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10일.
공감의 1000회를 맞아, 최고의 공연을 뽑아 방영해줬던 날이 있습니다.
내노라하는 뮤지션들만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1000회동안 이뤄진 공연기간 동안 최고의 공연으로 뽑힌다는 건 뮤지션에게 있어서 최고의 찬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당시 뽑혔던 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영옥 & 슈퍼밴드 - Moon River + All the Things You are
자우림 - 샤이닝
권진원 - 나무
나윤선 - 그리고 별이 되다
푸리 - 달빛 항해
트리올로그 - Speak Low
이승환 - 슈퍼히어로
그리고.
장사익이란 분을 처음 뵌건 2년전, 쌈싸페였습니다.
고작 마이크 스탠드 하나와 남루한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왔습니다. 공연에 앞서 조용조용히, '자신이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의 축제를 망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라고 서두를 밝히는 순간, 앞서 크래쉬, 바닐라유니티 등 파워풀한 밴드들의 음악과 함께 신나게 슬램을 즐겼던 이들은 '재미없는 시간이군..'하면서 물밀듯이 맥주 코너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시작됐습니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일렉기타의 째짖는 듯한, 파워풀한 사운드도. 가슴을 쿵쾅쿵쾅 울리는 베이스 소리도.
명창 한 분의 노래 소리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인의 한을 담은 목소리가 무엇인지, 정말 가슴을 울리는 노래소리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하루였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속에 응어리 져 있던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기 떄문입니다.
발걸음을 돌리던 이들도, 자신들이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했다는 걸 깨닫고선 장사익 옹의 노래소리를 듣고 다시금 발걸음을 무대 앞으로 돌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잔디밭에 앉아서. 연인의 손을 잡고서 그의 노래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장사익 옹의 10분간의 무대는 끝이 나고, 다시금 락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만, 제 가슴 속엔 장사익이라는 분의 세글자가 촘촘히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동영상을 플레이 하는 여러분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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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가요사에 있어 보배와도 같은 분이시죠. 대중가요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민족적인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세련되기도 하면서 힘도 넘치고 한도 배어있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노래를 하고 계십니다.
가장 한국적이고 너무나도 익숙한 음인데 막상 이런 노래를 하는 분은 이 분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리고 이런 노래를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도 아마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