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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28 02:04:19
Name 레몬막걸리
Subject [일반] 내 사랑에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은
피지알에 있는 다른 글처럼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감정이 움직이는 글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엉성하고 논리에도 안 맞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무거운 write 버튼은 눌러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에는 법이라는 것도 있지만 도덕이라는 것과 규범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범죄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돕지 않는 건 범죄가 아니겠죠...

저는 이제껏 살면서 꿈도 없었고
그저 가난 속에서 하루하루 무사히 보내는데 만족하는 초라한 삶을 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딱히 부끄럽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사회에서 통용되는 법과 도덕 그리고 규범에 크게 벗어나며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직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항상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밉습니다.

군대에 가기 전에 서로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절 위해 2년을 기다려 주었고, 전 그 덕에 지옥 같은 군 생활에 한 줄기 희망을 품고 무사히 전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역 후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절 탐탁지 않아 하셨거든요.
경제적 차이, 비전, 그리고 집안 내력이라던지...
저는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이 달랐나 봅니다.
아니 제가 틀렸나 봅니다.
아무런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에게 누가 자기 딸을 넘겨주겠습니까.
제가 부모님이라도 그렇겠네요...

부모님에게 충고를 받아들여 전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이별을 받아들였고
속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었습니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참나.'
이렇게 웃어넘기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안되더라고요.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무작정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그녀는 왜 돌아왔냐는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그저 배시시 웃으며 문을 열어 주더라고요.

다시 그녀를 만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 졌어요.
그녀는 부모님의 마음에 쏙드는 의대를 다니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전 부모님의 눈을 피해 그녀를 만나야 합니다.

거짓말 한번 하지 않던 그녀는 이제
부모님을 속여야 하고 남자친구를 속여야 합니다.

'사실대로 말하자'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이 말은 그녀 앞에서는 절대로 나오지가 않네요.
그럼 전 다시 그녀를 잃게 되니까요...

제 삐뚠 욕심이
애지중지 키어온 딸 하나만 바라보시는 그녀의 부모님에게
자신만 사랑하는 줄 알고 있을 그 남자친구 분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날 버리지 못하는 딱한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줄 알면서도...
왜 욕심을 멈추질 못할까요.

정직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절 가르쳐 주신
아버지는 절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왜 세상은 어떻게든 저를 화나게하고
불행속에 살게하는 건지...

이 사랑을 멈추면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 사랑을 계속해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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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트루마
09/06/28 02:17
수정 아이콘
둘 다 후회할 것 같습니다.
이미 결론은 마음 속에서 나오신 것이 아닌지요?
자신을 믿고, 자신의 길을 가세요.
09/06/28 02:2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제가 함부로 충고를 할 수 있는 처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한살이라도 형이라는 생각에
한마디 남긴다면.
레몬막걸리님은 본인 능력이나 처지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은데.
그 사랑이 그토록 간절하다면. 사랑을 계속할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도. 이 사랑을 쟁취하는데 본인의 능력과
환경을 어떻게 개선시킬지 고민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레몬막걸리님께서 본인 욕심때문에 '꿈도 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본인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내리고 싶다면, 님은 하지하짜리 남자일뿐입니다. 그건 사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도
과분하고, 그저 관성같은 집착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레몬막걸리님의 고통스런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돌려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치애인
09/06/28 02:41
수정 아이콘
TORCS님 말씀이 모범답안이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Luminary
09/06/28 02:45
수정 아이콘
TORCS님 말에 동의합니다.
원래 금지된 것을 할 때의 절실함과 집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정말 그것이 사랑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시고, 진정 그것이 사랑이라면 얼마나 그녀가 과분한지는 모르겠으나 그에 걸맞는 레몬님이 되시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시는게 옳은 일은듯 합니다.
Luminary
09/06/28 02:52
수정 아이콘
문득 님이 올리신 다른 글을 검색하여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위에 올린 댓글이 어쩌면 건방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글을 씁니다.
물론 전 아마도 레몬님보다 나이가 많을 것입니다.
또한 레몬님만큼은 아니지만 힘든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레몬님의 힘든 고통들을 겪어보지 않고서, 마치 그 고통이 별 거 아닌듯 가벼운 생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게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댓글을 씁니다.

그녀를 보내주고 레몬님을 위해서 사십시오. 이기적이고 독하더라도 그렇게 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가끔그래.^^
09/06/28 04:57
수정 아이콘
TORCS님 말이 정답이신듯..
레몬님이 떳떳한 사람이 되는거죠...
정답이 어려운일인지는 알고 있습니다만. 정말 원하신다면 해보셔야죠
NarabOayO
09/06/28 06:08
수정 아이콘
선택은 글쓴 분이 하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그녀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녀를 위해 자기 계발을 하든,
나와 미래를 위해 자기 계발을 하든,
다음번에는 이러한 일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사람이 되어야죠.
사랑하는 사람을 내 처지때문에, 포기할까 고민은 다신 않으셔야죠.
레몬막걸리
09/06/28 12:15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진심어린 충고 조언 감사히 받아드릴께요
이래서 제가 여기에 글을 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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