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글이 길어서인지 한 번에 올라가지 않아서 두개로 나눴습니다.)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이 한창 막을 향해 달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으로 3/4이 방영되었네요. 이전에 드라마 시작 전 맨도롱 또똣의 의미를 알려 드리며 본의 아니게 드라마 홍보(?)를 해드렸는데 아쉽게 저는 이제까지 막상 5분 정도 본 게 전부입니다.
아무튼 드라마가 방영됨에 따라 영문 위키피디아에 항목이 등재되었는데 제목을 'Warm and Cozy'라고 해놨습니다. 드라마 제목의 태그라인(tagline)이자 보도자료에서 사용했던 의미인 '기분좋게 따뜻한'을 적절히 활용한 의역으로 보이는데 문자적 의미(literal meaning)를 떠나 러브라인이 꼭 들어가는 TV 드라마라는 장르와 제주도의 풍경과 이미지를 잘 살려주는 표현 같습니다. 물론 cozy라는 뜻이 'comfortable and warm'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중복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지난 글에 밝힌 것처럼 원문인 '맨도롱'과 '또똣' 자체가 중복된 표현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전 포스트의 주소로 사용하기 위해 영문 명을 'lukewarm and tepid'라고 자체 번역 했었습니다.
다른 의미로 이 '기분좋게 따뜻한'을 직역한 'Agreeably Warm'을 사용하기도 하는군요. MBC 홈페이지 링크 주소(첫 글자인 man을 사용)나 IMDB에 등록된 이름(Maendorong Ttottos)을 봤을 때 제작사에서 만든 영문명은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괜찮아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글 영자 표기법에서 IMDB에는 또똣의 시옷 받침을 's'로 표기 했고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t'로 받침을 마무리 했습니다. 표기법상 발음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t로 끝나는 게 맞겠지만 사실 s로 끝나는 것은 실제 또똣의 발음 활용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물론 IMDB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접속할 경우 알 파치노가 연기한 영화 '대부'를 영어로 'Daeboo'로 표기해버리 듯이 한국 개봉 제목을 그대로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근데 '대부2'는 원래대로 'The Godfather: Part II'라는...)
'또똣'을 '-하다'와 붙이게 되면 '또똣하다'로 발음은 [또또타다]가 되기 때문에 시옷 받침이 디귿 받침으로 소리가 변한 후에 뒤의 히읗 받침과 만나서 티귿 소리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똣은 한데'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주로 [또또슨 한데]라는 발음으로 시옷 받침이 그대로 발음이 됩니다. (간혹 [또또튼 한데]라고 발음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참고로 '하다'의 사투리는 모음 ㅏ 대신 아래아가 들어갔기 때문에 [허다], [호다] 정도로 발음 되니 위의 예시는 사투리와 표준어의 짬뽕 발음입니다.
아무튼 도입부가 길어졌는데 본격적으로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 음식을 통해 제주도 사투리를 배워보겠습니다. 소제목 단어들은 '제주 사투리 - 표준어' 순서입니다.
1. 겡이죽(깅이죽) - 게죽
겡이는 제주도 말로 게를 뜻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깅이라고도 하는데 (그러고 보니 저희 어머니가?) 작은 게를 갈아서 죽을 쑤어서 먹는 것입니다. 통채로 갈기 때문에 좀 특이한 조리법이기도 합니다. '꽃게랑' 과자만한 작은 게를 가지고 갈아서 만든 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렸을 때 저도 바닷가 놀러가서 이 겡이랑 보말 잡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맛은 주관적이고 토속 음식인 만큼 호불호가 다양하게 갈릴 것이므로 앞으로 모든 음식에서 가능하면 평가는 하지 않고 소개해드리는 것으로만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맛은 바다향과 게맛이 나겠죠. ^^;
2. 각재기국 - 전갱이국
각재기는 지난번에 '생선(옥돔)'을 설명하면서 잠시 설명 드렸던 물고기 인데 표준어로는 전갱이입니다. 저는 보통 구이로 잘 먹는데 이걸 국으로도 많이 먹습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원래 물고기를 국(생선국)으로 자주 해먹지는 않기도 하기 때문에 특색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케이블 티비의 한 프로에서 진행 연예인들이 추천한 음식으로 나왔는데 맛은 담백한 국 맛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해장용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운 국물 보다는 담백한 국물이 해장할때 좋아보이더라고요. 딱히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하는 음식이라기 보단 물고기(전갱이)와 채소(배추) 위주로 들어간 국이기 때문에 아이들 입맛에는 잘 맛지 않는 음식일 것 같습니다.
3. 몸국 - 모자반국
일단 몸은 원래 모음에 ㅗ 대신 아래아가 들어가는 단어이니 사람이나 동물의 몸이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제주어로도 사람의 몸은 (아래아가 안들어간) 몸입니다.
이 몸은 모자반이라는 조류의 제주 말로 이 해조류와 돼지고기를 돼지고기 육수에 넣어 끓인 국입니다. 제주에서 잔치집에 가면 많이 먹을수 있던 국인데 이것도 앞의 각재기국처럼 해장용으로도 먹을만 합니다. 아마 처음보는 맛이라서 타지 분들은 먹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4. 괴기국수(궤기국수) - 고기국수
이건 근 몇년사이에 아주 유명해진 음식으로 많은 분들이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고기를 제주말로 괴기라고 부르기 때문에 여기 말로 괴기국수라고 적어봤습니다. 실제 식당에는 고기국수라고 메뉴판에 그대로 쓰여있겠지만요.
아무튼 위의 몸국과 마찬가지로 돗괴기(돼지고기) 육수에 면을 넣고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 국수이기 때문에 멸치 육수를 쓰는 보통 국수나 우동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것도 타지 분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음식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술마시고 나서 배고플 때 먹는 음식입니다. 술을 마시면 식욕이 엄청 올라오는데 이 때 삶은 돼지고기의 푸짐한 맛과 부드러운 국물에 면의 탄수화물로 배를 채우는 그 기분이 큰 포만감을 가져옵니다.
참고로 원희룡 제주지사가 선거 당시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이 고기국수를 뽑았고 상대 후보였던 신구범 구 제주지사는 바로 위의 몸국을 뽑았었습니다. 그만큼 대중에게 어필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돔베고기 - 도마 위 삶은 돼지 고기
참 복잡하게 설명했는데 돔베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입니다. 고기를 삶고 난 다음에는 당연히(?) 도마(돔베) 위에서 썰어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이름인것 같은데 보통 식당에서 접시에 놓는 대신 도마 채로 바로 상으로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가정집이나 잔치집에서는 보통 도마에서는 썰기만 하고 접시에 내서 먹죠.
아무튼 흑돼지로 인해서 제주 토종돼지고기에 대한 고급 브랜드화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구이 위주로 팔고 있습니다. 구이라는 것은 전세계 공통의 요리법이기에 제주에서도 옛날 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돔베고기 처럼 도마 위에서 갓 썬 따끈따끈(또똣, 또뜻)한 삶은 돼지 고기를 한 번 먹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예전에 제주 한정식 식당 같은데서도 메인 반찬으로 나왔었는데 요새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구이와 다른 삶은 고기의 풍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6. 보말 - 고둥
이번은 음식이름이라기 보다는 식재료 자체 이름만 적어놨습니다. 보말은 흔히 고동이라고 알고 있는 고둥의 제주 사투리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동이라는 발음을 더 많이 쓸텐데 사실 비표준어이기 때문에 고둥이 맞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서울 사람들, 그리고 전국의 젊은 층을 위주로 '-고' 등의 어미를 발음 할 때는 '-구'로 잘못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둥은 반대로 ㅜ 발음을 ㅗ 발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본 주제로 돌아와서 이 보말은 주로 삶아서 많이 먹습니다. 집에서는 보말을 통채로 삶은 후 바늘이나 핀으로 속을 빼내서 간장에 찍어 먹거나 간장에 담가놓고 먹기도 하고, 죽을 쒀먹을 때도 많이 넣습니다. 즉, 제주에서는 전복죽 만큼이나 보말죽을 많이 먹습니다. 아 물론 전복이 더 비싸기 때문에 전복죽 보다 보말죽을 더 많이 드실지도... ^^;
최근에는 보말 칼국수라고 해서 관광지 위주로 많아졌는데 지난번 방송을 보니 보말 칼국수를 처음 만드신 분이 타지에서 제주에 내려와서 식당을 하시는 분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분이 최초라고 주장하신다는데 아무튼 제 기억에도 어릴 적에는 보말 칼국수를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년전에 지금은 사라진 제주 시내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점에서 '보말 스파게티'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주시에는 없어졌지만 서귀포시에는 아직도 그 프랜차이즈가 있는것으로 아는데 그곳에 메뉴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버거를 위주로 하는 전국 프렌차이즈인데 제주 지역에는 이 보말 스파게티와 '흑돼지 버거'도 팔았었습니다.
아 참고로 맨도롱 또똣을 딱 5분 본 장면이 강소라씨가 보말 캐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만큼 바다에 흔한 패류였는데 요새는 많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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