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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29 16:14:15
Name swordfish-72만세
Subject [일반] 음력 달력 이야기
가끔 나이 드신 분들 보면 음력이 양력에 비해 보다 우수함을 설파하시는 분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최소 전통적이라면 당연히 음력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음력 달력 최소 우리가 쓰는 음력 달력을 만든 사람을 생각하면 좀 재미있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달력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최소 언제 홍수가 오고 언제 씨를 뿌리며 언제 제초를 해야하고
언제쯤 홍수가 올 것이며 언제 쯤 추수를 해야 하고 언제쯤 서리나 눈이 올 것인가?

물론 농경 뿐만 아니라 어업이나 상업(특히 바다를 통한 교역은 계절풍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노를 덜 저어도 배가
잘 나가죠.)에도 중요한 문제 였습니다.

이래서 우리 인류가 선택한 방법은 달을 통해 달력을 만드는 방법과 해를 통해 달력을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사실 달을 통해 달력을 만드는 건 쉬워 보였습니다.
일단 달이 크니까 쉽게 관찰되었습니다. 대충 한달의 길이는 29.53... 정도 되었고 12달 하면 354일 정도.
태양에 비해 우리 기준으로 엄청난 차이지만 사실 고대인 기준으로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죠.
문제는... 계절이란 태양의 주변을 지구가 돌아서 생기는 현상이고 이 순수 음력을 썼을 경우 달력과 계절이
점차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지금도 순음력을 쓰는 이슬람력에서 지금도 금식달인 라마단이 여름일 때도
있고 겨울일 때도 있고 이러고 있습니다.

사막을 살았던 중세 이슬람 교도들이야 이렇게 써도 문제가 없었게지만.... 달력과 계절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건
다시 말해 농사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5월이 여름일 수도 있고 겨울 일수도 있는 달력이 쓰여서 뭐하겠습니까?
물론 이렇게 쓰여도 조수 간만(달과 관련된)이나 이런 것 때문에 음력 자체는 쓸모는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계절과 달력을 고정하기 위해서 결국 몇년에 한번씩 윤달이라는 것을 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결국 이런 조정을 위해서는 태양력, 즉 양력을 필요합니다. 양력에서 1년 - 음력에서 1년 빼서 30일 내외가 차면 윤달을
넣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결국 우리가 쓰는 건 기본적으로 음력의 탈을 쓴 양력이 됩니다. 양력을 기준으로 음력의 오차를 수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년 지나면 결국 양력과 맞추어야 하니까요.

사실 양력 계산 자체는 쉬운 편이 아닙니다. 태양의 운동은 정말 관찰하기 힘들거든요. 오히려 너무 밝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움은 원나라 들어서면서 이는 쉬어졌는데 그 이유는
[이미 서양에 태양역법인 율리우스 력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걸 구하는 식도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율리우스 력으로 구한 양력 날짜 기준으로 음력 달력을 맞춘게 바로 원의 수시력입니다. 물론 이를 엄청난 과학 기술로 포장은 하지만...
뭐 엄청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대 로마까지 축적된 천문 기술이 아니었다면 구할 수 있을 런지...
애초 거대한 제국인 몽고제국의 후예인 원나라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천문학에 능한 아랍인들이 원나라에서
관료를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대충 태양의 주기를 알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한 것이죠.

물론 수시력 이전에서 기원전부터 중국은 이런 음력의 탈을 양력을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지식과 수학적 문제 때문에
너무 복잡하고 오차가 컸습니다. 이걸 확실히 해결한게 앞서 말한 수시력이죠.

이걸 우리식으로 뜯어 고친게 칠정산, 그리고 명나라에서 좀 보완한게 대통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충 음력 달력과 실재 계절간의 오차는 이런식으로 줄일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오차가 존재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여전히 이 달력으로만 농사를 지으면 농사 망합니다. 계절과 달이 여전히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또한 역법이 지나치게 복잡해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걸 인지한 명말 청초 중국에 온 가톨릭 선교사들은 새로운 태음태양력(음력의 탈을 쓴 양력)을 만듭니다.
그게 현재 우리가 쓰는 [시헌력]이죠.

시헌력의 특성은 바로 새로운 개념의 24절기에 있습니다.
기존까지 달력은 동지를 기준으로 15.22 일씩 24등분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게 기존의 24절기인데 계절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가지고 농사 지으면 망합니다.

그래서 농사에 도움이 되는 선교사들은 바로 새로운 24절기를 집어 넣게 됩니다. 그게 우리가 쓰는 24절기인 것이죠.
물론 이걸 음력의 정확함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이 꽤 많긴 하지만요.


사실 이 개념은 옛날 태양력을 계산하기 위해 만든 개념입니다.
태양이 지구의 천구 위를 운동하는 가상의 길(황도; ecliptic, http://www.scienceall.com/%ed%99%a9%eb%8f%84ecliptic/)을 동지를 기준으로 똑같이 24등분하여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즉 360도에서 15도 정도를 이동한 위치에 태양이 위치하면 하나의 절기가 되고 이런 개 24개가
되면 1년을 구성하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아예 농사를 위해 이 음력의 탈을 쓴 양력에 진짜 양력적 요소를 하나 집어 넣어 버린 것입니다.
또한 황도의 원인 360도를 기존처럼 365.XX라는 날짜로 치환해 구하지 않고 그냥 360도를 24등분해서 날짜를 맞추면서
달력 만들기도 쉬어 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헌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선내내 서양인들이 만들었더고 대통력을 쓰는 사람이 많았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온 가톨릭 선교사들


정확히 말하면 청나라 숭정제 때 독일의 예수회 수사 아담 샬- 본명 요한 아담 샬 폰 벨- 의 노력 때문에
최소 달력 보고 농사 짓기는 한결 편해졌습니다. 또한 역법이 쉽기 때문에 더 이상 높으신 분들 눈치를 보지 않고도
쉽게 달력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까지는 더럽게 어려웠기 때문에 달력 만들기는 소수의 특권이었거든요.
이를 통해 지배자의 권위를 드러내곤 하는게 동양 사회였으니까요. 이걸 시헌력은 해방시켰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아시아에서 음력의 역사는 결국 양력화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계속 양력적 요소가 첨가 되고
결국 시헌력에 이르면 음력은 몇몇에는 유용할지 모르는 껍데기 일 뿐 농사도 기준도 다 양력을 통해 계산되기 때문이죠.

또한 어떻게 보면 동아시아적 전통이 교역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겠네요.

물론 이 가치를 빠르게 알아보고 오랑캐의 것이라고 배척하지 않았던 김육 공이나 이익 선생 같은 선구자들 덕에
백성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덧붙이면 농사를 위해서는 그냥 양력 즉 그레고리우스력 쓰는게 시헌력보다 낫고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뭐 오래 써서 전통일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우리 조상들의 우수한 과학력과 별 관계 없지만
관계 있는 거처럼 나온다는게 나름 개그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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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9 16:22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tannenbaum
15/05/29 16:26
수정 아이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달력으로 백성들을 휘두르던 장면이 있었지요.
그런면에서 정보 독점은 고대나 현대나 매력적인 권력입니다.
15/05/29 16:51
수정 아이콘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정보독점이 쉽지 않긴 하죠.
그러니까 권력을 가진 쪽에서 인터넷에 거짓된 정보를 푸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도 독점적 정보를 가지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긴 하죠.
개개인들도 그거 잘하면 사업에서 대박날 수도 있고...
15/05/29 17:13
수정 아이콘
뽐뿌만 해도 싼거 공유하자는 사이트인데 대박 조건 올라오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면 혜택 사라질 거라고. 인터넷이 생겼지만 여전히 정말 돈 되는 정보에 관해서는 정보격차가 여전히 크지요. 일부러 헛소문 퍼트리는 사람도 많고.
신의와배신
15/05/29 16: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어릴 적 24절기를 보고 신기해할 때 부모님이 국뽕을 심어주셨지요. 그거 극복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양력에 대한 불만은 동지가 1월1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싫어요 ^^
15/05/29 17:21
수정 아이콘
모든 학문은 어느 이상 발전을 하다보면 전문용어 등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죠. 천문학과 수학은 역사상 이른 시기부터 그게 되었고, 그런 학문적 격차가 많이 있었다는게 보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서도 이해를 잘 했는지 확신하지 못해서 질문을 드려봅니다. 음력은 달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태양과 관련이 큰 온도/계절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의 24절기는 시헌력에서 나온 24절기가 아니라 선교사가 붙여준 24절기이다. 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근데 1) 현재의 24절기가 양력보다 온도/계절을 더 잘 반영하지 않습니까? 2) 유용할 것 같은데 그럼 서양에서는 그런 절기가 없었나요? 3) 그리고 그 절기는 시헌력과 비슷하게 맞는 줄 알았는데 시헌력 상 날짜에서도 왔다갔다가 심한가요?
15/05/29 17:32
수정 아이콘
http://memorist.tistory.com/153
24절기는 거의 양력 날짜로 생각하면되네요.
15/05/29 17:53
수정 아이콘
허헣 감사합니다
swordfish-72만세
15/05/29 17:33
수정 아이콘
1) 애초 현재 24절기가 양력입니다. 달 움직임이 아니라 태양의 천구에서 움직임(뭐 실제 움직이는 건 지구지만)이니까요.
그냥 양력이 잘 맞는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애초 양력의 일부를 도입한 거지 음력의 요소가 아니거든요.

2) 서양의 경우에는 양력이 완성 된 상태에서 사실 굳이 24절기를 쓸 이유가 없죠. 물론 완성 전에는 썼습니다. 그게 현재 가톨릭 같은 경우
중요 성인 축일이나 종교적 명절이 되어서 그렇지... 뭐 크리스마스도 그런 개념이구요.

3) 오히려 시헌력 상 음력 날짜로 24절기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현재에서도 24절기는 양력 날짜로 봅니다. 입춘의 경우 대부분 양력 2월 4~5일.
하지는 양력 6월 21~22일. 동지는 12월 21~22일 이런 식이죠.
15/05/29 17:53
수정 아이콘
언어영역 비문학 공부할때도 음력이 좋다는 글을 봤던걸로 알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좀 충격이네요;; 감사합니다
15/05/29 17:32
수정 아이콘
24절기가 너무 잘 맞아서 신기했었는데
현대 기술(?) 이었군요?!
그러고 보니 윤달이 정해지는 것도 궁금했어요
왜 어느해는 윤달이 봄이고 어느해는 여름이고..
또 이런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크크
어른들이 종종 올해는 여름에 윤달이 있어서 여름이 길고 덥다고 말을 하는데
그럼 이런 것도 틀린 얘기 일까요? 크크
swordfish-72만세
15/05/29 17:34
수정 아이콘
윤달은 태양력과 태음력 사이의 오차가 1달 정도 나면 넣는 방식입니다. 시헌력이면요.
15/05/29 17:37
수정 아이콘
알고나니 윤달에 결혼하면 안되고, 묘지 이장하고 하는건 의미 없어 보이네요.
swordfish-72만세
15/05/29 17:38
수정 아이콘
미신이야 그럴 듯해 보이면 다 들어가는 거니까요.
CoMbI CoLa
15/05/29 17:45
수정 아이콘
저도 양력보다 24절기가 날씨 변화를 더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력을 베이스(?)로 한 것이었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5/05/30 00:22
수정 아이콘
어려운 내용 잘 풀어주셔서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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