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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09 21:57:14
Name 데미캣
Subject [일반] 카우보이 비밥 ost. <Waltz for zizi.>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자주 보던 피시 게임 잡지에서 비밥이 완결된 후 비밥에 대한 어마어마한 극찬을 실어놨습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상미. 그에 걸맞는 칸노요코의 음악. 그 칼럼을 보며 이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 싶었으나, 당시로썬 미성년자였기에 어떤 경로로 봐야할지 몰랐습니다. 그 당시 유행하던 구루구루라는 게 있었으나 전 그런 공유 프로그램은 맹이니까요.

투니버스에서 더빙을 했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만 그 역시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청소년 관람불가였고, 그에 따라 심야 시간대에 방영했으니까요. 미성년자가 심야 시간대에 만화 채널을 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모님이 tv시청권을 가지고 있는 건 물론이고, 그 시간대에 만화를 본다하면 아마 다리 몽둥이가 하나쯤은 날라갔을 테니까요. 허나 한달에 한번쯤은 부부동반모임이라던지, 그 외에 어떤 연유로 인해 그 기회가 찾아왔었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도둑시청을 하게 됩니다.

아, 이게 사람들이 비밥 비밥 거리는 이유구나.

어린나이에 보아왔던 다른 만화영화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분명 있었습니다. 홍콩 영화나 할리웃 액션에서나 볼 수 있던 스타일리쉬한 무언가르 봤던 거죠. 흔히 표현하는 간지나는 어른들의 세계.

결국 한달마다 한편씩 밖에 보지 못했던 비밥은 완결이 나게 됩니다. 정규 편성은 막을 내리게 되지만 전 결국 엔딩을 보지 못했죠.
어찌나 아쉽던지. 마지막편을 하던 날엔 왜 모임이 없는 것인지.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오늘만큼은 만화 한편 보자며 생떼도 써봤지만 역시나 통할리 없는 억지일뿐.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봐왔던 도둑시청해왔던 에피소드들이 뭉쳐서, 제 머리속엔 나름의 결말을 지어놓고 즐거운 상상을 했습니다,


그 후로 고등학생. 대학생. 공익..

요새는 마음만 먹으면 불법이라 하여도 웹하드를 이용하여 어떤 작품이든지 향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왠지 그 시절, 뜨문 뜨문 봤던 몇화가 아른아른 기억나서 말이죠, 어린 나이때의 기억이었지만 너무 충격적이고 감명깊게 남아있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웹하드의 다운을 거부케 만들더군요. 이건 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정도의,

하지만 그 작품에 대한 예의를 지킨답시고 dvd를 사기엔 여유가 많지 않았고.
dvd를 살 정도의 목돈이 생긴다 하면 다른 급한 불부터 끄기에 바빴으니 비밥이란 이름은 제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집에 달아놓은 브로드앤 tv에 카우보이 비밥이 업로드 되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 맞다. 내가 그렇게 어릴 때부터 보고 싶어했던 그것.. 이젠 죄의식 없이, 떳떳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껏 1화부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결을 끝까지 보게 되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도둑시청 했었던 옛추억도 생각나고, 잠시나마 조각조각난 에피소드들로 이룬 망상으로 만들었던 완결이 보기좋게 어긋나 있는걸 보며 쓴웃음을 짓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그 여운에 젖어 있는 듯 합니다. 헌데 이 여운이 조금은 다른 성질입니다. 저는 이 여운이 작품에 대한 여운인줄로만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몰래 몰래 투니버스를 훔쳐보던 추억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깃들어 있는듯 합니다.


그 땐 그렇게 잡기 힘든 것이었는데,
지금은 손에 쉽게 얻어지는 걸 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돌이켜보면 전 어린시절 갈망했던 게 참 많았습니다.
여태껏 얘기해왔던 비밥이라는 애니메이션 한편 뿐만이 아니라, 또래들이 신고 다니던 나이키 신발, 노스페이스 가방, 빈폴 셔츠, 아디다스 져지. 방과후면 여러명이서 몰려다니며 피시방 다니는 것도 부러웠고, 서클에 들어 부활동을 하는 것도 부러웠습니다.

그런 생활들을 향유하던 또래들에 비해 저희 집안 환경은 턱없이 불우했고, 집에는 11살 차이나는 어린 동생이 있기에 학교가 끝나면 여지없이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요. 어린이집으로 향하며 동생을 데려오고, 항상 일터에 계시느라 귀가가 늦던 어머니를 대신해 밥을 먹이고 있노라면 참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나는 다른 또래와는 다르구나.

그러다 보니,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무엇보다도 내 힘으로 알바를 해서 메이커 신발과 비싼 셔츠를 사고 싶었고, 동아리에 들어 신나게 밤을 새며 놀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알바를 해서 돈을 벌고, 옷을 사 입으며 음악동아리에 들어 밤새 술마시고 놀아봤지요. 헌데도 원하는 생활을 누려 봤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세월을 나이가 들면 보상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하나도 보상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그 때 그 시절 나이키를 신는 거였고, 서클에 들어서 노는 거였겠지요. 교복을 입고 또래들과 더욱 어울리고 싶었던 거였는데, 대학생의 신분으로 그걸 향유한다 한들 그 기억들이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깨달은 거라곤 현실에 좀 더 충실하며,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만,

아직까지도 그 때 못잡은 짝사랑의 그녀에 대한 아쉬움은 그대로군요,
먼 훗날 또 한번 이 기억을 보상받기 위해 사랑한다 한들, 그 때의 아쉬움은 보상되지 않겠지요,..


링크해드린 영상은 카우보이 비밥 ost 중 waltz for zizi입니다.
처연한 음색이 맘에 들어서 올려드립니다.

듣는 분의 심정에 따라서, 우울하게 들릴 수도 있고, 평화롭게 들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즐거운 꿈 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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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
10/02/09 22:02
수정 아이콘
아아 저도 비밥을 미성년자때 뒷부분 4편만 보고 완전 반해버렸었죠.
투니버스에서 재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다보게 되고 일본어 더빙으로 보고 다시 한국어 더빙 구해서 보고
컴필레이션 버전으로 보고
극장판 보고
OST도 전부다 구하고
허나.. 정품 DVD는 못구했네요 ㅠ,ㅠ
Waltz for ZiZi
비밥 OST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중에 하나입니다!!
제 닉넴도 비밥에서 따온거랍니다.
우걀걀
10/02/09 22:04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밌게 본 애니인데...
알바끝나면 다시 봐야겠습니다...
연아오빠
10/02/09 22:05
수정 아이콘
블랙독/ 혹시 블랙독 세레나데 아닌가요.. 기억이 가물하네요;; 전 call me call me가..
낼름낼름
10/02/09 22:08
수정 아이콘
전 the real fork blues 를 가장 좋아합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죠 크크~
메인 주제가인 tank는 각종 쇼프로그램에서 종종 나오더군요.
나올때마다 그 특유의 경쾌함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10/02/09 22:09
수정 아이콘
희한하게 전 박완규씨 뮤비보고 이 애니를 알게되서 보게되었는데 재밌더군요. 음악도 좋고; ost중 몇곡들은 sbs에서 2~3년전까진 아주 줄기차게 쓰더군요.
10/02/09 22:18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최고의 웨스턴 느와르 하드보일드 애니메이션. (응?)
블랙독
10/02/09 22:20
수정 아이콘
연아오빠님// 맞아요 블랙독 세레나데라고 제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화가 있었어요.
10/02/09 22:22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최고의 애니...카우보이비밥....
네번인가를 다시 본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에반게리온보다 몇단계 더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합니다.
칸노 요코의 음악도..정말.. 황홀하지요.
만달라
10/02/09 22:29
수정 아이콘
티비시리즈 극장판 전부 아이팟에 넣어두고 거의 매일같이 감상할만큼,

제게 있어 최고의 작품입니다.

OST는 아무래도 Call me Call me가 가장마음에 드는군요. 노래방에 가더라도 항상 부르는곡이기도 하구...
오늘밤도 비밥과 함께 잠들어야겠네요.
10/02/09 22:30
수정 아이콘
dvd 똥값입니다. 밥 몇끼만 안 먹으면 살 수 있어요.
Anabolic_Synthesis
10/02/09 22:37
수정 아이콘
칸노 요코 내한 공연을 갔던걸 정말 후회하지 않습니다!
완성도 완전 대박이었거든요.

솔직히 표절 논란 이후 칸노 요코가 공식석상에 잘 나서질 않아서 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털어버리고 새 시작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몽키.D.루피
10/02/09 22:48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 비밥은 저에게도 베스트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애니의 퀄리티를 따라갈 만한 tv판은 아직 안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00년대 일본 애니는 꾸준한 하락세죠..
특히 엔딩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정도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10/02/09 23:03
수정 아이콘
비밥보고 난뒤의 여운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흐흐
애니를 많이 본건 아니지만 생애 최고의 애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애니인거 같네요.
OST도 좋아해서 mp3에 넣고 듣고 있다는..크크
Tank,Blue,Call me callme,the real folk blues,Gotta knock a little harder 등등
OST도 정말 좋죠. 마지막화 엔딩곡 Blue는 언제 들어도 전율이.....
10/02/09 23:15
수정 아이콘
제가 칸노요코를 비밥 때부터 알았죠..
그러고나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 참여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했었는데 게임은 망하고..
홍승식
10/02/09 23:26
수정 아이콘
저도 비밥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개가 웰시 코기가 되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라구요. ^^

그리고 게시물을 보고 잠깐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비밥 영화에 키아누 리브스가 캐스팅 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스파이크와 좀 비슷한거 같기도 하네요.
영화도 애니와 같은 느낌이 잘 나왔으면 좋겠네요.
coverdale
10/02/10 00:44
수정 아이콘
며칠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비밥은 일본어 판 보다, 한국 투니버스 더빙 판을 DVD나 Blue ray 로 소장하고 싶습니다.
서플로,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하고 alone 까지 더해서...
한국 애니메이션 더빙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기 때문이죠.
요즘 재밌게 느껴지는 건, 투니버스 판 스파이크 역의 구자형 성우가,
외화 더빙에서는 키아누 리브스 전담 성우 중 한면인데,
비밥 영화화에 스파이크 역에 키아누 리브스라는 것.
페니 역을 과연 누가 할까요? 궁금하네.
10/02/10 01:52
수정 아이콘
90년대 작품은 나디아, 비밥, 리바이어스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그중에서도 비밥은 킹왕짱!
5화 '타락 천사들의 발라드'랑 'Rain'은 수도없이 보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영화로 만들면 비셔스는 과연 누가 할지 기대되는군요.
될대로되라
10/02/10 01:54
수정 아이콘
비밥 OST 중에선 Green Bird를 제일 좋아합니다. 5편 성당씬과 어우러진 Green Bird의 환상적인 조화라니..
루크레티아
10/02/10 02:1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비밥 ost는 Adieu와 Flying teapot을 진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수분 목소리가 가히 예술입니다...
트리비아니
10/02/10 03:45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 바밥 최고죠...

음악 좋아하신다면...
본격적인 비밥재즈와(비밥이란게 사실 재즈의 한 종류죠)
빌 에반스 트리오의 왈츠 포 데비 등을 들어보심은 어떠할지요?^^
10/02/10 04:16
수정 아이콘
갑자기 옛날에 지워버린 주크박스가 생각이 나네요 ...
이젠 가시진분도 없을텐데
새로 만들어 준데서 지웠는데 다시 안만들어 줬으니..
데스싸이즈
10/02/10 09:26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최고의 애니 (2)
OST가 정말 예술입니다.
거룩한황제
10/02/10 11:25
수정 아이콘
현재 Jazz에 엄청 빠져 있는 저로썬 저 카우보이 비밥의 OST가 조금은 부족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Jazz의 묘미를 알려주는 앨범이라는 점에선 동의를 합니다.

사실 Jazz중에서도 1960년 이전의 Jazz만 좋아하게 되었지만 말이죠.

Bebop이나 Hard bop같은 계열도 듣다 보면 중독도 중독이지만
각 개인의 연주 역량이나 보컬의 Scat으로도 정말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겁니다.

그래도 Scat의 최강은 누가 뭐래도 Louis Armstrong이...
(그도 그럴 것이 Scat을 만든 사람이 거의 Louis Armstrong이니까요.)

요즘은 본토 Jazz보다는 집시 스윙 (또는 집시 재즈)에 빠져 있어서...
장고 라인하르트나 스테판 그라펠리의 음악만 듣고 삽니다.
초창기 Jazz에서 비주류 악기인 기타와 바이얼린을 주류로 올린 인물이란 점도 그렇지만
Jazz에서 느낄 수 없는 집시들의 느낌을 한껏 받을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10/02/10 11:36
수정 아이콘
칸노 요코가 못만드는 장르의 음악이 뭘지 궁금합니다. 정말 온갖 장르를 섭렵하는 그 공력이란...
Mr.쿠우의 절규
10/02/10 12:18
수정 아이콘
비록 지금은 애니를 거의 보지 않지만, 제 인생 최고의 애니입니다.(3)
혹시 peter8.com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그곳에서 처음 1화를 보고서는 않아서 그대로 24회 끝까지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세이시로
10/02/10 15:51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최고의 애니 (3)
지금도 OST 듣습니다.
민첩이
10/02/11 01:40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비밥의 제작진이 만든
사무라이 참프루 도 괜찮습니다. 투니버스에서 한적이 있었는데 더빙 또한 비밥 못지 않은 완성도였구요.

비밥은 재즈라면 참프루는 힙합입니다.

시간 되시면 한번 보세요 스타일리쉬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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