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가다가, 학교를 가다가, 회사를 가다가
똥 의 압박을 느낄 때가 있다.
난 항상 집으로 향할 때 유독 자주 그의 압박을 느꼈는데 언제나 변함없는 똥의 법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항상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괄약근의 힘이 풀리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박수가 증가 한다는 것.
그럴 때마다 벨트를 풀고 바지단추를 풀고
믿지도 않는 종교의 힘을 빌려 버티다가
목적지에 도달해 변기에 완전히
앉지도 못한 채 울분을 토해내고 마는 것이었다.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사태가 변도 8.0으로 다가와서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지만 오랜 경험과 그로인해 터득한 노하우로 가까스로 버텨내어
변기가 살짝 더러워져 솔로 문대야 했던 가벼운 피해만 입은 채 참아내고야 말았다.
그 날 나는 생각하고 다짐했다. [왜 목적지에 도달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 나의 몸과 정신이 나약해지는가]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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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릉에서 점심에 결혼식뷔페를 맛있게 먹고
저녁을 칼국수와 햄버거,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할 때 까지 한번도 오지않았던 그놈의 기운이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얼마안돼 오고야 말았다.
난 여유있고 침착하다. 강하다. 단련되어 있다.
지지않는다. 항상 이겨왔다.
와 같은 자기암시로 가뿐히 버티며 잠까지 자는 기염을 토한 후 자기만족을 했지만
잠에서 깬 후 집까지 걸어 갈 때. 다시 한 번 그놈이 찾아왔다.
하필 곱창집에서 지인들이 지나가는 나를 붙잡았고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예전에 같이일했던 알바생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고 그 때문에 나의
예상 시간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좀 모자랐다.
집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지고 들어간 당구장 화장실에는 열쇠가 필요했고, 그 당구장 알바생이 여자친구의 친구라서 차마 '당구도 안 치러 들어온 주제에 큰소리를 내며 대변을 볼테니 열쇠좀 주시오' 라고 할 수가 없어서
흡사 지인을 찾으러왔다가 없어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당구장 문을 나섰을 때 이미 경계경보는 발령이 되었다.
그 와중에 다짐했던 것을 떠올려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 더욱 가까워지기 전에 스스로
"어? 학교에 뭘 두고왔네?"
라는 암시를 걸며 [목적지에 가까워 지기엔 시간이
더 걸리며 내 목적지는 학교로 변경되었다]
는 조건을 걸며 옆길로 돌아 학교로 향하였다.
기존 목적지에서 멀어지며, 새로운 목적지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을 생각하며
대장의 상태를 관찰하였다.
아무 의미도 없는 쓸데없는 실험이었다.
이미 내 몸은 목적지를 대장에 몇 시간 전부터 입력해놓아 물리적 거리보다는 나의 심리적 거리(혹은 시간)에 기인하여 긴장이 풀리는 등 일련의 반사적인 것들이 일어나는 듯 하다.
애초에 목적지가 학교였으면 모르지만 이미 집으로 정해져있어서 아무리 목적지가 바뀌었음을 인지시켜도 대장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을 생각하게 되는 타이밍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배를 부여잡고 학교화장실 변기에 애도를 표하고 청소부아주머니께 사죄의 마음을 느끼며
글을 쓰는 지금.
여러분은 똥이 마려우면 쓸데없는 짓 말고
꾹 참다가 목적지에 다다를 때 쯤 느끼는 긴장감을 즐기고 시원하게 목적지에서 배출하는 안정감을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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