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5 10:55:44
Name Like a stone
Subject [일반] 내 생일 (수정됨)
1. 자기 내일 생일인데 선물 뭐 갖고 싶어?

출근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프에게 카톡이 날라왔다. 며칠전에도 내 생일이니 아들놈은 잠깐 장모님에게 부탁드리고 맛난거 먹자는 말에 자기 좋아하는거 아무거나 먹어요 했다가 니 생일이지 내 생일이냐? 라고 한소리 들어먹은터라 오늘까지 생각하고 알려줄게요 라고 하는 수 밖에. 이제 7개월 된 아들놈 키우는 상황에 이사하느라 대출도 끌어다 썼고 와이프도 실업상태나 다름 없기에 바늘 귓구멍만한 내 월급을 모두 갖다 바쳐도 늘 형편이 빡빡하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정말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20살 이후 거의 혼자 자취하면서 셀프 미역국도 귀찮아서 안먹고 매번 저녁때 지인들 있으면 밖에서 술이요 없으면 집에서 술이던 나였는데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비롯해서 이것저것 꼬박꼬박 챙겨주려고 하는 와이프님이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지. 암 매일같이 아침밥 얻어먹고 출근하는데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냐라고 또 생각해 본다. 물론 술 먹는건 눈치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2. 이유가 어쨌건 간에 누군가에게 기억될만한 사실이 있다는게 좋을수도 나쁠수도 있지만 생일처럼 축하받아야 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마냥 좋을 수 없다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누군가는 생일이라고 신나게 술먹고 케이크 자르고 축하받겠지만 누군가에겐 온몸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테니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둠의 저편에서 대놓고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살아가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과 힘이라도 남아 있어야 버티는게 아닌가. 정말 이제는 눈물도 남지 않을 사람들에게 여전히 앞에선 칼로 쑤시고 뒤에선 뒤통수를 후려치는 양아치들도 있는데 말이지.  쌩판 남인, 일면식이 있을리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밥 먹고 사는 내가 하는거라곤 옹졸하게 욕하고 비난하고 몇 마디 글을 쓰는게 전부라는 사실이 참 쓰리다. 뭐 확실한건 주둥이와 손가락질로만 다 처먹으려 드는 나도 저 양아치보다야 낫긴 하지만 개새끼인건 사실이지. 암 개새끼고 말고.

3. 내일 아마 어디 멀리 나가진 못하고 근처에 사시는 장모님께 아들래미를 맡겨놓고선 저렴한 고깃집에서 간단하게 나마 반주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지방질이 두툼한 돼지고기에 들이 붓는 소주는 참 독할 듯 싶다. 나에게는 축하요, 누구에겐 눈물이 될테니. 아 그런데 어떤 (년)놈은 그나마 이렇게라도 진행되서 다행이다 하면서 비싼 술과 안주를 처먹으며 희희낙락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네? 팍 씨...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eandertal
15/04/15 11:37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흐린 기억속에 희미해 질 날이 오겠죠...
그걸 짐이라고 빨리 털어벌이고 싶어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지만 그건 원래 그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여서일 겁니다...
밀물썰물
15/04/15 11:55
수정 아이콘
제가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나에게는 축하요 누구에겐 눈물이다"라고 하셨는데 왜 누구에게는 눈물인지? 실례가 아니면 여쭙고 싶습니다.
PoeticWolf
15/04/15 12:00
수정 아이콘
세월호 사건 말씀하신 거 같아요.
하필 그날과 생일이 겹치신 분의 마음이죠.
밀물썰물
15/04/16 05:03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글 쓰신분이 미안해 하실 일은 아니지만 좀 곤란한 맘이 드시긴 하시겠네요.
그리고보니 답해주신 분이 글 잘쓰시는 PoeticWolf님 이시네요. 답변 고맙습니다.
리듬파워근성
15/04/15 15:17
수정 아이콘
벌써 내일이군요 마음이 답답합니다.
그래도 생일 축하드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582 [일반] [해축] 14-15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결과 [29] SKY925004 15/04/16 5004 0
57581 [일반] 지누션/산E/달샤벳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5] 효연광팬세우실4024 15/04/16 4024 0
57580 [일반] 루리웹 '톱임팩트 586' 님의 세월호 추모기록 [4] 리듬파워근성9293 15/04/16 9293 15
57579 [일반] 경향신문이 공개한 '성완종 단독 인터뷰 녹음파일 전문' [17] 곰주6737 15/04/16 6737 0
57578 [일반] 리그베다 위키(구 엔하위키) 자문서 공개 [66] 일각여삼추9014 15/04/16 9014 8
57577 [일반] 세월호를 읽다. [8] Chabod3268 15/04/16 3268 6
57576 [일반] 사회인야구 심판 나부랭이가 바라보는 3피트 아웃 룰. [18] 화이트데이7264 15/04/16 7264 4
57574 [일반] X-JAPAN (엑스저팬) 재 결성이후 내놓은 곡들들 [4] 발롱도르7701 15/04/16 7701 1
57573 [일반] jTBC는 과연 잘 한 것일까? [156] 최종병기캐리어12891 15/04/15 12891 4
57572 [일반] 한화 빈볼 논란.. 한화측 (김성근측) 마지막 입장이 나왔네요; [300] damianhwang16650 15/04/15 16650 3
57571 [일반] 한화 이글스 이태양선수가 토미존서저리를 받는답니다. [30] 멀면 벙커링7890 15/04/15 7890 1
57570 [일반] 도르트문트 감독 클롭이 사임했다고 하네요. [58] Daydew7054 15/04/15 7054 0
57569 [일반] 갑자기 생각난 노래 [1] 바르고고운말3472 15/04/15 3472 3
57568 [일반] 실록에서 선조의 파천 관련 [5] 부활병기3592 15/04/15 3592 2
57567 [일반] 1 [31] 삭제됨4786 15/04/15 4786 0
57565 [일반] 지금 돌고 있는 엠바고 (세월호 관련입니다) [105] 로빈11798 15/04/15 11798 3
57564 [일반] [연재] 웃는 좀비 - 1 [8] 드라카2283 15/04/15 2283 3
57563 [일반] 징비록, 임진왜란 들어서면서 정말 실망이네요. [59] 발롱도르8074 15/04/15 8074 9
57562 [일반] 한화 빈볼논란의 결말이 나왔습니다. [125] Leeka10098 15/04/15 10098 0
57561 [일반] A-10 퇴역문제 [36] swordfish-72만세5552 15/04/15 5552 0
57560 [일반] 1주년 기점으로 세월호 뉴스가 다시 슬슬 올라오고 있는데... [41] 질보승천수6763 15/04/15 6763 1
57558 [일반] 내 생일 [5] Like a stone3230 15/04/15 3230 2
57557 [일반] 연예병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수 세븐이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복귀합니다(수정) [61] FF8Lampard8618 15/04/15 86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