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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06 14:06:52
Name Arata
Subject [일반] 아.. 이런.. 방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안동에 살고 계십니다.

올해 연세가 95세이십니다.
오늘이 생신이십니다..


항상 명절 때면 늘 안동으로가서 하룻밤은 꼭 자고 내려왔지만,
제가 해외로 나온 3년동안은 명절 때 한 번도 할아버지 댁에 다녀온 적이 없네요.

가끔 휴가를 받아 귀국했을 때, 잠시 들러 인사만 나누고 얼굴만 비쳐주고..
제 이름 불러주시는 말씀 한 번 듣고 밥 한끼 같이하고 내려왔네요..



방금 형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떡하냐고.
오늘 밤 비행기 탈 수 있냐고.
어떡하긴 뭘 어떡하겠습니까.
비행기 좌석 200개남짓 중에 제 자리하나 못 빼겠습니까.

장담은 못하지만, 들어간다고 말하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떡하냐고.
니가 매번 전화만하면 묻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제가 전화만 하면 할아버지부터 계속 물었거든요.




어제 새벽 3시경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경황이 없어 저에게는 전화를 못하고 형에게 전활 했는데 형은 마침 어제 핸드폰을 분실했네요.
어떻게 이런 타이밍에 또 핸드폰을 분실하나요.

그래서 지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캄보디아 시간은 정오.
비행기는 여기 시간으로 밤 11시.
도착은 내일 새벽 한국시간으로 7시정도.
8일에 장지로 가신다니 무조건 오늘 비행기를 타야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엄마가 작년부터 항상 까만양복은 지니고 캄보디아로 가라 하셨죠.
혹시나 모를, 그러나 짐작은 가고 준비는 해야하는 할아버지 상황이었으니까요.
백년해로는 하고 가실 줄 알고, 그 유전자를 받은 저도 오래 살겠구나...이렇게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정작 지병도 없으시고 안경을 안껴도 될만큼 눈도 좋으시고 진지도 많이 드시고 입원하고 계시지도 않으시던 분이었는데.
고통없이, 남들이 보면 호상했다고 할만큼 눈을 감으신 것 같습니다.


그간 할아버지 뒷바라지 하시던 할머니.
할머니도 여든이 넘으셨지만 할아버지 때보다 더 건강하게 계시니 조금은 맘이 놓이네요.



우리 할아버지.
이제 눈을 감으셨습니다.


양복을 입을 나이에 들어 처음으로 친지가 돌아가셔 상주 자격으로 검은 양복을 입는 첫 날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인생은 수많은 세레모니의 연속으로 시간이 흘러 결국 그 세레모니의 주인공을 한번은 다 하는거라고.
돌, 입학, 졸업, 결혼, 경사, 조사, 또 경사 또 조사 또 또... 결국은 내 조사.



아직 비행기를 타려면 11시간이나 남았습니다.
그동안 뭘 하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미소가 나오네요.

마지막 제 손 잡아주던 때가 올해 8월초.



그 때 느낌에만 잠시 젖어있을랍니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우리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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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의 횡재
09/12/06 14:09
수정 아이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곳에 가셨을겁니다
LunaticNight
09/12/06 14:19
수정 아이콘
한번 더 보시고 싶으셨을 텐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타까우시겠어요..
위로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뭐라 드릴 말씀은 없고, 장례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루크레티아
09/12/06 14:19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성야무인Ver 0.00
09/12/06 14:22
수정 아이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he xian
09/12/06 14:30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09/12/06 14:41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절금지
09/12/06 14:44
수정 아이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속의빛
09/12/06 14:47
수정 아이콘
사고가 아닌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신 거라면 그리 슬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조문오신 분들을 정중하게 맞아주세요.

천수를 누리고 가셨으니 슬픔도 금방 치유될 겁니다.
노력하는나
09/12/06 14:49
수정 아이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그런 경험은 적지만
그때마다 마음이 아팟던 기억이 납니다.

힘내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razY_BoY
09/12/06 15:02
수정 아이콘
저도 할머니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나네요... 아...
대학교 OT를 기분 좋게 갔는데 이튿날 아침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죠...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그 순간 진짜 할 말을 잃었었죠... 진짜 그때는 OT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바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OT 자리도 박차고 장례식장에 가서 처음으로 검은 양복을 입고 할머니 빈소에 가서야 새삼 느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께 해드리지 못한 많은 것들이... 진짜 울음 참기가 이렇게 힘든건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지금 너무 힘드시겠지만 꾹 참고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FantaSyStaR
09/12/06 15:02
수정 아이콘
안동에 결혼식 갔다가 방금 돌아왔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rata님도 한국 오시는길 조심히 오세요
09/12/06 15:13
수정 아이콘
다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비행기는 잘 예약이 되었고, 내일 바로 인천에서 안동으로 갑니다.
전화상으로 할아버지라는 말만 해도 저절로 목이 메이네요.
억지로 괜찮게 발음하려해도 안되는게, 정말 희한하네요.
이게 핏줄인가 봅니다.
ILikeOOv
09/12/06 15:21
수정 아이콘
기다림의 시간동안 마음을 잡으시고

기도를 해드리는건 어떨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서 Arata 님을 지켜주실꺼라 믿습니다
스터초짜~!
09/12/06 15:56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he Greatest Hits
09/12/06 16:49
수정 아이콘
할아버님 행복하시겠네요 하늘에서도 행복할 것 같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Forever.h
09/12/06 16:57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12/06 16:59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홍승식
09/12/06 17:09
수정 아이콘
날이 추워 고생하시겠지만 천수를 충분히 누리셨으니 호상입니다.
할아버님이 편히 쉬실 수 있게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배웅해 드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나키
09/12/06 17:1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태어났을때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안계셨는데...아직도 그게 아쉽습니다
릴리러쉬
09/12/06 17:49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12/06 18:23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니..
4년전에 이 맘때쯤 군대에서 할머니 돌아갔을때가 생각나네요..
힘네요~
그윽염소
09/12/06 18:36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09/12/06 19:05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12/06 19:09
수정 아이콘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될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스웨트
09/12/06 19:20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OKZeaLoT
09/12/06 19:3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유로운영혼
09/12/06 20:28
수정 아이콘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그냥 서있어도 땅이 자꾸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럴때일수록 친구가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애인이 도움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전 애인이 없는 관계로.....
혼자서 모든 슬픔을 가지려 마시고
주위의 친한 분들과 같이 한다면 힘들고 슬픈 일들도 이겨낼수 있을겁니다!!!
그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12/07 00:1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작년 이맘때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힘내세요!
지나가다...
09/12/07 04:4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분명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이쥴레이
09/12/07 08:4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할아버지도 조금만 있으면 100세 입니다.
아주 건강하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글을 보니 마음이....
09/12/07 09:0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보아
09/12/07 09:55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볌가95
09/12/07 11:2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ish burn
09/12/07 13:19
수정 아이콘
건강히 오래 사시다가 편안히 가셨다..
모든 이들이 바라는 마지막 모습이죠.
호상입니다. 분명히 좋은데 가셨을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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