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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2 21:30:22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1849년, 어느 일본인이 본 아편전쟁.txt
해외신화(海外新話), 1849년 출판. 저자. 미네타 후코

해외신화는 아편전쟁의 개략을 서술한 책인데요, 저자는 현재 교토부에 위치한 타나베 번 출신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유학과 국학 그리고 난학을 두루 섭렵한 나름 뛰어난 지식인이었으며 여러 루트를 통해 아편전쟁에 대한 정보를 읽고나서는 이를 보다 널리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아편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또는 그도 잘 알지 못해서.... ) 풀어쓰려고 했고, 이해를 돕고자 삽화도 풍부하게 삽입했습니다. 그 결과가 <해외신화>입니다. 

인터넷엣 <해외신화>의 영역본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이의 첫번째 장 먼저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원문링크: 

남쪽으로는 칼레 해협이 잉글랜드와 프랑스, 네덜란드를 나눈다. 해협은 오직 12~13리에 불과하며 바람이 좋을 때는 하루만에 왕복할 수 있다. 영국의 해안은 높은 암벽과 암초, 그리고 사나운 해류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영국의 이웃국가들은 영국을 침공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위황(僞皇) 나폴레옹처럼 대단한 영웅도 영국에 대한 해상침공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영국은 고대로부터 왕과 여왕들이 다스렸다. 지금의 군주는 빅토리아 여왕이다. 그녀는 왕위에 오른 후 두 명의 제후를 남편으로 삼았고 그녀의 양 옆에 앉도록 했다. 그녀를 알현할 때에는 제후들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맞춤을 한다. 

영국의 수도는 런던이다. 템즈강 옆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집들은 빗살처럼 촘촘히 위치해있다.  거대한 다리가 강을 가로지르는데 넓이가 9미터, 그리고 길이가 405미터에 달한다. 또한 새 개의 가로등이 밤에 보행자들의 길을 비춘다. 강가에는 포대가 배치되어 있어 방비를 튼튼히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의 상인들이 곡물, 광물, 직물 등 수많은 상품들을 거래하는 시장도 곳곳에 위치해있다. 

영국 수도의 인구는 105 만 명에 달한다. 대학은 두 개이며 수천의 학생들이 거기서 공부한다. 영국의 여자들은 지나치게 헤프며 순결함에 대한 생각이 없다. 런던의 평민들은 매일 술을 마신다. 여인들은 서로 남자를 꼬시기에 바쁘며 만족을 모르는 남자들은 여자들의 열정을 활용한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그들의 사업에 있어 야심이 넘치는 종족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누비기 위해 거대한 상선을 건조하였고 그들의 상업활동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 있다. 영국의 상선은 28,080 척에 달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관료들은 185,000 명에 달한다. 왕실에는 100척의 함선이 소속되어 있으며 각 함선마다 40개에서 120개의 포문이 부착되어 있다. 영국의 깃발은 적색, 청색, 그리고 백색인데, 그 중 적색을 가장 숭상한다. 

인도에는 124척의 영국 군함이 있다. 그리고 4,000명의 관료들이 주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징집된 대규모 군대도 있다. 영국은 18세~45세 사이에 있는 남성 일곱에 하나를 징집한다. 

(영국 군대의 편제 관련해서는 중략...)

그 모든 서양의 야만인들 중에서 영국이 가장 막강하다. 약소국은 바로 정복해버리며 보다 강한 나라를 상대할 때에는 상대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리하여 지금의 세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는 땅이 하늘의 별처럼, 그리고 평야의 초목처럼 많다. 자국의 방비를 생각한다면 영국을 결코 저 멀리 있는 서양 야만국 중 하나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삽화>

세계전도

색칠된 부분은 영국령

영국군

영국군함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느꼈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책의 구성으로 봤을 때, 먼저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설명한 다음, 아편전쟁의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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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레스
15/06/22 21:48
수정 아이콘
일본이 20세기 초 세계 최강국 중 하나가 된 배경에는 저렇게 국제 정세에 밝고 나라를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겠죠...
반면 같은 시기 (헬)조선에서는...
닉네임을바꾸다
15/06/22 21:51
수정 아이콘
흐음...아시아 지역이 워낙 낙후되서 그 지역에서 행세하긴 했지만 강대국 소리 들을만한 역량이 있었나싶기도...?
잘 쳐도 앞마당만 먹고 올인할려고 최대한 쥐어짜내서 군사력만 불린 느낌이긴 한데....
15/06/22 23:34
수정 아이콘
경제력이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러시아에는 많이 뒤졌지만,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수준에는 미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5/06/23 12:22
수정 아이콘
하기사...현재 우리나라도 경제력은 대강 10위권 언저리이긴...하지만서도...영 힘없어보이는데 ㅠㅠ
저 시기면 제국주의국가와 식민지의 차이를 생각하면...강대국소리 들을만할지도...흐음...
15/06/23 10:25
수정 아이콘
운이건 뭐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서구 각국에게도 강대국의 하나로 인정받고, 협상대상으로 인정받았죠
1차 대전의 정식 참전국가이기도 하구요.
swordfish-72만세
15/06/22 21:49
수정 아이콘
빅토리아.여왕이 들으면 웬지 빡쳤겠네요.
내가.왜 남편이 둘?
빅토라아는 남편 앨버트에 미쳐 있어서 남편 죽고 평생 상복을 입은 여자인지라...
닉네임을바꾸다
15/06/22 22:03
수정 아이콘
쿠로후네가 오기전에 로열 네이비가 일본을 두들기고 있을지도 크크....
트레빌
15/06/22 23:31
수정 아이콘
정말 자세하네요;; 1840년대에 이미 저 정도로 서구에 밝은 지식인이 일본에 있었다니......
니킄네임
15/06/23 18:37
수정 아이콘
근대시대 일본하고 우리나라하고 비교해서 충격이였던게.
1890년 동학농민군에서 우리 관군은
무슨 민화 삘 고지도 들고 작전 짜던대
일본은 등고선도 조밀하고 현대지도 라고 해도 손색없는 서양식 지도 들고 계획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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