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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23 07:15:46
Name 박카스500
Subject [일반] 우리나라에 행복할 그라운드는 있나요?
피쥐알러 여러분들은 행복하십니까?
또 어떠한 행복한 일들이 있으신지요?

아래쪽에 Timeless님의 글에 대해 (정확히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약간의 논란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따로 떼어 피쥐알러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싶어 따로 글을 적어봅니다.

종교에 대한 조예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종교활동이래봐야 송광사에서 몇달 지낸 것 뿐입니다만
불교의 행복론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베스트-스테디 셀러인 '무소유'를 보면 명료하게 정리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덜어 놓아라'
아무래도 Timeless님의 글 역시도 큰 맥락에서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행복관에 관한 글에 비난이나 실망섞인 반응 역시 있어선 안될일이겠지요.

굳이 외부의 다른 것을 머릿속으로 들여와서 고민하는 일 역시 부질 없을 수 있고
지금, 주변에 행복한 일들을 찾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며
그것이 더욱 값진 일 일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Timeless님의 견해, 혹은 행복론에 지극히, 100% 200%이상 공감하는 바입니다.
덜어놓고 천천히 자신을 둘러볼수록 행복해진다는건 분명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가? 지금 내가 행복한 일들은 무엇이있는가?" 의 자문으로 시작되는 행복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공용 행복론의 전제는
'가만히 둬도 문제가 될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 때, 먹고 살기 어렵지 않았을 때'
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각종 기본권보다 더 절실한, '먹고 살기' 말입니다.


행복을 찾을, 행복할 공간인 이 땅의 정치적 상황이
국민들이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으로나 엎치락 뒤치락한다면
저 역시, 진보신당의 당원의 위치를 떠나서, 모두 내려놓고
정치에 대해서는 투표권이나 행사할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들 또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정치,그게뭐야?" 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현 상황에 분노하는 분들은 정당,가치관적 호 불호에 기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더 많은 분들은 정치,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가 보수적이어서 라기보다는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이어서 분노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아닌,
'먹고살지를 못한다' 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모 당은 경제-일자리 두 단어 만으로도 대선-총선을 휩쓸었죠)
여론의 반대에도 지난 2년간 꾸준히 하고싶은 것들만 추진해 온 이 정권의 성향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에서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대기업들과 또 그쪽편에 서 버린 노동부와 행정부가 그토록 아끼는,
4000원 이라는 최저임금.

시간당 4천원 이라는 금액에 삶을 유지하고 있는 수 많은 분들의 행복은,
과연 욕심이나 불만을 덜어내고 행복을 찾아 나선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욕심이나 사회에 관심 없이 살다가는
정말 아무것도 못한 채 인생을 보내게 되는게 우리사회의 현실입니다.

이 땅은, 그런분들에게, 국내의 멋진 경치를 며칠씩 구경하러 떠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며 가정을 꾸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기회를 주는 곳인가요?

한달 간 써야할 돈 보다 한달 내내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 적은 나머지,
때때로 먹고 싶은 음식을 가족, 연인과 함께 즐기고 얻는 만족이나
가끔 취미, 문화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해서 얻는 즐거움 보다,
그 다음 달 카드 명세서를 걱정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던가요?

소소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이 땅에서 행복을 자라게 해 줄 토양이 마련이 되어 있냐는 것입니다.


일본이 일당체제로 오랜 시간을 버텼다는것은 많은 까닭이있겠지만
굳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네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해도 가끔씩은 사고싶은걸 사고, 먹고싶은걸 먹을 수 있으며
취미생활이나 행복을 추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 환경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가는 선진국 수준이거나 더 비싸지만 임금은 그 절반이나 1/3정도입니다.
자신과 자신 주변의 소소한 행복만을 추구하기엔
먹고사는 문제가 목을 죄어 그럴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 역시 일찍 결혼을 해서(속도위반 한 것은 아닙니다만;;)
얼마전 아이의 돌을 지냈습니다.
아이의 돌 자체는 분명 행복한 일이고 축복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소비되는 비합리적인 비용과  세 가족의 최소한의 끼니를 버는데 드는 돈의 부담은
나름 직업이 따로 있음에도 아침에 신문배달과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하더군요.
2년간 끼니를 거르고 쉬지 못하며 일한 까닭에 젊은 나이임에도 스트레스성 탈모증세가 있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분명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은
평범한 방식으로,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가장 소소한 행복을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고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찾기는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오래 전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아는 형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지만
한달 내내 일해 버는 돈은  방세, 핸드폰비로 모두 나가고 돈 모을 겨를은 꿈도 못꾼답니다.
의식주에서 웰빙은 커녕 기초적인 수준이하의 삶을 영위하고있고
수년을 사귀어오던 여자친구는 떠난지 오래며,
지하철 화장실에 붙어있는 장기매매 스티커가 보이면 마음이 흔들린다고 합니다.

큰 돈 벌 욕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가끔 여행 다니고자 하는 바람이,
또한 음악이 좋아 직장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타를 연주하며 무난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이 땅은  

평범함을 강요하고, 현 상황에대한 만족을 명령하면서도
그렇게 평범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눈을 낮춰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사람에게
행복을 찾게 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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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한방
09/07/23 08:00
수정 아이콘
아래 음악인의 예는 본문 주제에 적합한데 돌잔치했던 친구분 얘기는 좀 부적절한거 아닌가요?
자신의 수입에 맞게 돌잔치를 해야하는데, 이를테면 집에서 한다던가....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돌잔치를 시켜주겠다고 '눈을 높이고', '욕심'을 부려서 스스로 말도 안되는 비용을 내신거 아닌가요?

눈을 낮춰 행복을 바란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간소하게, 아이의 돌을 축복해준다는 의미로만 돌잔치를 맞았다면 그렇게 고생하진 않으셨겠지요.
그리고 제 주위엔 그 친구분과 비슷한 벌이를 갖고 있거나 훨씬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소위 행사적 돌잔치를 허례허식으로 생각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더 의미있는 돌잔치를 하는걸 많이 봐왔습니다.
박카스500
09/07/23 08:28
수정 아이콘
리콜한방님// 결혼한 친구의 케이스는 눈을 낮췄다는게 아니라,
정치나 사회현상에 관심 끄고, 평범하게 살고자 해도 행복하기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예시로 든 겁니다.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는 소소한 행복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표현을 어리석게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은듯 하나
그 친구의 결혼-출산-육아에 드는 모든 비용 자체가 1주일 내내 투잡을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걸 말한 것입니다.
참고로 결혼도 결혼식장에서 하지 않았고, 친구 부인의 산후조리는 당연히 없었으며 예물같은것도 생략했었죠.
결혼 이후 신혼여행을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여행 비슷한 것도 못가봤더군요.

집도 교통편 좋지 않은 곳의 월세방입니다. 분유 같은 것도 가장 값이 싼 것을 쓰고
대다수의 제품을 PB상품으로 구입하는 소비생활을 합니다.
친구 입장에서, 이 이상으로 소비부분의 지출을 줄일 방법이 있을까 싶습니다.

직장도 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및 가정을 꾸리는 것이
평범하지 않다못해 무모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이상한 현실입니다.
09/07/23 09:19
수정 아이콘
너무 경제쪽으로만 접근하신 느낌이 드네요.
모두가 잘사는 나라는 너무 힘들고 먼 이야기고,
우선 우리앞에 닥친,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 및 가치를 함께 예로 드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카스500
09/07/23 09:29
수정 아이콘
후아님// 기본권 이런것을 떠나서 행복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먹고사는 문제' 가 앞을 막아 서는데
사람들이 무슨수로 여유를 찾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에서 적은 글입니다.

글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당장 먹고사는것이 문제가 된다는것이지요. 낮은 임금, 높은 물가, 많은 노동시간 문제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사회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행복해" 라고 말할 수 가 없다는 겁니다.

글중에도 언급했지만, 뭘 하든 어느정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민들이 굳이 문제제기에 열을 올리지 않고도,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생기고 행복이나 자아를 찾을 기회도 많아질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그렇지 못하니까 열불이 나더라도 정치의 향방에 관심을 갖고 하게 되는 것이지요.
견우야
09/07/23 09:39
수정 아이콘
박카스500님에 글도 참 공감하는 글 입니다.
국회에서 안좋은 소식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데..
아무튼 국회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제 댓글 불필요한 부분 수정했습니다. 박카스500님 댓글 감사합니다.)
박카스500
09/07/23 09:46
수정 아이콘
견우야님// 아...겨냥하는 글이 아니라 Timeless님의 행복론에 대해 공감하지만,
그 행복의 방식대로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조차도 '못 그러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는 글입니다ㅠ..
09/07/23 10:11
수정 아이콘
timeless님의 글이 공감을 못얻는건 그분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될 분이기 때문이죠.
급변하는 정세에 목숨이 달린 비정규직같은 분들이 해탈하며 저런 소리를 했다면 위로의 리플들만 달렸겠지만 timeless님의 글은 난 이렇게 바쁘고 하는 일도 많은 사람인데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 좀 불행했었다, 근데 이제 관심 끊고 행복한 내 삶이나 영위하겠다 라는 해석 이상은 나올수가 없거든요.
09/07/23 10:40
수정 아이콘
단순하게 보았을때 사회에 대한 시각, 기능론과 갈등론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논란이 되는 timeless님의 생각과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의 생각에 대해서 정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9/07/23 11:36
수정 아이콘
뭐 땡전 한닢 없어도 행복할 수는 있겠죠. 행복은 마음으로 느낀다는 거니깐. 벙어리 삼룡이는 평생 노동 착취만 당하다가 마지막에 흠모하던 아씨 구하려고 용쓰다 불에 타 죽었겠지만 나름 행복하지 않아겠습니까? 문제는 국민 대다수는 벙어리 삼룡이로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껴야만 하게끔 강제되고 있다는거죠.
논트루마
09/07/23 12:0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때론 너무 직설적이서 거북하기까지 한 박노자씨의 글에서도 많이 묻어나있는 내용입니다.
노르웨이의 걱정없는, 그리고 자유로운 삶이 과연 누구의 희생으로부터 나오는가, 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 듯이, 역시 일부 기득권층이 과연 누구의 희생으로부터 나오는가 역시 한 번 생각해볼만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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