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할 일이 없어 놀고 있는데 유머 게시판에 한 만화가 올라왔다
흠 남녀공학공감.manhwa라.....난 단 한번도 남녀공학을 다녀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살짜쿵 궁금해지는걸?
난 그때 깨달았어야 한다...이건 해로운 만화라는 걸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나에게 이 만화는 의외로(?) 재미있었고
유게 에 있던 남녀공학공감.manhwa 2,3,4를 다 본뒤 댓글을 보며 역시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현실이 아니야 라며 깔깔대고 있었다.
하지만 4편에 있었던 본문 한줄.
"이렇게 끝으로 4편보고 잠들면.. 꿈이라도 달달한거 꾸겠지.."
그걸 보면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걸로 달달한 꿈을 꾸는 정도면 핸드폰 배경화면이 민아(걸스데이!)니까 내가 꿈에서 민아(걸스데이!)를 봤어도 1000번은 더 봤을 거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참....
하지만 그 한줄의 스노우볼링은 이미 자정을 기점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주로 잘 때 알람을 두개 맞춰놓고 잔다
하나는 딱 일어나서 준비하는 시간까지 계산된 알람과
일어나서 바로 튀어나가면 지각은 면할 수 있는 알람.
첫번째 알람이 울리고 난 잠시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아침에 들어온 카톡 하나를 보며 상당히 놀랐다.
저 누나가 왠 카톡을...했는데 그럼 그렇지, 그냥 게임 카톡이였네.....
실망한 나는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차라리 그때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면 오늘 하루 이렇게 뒤숭숭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됬을 텐데...
난 걷고 있었다.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거의 말 걸어본 적도 없었던 한 예쁘장한 대학동기가 갑자기 내게 오더니(하......) 안기고는 말했다.
"오...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저랑 사귀어 주세요!"
"???.....정말?"
"네....제발요...."
(왜냐면 주로 내가 고백을 했지 고백을 받아본 적은 없단 말입니다!)
사실 사랑을 퍼주기만 했지 받아본 기억은 별로 없던 저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도 모른 채 그냥 좋아서 다녔더랬죠.....
여기까지였다면 에이 뭐야 개꿈이네...하고 말 테지만....이 꿈 묘하게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잘 놀고 있는데 버스를 타야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꽤나 큰 부피의 가방을 두개 들고 버스에서 기다리는 동안 여친(딱히 대체할 단어가 없는 듯 해서....?)은 커피를 사러 갔습니다
여친이 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님이 타시더니 버스가 츨발하네요....뭐지 아직 출발 시간까진 좀 남았는데
그래서 가방 두개를 들고 기사님과 대화를 하려는데....세상에 기사님이 한국어를 못합니다...!
"아 제가 그러니까 밖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나가야 되는데..."
"버스 니 못 기둘! 싯싯!"(대충 이런 느낌이였습니다)
그리고 여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들리는 건 울음소리뿐이고......갑자기 전화는 툭 하고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전화번호부에서 여친 번호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번호가 안 보이는데 정말 요상하게도 여친 어머님 번호가 있는겁니다...??
그한 나머지 일단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사귀자고 한 날이 바로 오늘 같은데 어머님이 우리 관계를 다 알고 계시더군요.???!@!?@
일단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우린 꿈꾸는 동안에는 그게 실제처럼 느끼잖아. 깨어나서야 뭔가 이상했다는 점을 깨닫지"라는 오스카 못 받은 잘생긴 형의 말답게
전혀 그런 건 못 느끼고 일단 사죄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님께 상황 설명을 해드리고 이러저러해서 그렇게 된 거다 고의는 아니였다라고 말씀드리려는 순간
그분이 말씀하시더군요
"내 딸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자네를 좋아했는데 그렇게 버리고 갈 수 있나..당장 내 딸과 헤어지게!"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딸의 일기장을 몇번이나 보고 뭐 그랬는데 너란 놈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냐는둥....(물론 내가 눈치 없는 사람인건 맞지만 애당초 '거의' 이야기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러다가 갑자기 깼습니다
그리고는 생각이 났습니다
PGR 유머게시판이 이렇게 해로운 것이로구나...
역시 연애는 판타지구나
좋은 꿈 꿀거라더니 와 이게 좋은 꿈 맞나....?
일어나서 급히 준비하며 아까 못 눌렀던 카톡의 '1'을 지우고 나서 정신이 조금 차려진 후에야
오늘 저녁은 오징어 순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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