 준비하고 있으니, 시간 참 빠르군요..
아브락사스
10/03/18 05:33
수정 아이콘
유학 2년차 박사입니다... (정확히는 퀄을 아직 안 봐서 박사과정 학생 나부랭이죠... ^^)

사실 유학생활은... 초등학교때 전학을 가는데... 부모님 도움없이 혼자 가는 거랑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파란 하늘에 화창한 날씨에서도... 언제나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 현실들은 무척 냉정하구요...

축하드립니다... 5년 정말 길었을텐데... 잘 버텨내셨으니... 이걸 거울 삼아 잘 대처하신다면 원하는 바를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OrBef2님이 정말 부럽군요... 흑...
Minkypapa
10/03/18 16:36
수정 아이콘
무사히 잘 마무리하세요. 더더욱 미국같은 중부라니... 타국생활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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