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는 문래동.. 6시 퇴근.
양평 코스트코에 갈 일이 있어서.. 와이프에게 아이를 데리고 6시까지 회사 앞으로 오라고 말해놨다.
피아노학원 하루 빠지는게 뭔 대수라고, 와이프는 살짝 투덜거렸지만 그 정도는 무시하고..
워낙 가까운 거리라서 코스트코에 주차하고 마트 들어가니 6시반.
카트에 아이를 올려태우고, 핸드폰을 건네줬다. 맘에는 안들지만, 이럴때는 최고의 방법이니까.
.
저녁도 안먹고 들어간 상황이라 배가 고팠기에.. 장을 보기 전에 이것 저것 먹거리부터 채워넣었다.
적당히 배를 채운 그때부터.. 어떤 할아버지가 자꾸 눈에 보이더라.
나이는 여든다섯정도?
작은키에, 흰머리지만 단정하게 이발한 머리.
깔끔한 재킷을 걸쳤지만 힘없이 구부정한 허리와 얼굴에 많이 번진 검버섯이 보였다.
이상하게 자꾸 그 할아버지가 눈에 보이더라.
혼자였다. 몇번을 봐도 .. 그냥 혼자였다. 그냥 신경쓰였다.
그 많은 사람들, 여럿이서 카트를 끌고 열심히 들어서 카트에 올려 놓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카트도 없이 그냥 혼자였다.
소고기를 들었다가 놨다가.. 즉석식품에서 냉면을 들었다가 놨다가..
이상하게 그 할어버지가 계속 보이다가..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시선에서, 관심에서 사라졌다.
.
..
...
'네? 7.5도입니다.'
'뭐라구요? 좀만 크게 말씀해주세요~ ^^'
'네? 7.5도 라구요.'
..
어떤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께 샴페인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결코 불친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네? 칠.쩜.오.도. 입니다..'
잠깐 눈을 돌린 그 사이 와이프와 딸아이를 놓치고, 어디간거냐고 고개를 빼서 찾고 있던 내 뒤에서..
'펑~!!!'
'꺅~!'
큰 소리가 났다. 일순간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갔고.. 물론 나도 보게 되었다.
그 할아버지였다.
큰 샴페인병을 손에 들고 이래저래 구경하다가, 얼음물에 젖은 병이 미끄러워서 놓친듯 했다.
크게 당황하는게 보이고..
직원들이 막 달려오고..
바닥에 쫙 퍼진 샴페인과 산산조각난 병조각들, 꺼져가는 탄산거품들이 보였다.
'괜찮으세요? 안다치셨죠? 저희가 치울게요. 다행입니다.'
직원은 친절했다. 다른 직원들의 청소 및 뒷정리도 굉장히 빨랐고..
그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재킷 안주머니로 움직이더니 지갑을 꺼냈다.
'아니에요. 돈 안주셔도 되요. 그냥 가셔도 되요~'
직원은 친절했다. 당항한 기색은 꽤 많이 보이긴 했지만..
그 할아버지는 몇번을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그 자리에서 가만 서있다가..
결국 손에 지갑만 들고 어디론가 터벅 터벅 사라지셨다.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면서...
혼자였다. 계속..
이런 마트를 혼자 다니시기엔, 너무 나이가 많아보이셨던 그 할아버지..
이상하게 다음날 출근을 한 이후로도 그 할아버지가 자꾸 아른거린다.
한손에 지갑을 들고,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면서, 터벅터벅 사라지던 그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하얗지만 단정하게 이발한, 깔끔한 그레이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그 구부정한 등의 모습까지도..
ps. 글 쓰기 어렵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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