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포항YMCA에서 청년Y독서교실이 진행되고 있있습니다. 기회가 닿는 선에서 전문가를 모셔와 인문학 특강도 듣고 있지요. 그래서 어제는 <죽음을 살다>의 저자이신 천선영 교수님을 모시고, 뒤르켐의 '자살론'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뒤르켐은 사회학계에서 사도 바울 같은 존재입니다. 사도 바울이 초기 기독교의 초석을 세운 것처럼, 뒤르켐도 사회학의 초석을 세운 학자이지요. <자살론>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이고, 자살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뒤르켐 이전에는 자살을 병리학적(정신병)인 측면이나 기후, 인종적 차원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뒤르켐은 자살을 사회적 사실로 규정하면서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살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사회의 통합의 정도에 따라 자살률에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각종 통계를 통해 증명하는 작업을 했지요.
근대가 도래하하면서 전통과 종교 혹은 거대 이데올로기, 국가를 통한 통합의 강도가 약화되었습니다. 그만큼 개인은 자유로워졌지만, 강력한 구속력의 상실은 불안을 야기하게 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강해지죠. 뒤르켐은 그러한 사회적 변모 속에서 자살을 주목했습니다. 즉,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상황은 별개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지금은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명명하기도 하곤하지만, 뒤르켐의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초)만해도 이러한 주장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어제의 특강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천선영 교수님의 자살에 대한 규정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사회(하나의 주체로 가정 한)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살을 통제하고 있다기 보단, 그저 자살을 방지하고 있는 것처럼 기만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국가는 자살 예방을 위한 센터도 만들고 캠페인도 하고 연구용역도 운영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살 방지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근원적으로 인간이 자살하는 이유는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없어지기 때문인 건데, 사회는 그 근본 문제는 외면하고 몇 몇 프로젝트만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감이 되는 말이고, 자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그 사회가 개인들에게 삶의 열의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 자살할리는 만무하니까요. 그리고 교수님은 자살이 실은 매우 주체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자살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단순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 역시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주체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구분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살의 근본적인 처방을 위한 사회의 끊임없는 변혁이 필요한 것과 더불어, 그로부터 이탈되는 개인도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체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비주체적으로 자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처방을 생각하면서도, 당장 갈급한 위험에 놓여있는 사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어제 강의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회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하나의 방책은 같이 책을 읽고 수다를 떨며, 글도 써보는 일을 지속하는 것일 겁니다. 왜 내가 불안한지, 마지 못해 살게 된 건지, 우울의 유혹이나 무기력한 생각이 드는건지 등을 독서를 통해 대답을 찾아보고 모임을 통해 나눠보며 힘을 얻어 보는 것이죠. 그 과정 속에서 품고 있던 의문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보고 세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성찰의 길로 이끌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한 산책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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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원 시절에 한 번 읽었는데, 요즘 시민들이랑 같이 다시 읽어보려고 사람들 모으고 있답니다. 전공자들도 잘 안 읽는데 시민들과 읽으려는 것은 상당히 무리수 같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해보려고요. 소독용 에탄올님이 포항지역에 계시면 같이 읽어도 좋을텐데, 다른 지역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