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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16 14:17:48
Name Acecracker
Link #1 http://longlive.tistory.com/m/post/574
Subject [일반] 노병가를 보고
PGR에서 기안84의 노병가에 대한 말을 봐서 찾아봤다.
노병가를 보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진다.

조직이 없는 개인은 조직에 흡수된다.
때문에 생존의 단위는 조직이다.
그러나 조직도 무소불위의 개체가 아니다.
조직도 외압에 시달리고, 개체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 도태되지 않아야 하며,
조직의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조직이 생존하기 위해선 안으로는 조직이 자생할 수 있는 생활의 룰이 돌아가야 하며 밖으로는 임무 수행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깨진다. 처음엔 압박을 받는 정도이다가 그걸로 안되면 조직의 통솔자를 더 잘 닥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꿀 것이고 그래도 안되면 조직을 와해시켜서 다른 조직에 흡수시킬 것이다. 와해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타 조직에서 더 작은 지분과 권리를 가지고 더욱 괴로워진다. 조직이 깨지는 건 생존의 문제다.

조직의 행동을 결정하는 판단의 과정은 민주적인 브레인 스토밍이 되는 경우도 있고 독재자의 독단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어쨌건 조직은 단일 개체로서 중구난방이 아닌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판단 내려진 명령과 지시를 팔다리는 빠릿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세대교체되는 신입들을 교육해서 조직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노병가에서 묘사하는 의경 부대 구조는 이런 식이더라.
팔다리를 쓰는 일을 하지 않는 열외. (판단자+판단자가 일 시켜먹기 부담스러운 급들)
실무를 챙기는 책임을 지는 '챙'.
그 밑으로 팔다리가 되어 일을 하는 배식이나... 막내들.
수직 구조의 조직에서 팔다리가 "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챙의 몫이다.
그리고 그 이하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기 후임들을 교육시켜서 이 구조속에 넣는다.
이 수직구조에서 하극상이 중간관리자를 깨버리면, 조직의 유지와 보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조직은 깨진다.
조직이 깨지고 나면 개인은 살아남지 못하기에 이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생존의 문제는 종종 선악보다도 중요한 것이 된다.

작중에 김명호라는 사람이 나온다. 위로 인정받고 아래로 관대한 엘리트다.
김명호가 실세가 되었을때 그는 후임들을 힘들게 하는 온갖 악습들을 파격적으로 해체한다.
짬 안돼서 잠 못자고 고생하는 후임들 재우기, 고참이라고 막내들에게 근무 전가하지 못하게 하기, 1-2분만에 씻고 나와야 했던 후임들 여유있게 씻고 나올 시간 주기... 다른 고참들의 불만도 자기 세력으로 "닥치게 하고" 조직내 부조리를 일소한다.
그런 김명호가 두번 심하게 화낸다.
하나는 하극상이다.
권투하다 군대온 이준희는 고참의 부당한 명령에 고참 둘을 때려눕힌다.
그 때 김명호는 이준희를 집중적으로 찍어누른다.
이준희가 사과를 하건 뉘우치건 받아주지 않으며 그가 완전히 조직에 굴복할 때까지 압박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이준희가 조직의 구조에 완전히 순응했을 때,
김명호는 이준희를 하극상과 정반대의 입장인 조직의 구조를 수호하는 역할로서 힘을 쓰게 한다.
김명호는 왜 이준희를 찍어눌렀을까. 난 그 이유가 이렇게 보였다.
이준희가 가한 힘의 방향은 조직을 와해시키는 방향이다.
이준희가 자기가 때려눕힌 중간급을 대신해서 조직을 유지하는 일과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준희의 힘의 방향은 힘이 충분하다고 할 경우 조직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그 조직이 경직된 수직구조인 탓이다.
이런 구조의 조직에선 아래로부터 부조리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 조차도 곧바로 조직을 깨버리는 방향의 힘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소대 외부의 구조가 여전히 군대인 이상은, 안에서 하극상을 용납하면 그 내무반이 '빠져서' '나가리되고'(수족이 판단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 성과가 떨어지고 조직 윗선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아서) 외압에 시달리다가 와해되는 결과가 된다.
때문에 이준희의 하극상이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며 옳다고 할 지라도  
그 힘의 방향이 조직을 깨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한은 저지시킬 수 밖에 없다.
한편 노병가에 장기 병가자가 자기에게 인사 안하는 후임을 갈군 건에 대해서 병가자를 까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경우에는 병가자를 깨는 것이 조직 운영에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다. 힘의 방향이 조직을 깨는 방향이 아닌 경우다.

김명호가 화를 내는 다른 한 번의 사건은 타 조직과의 경쟁에서 공개적으로 낙오되었을 때다.
중대가 자기 구역에서 타 중대와의 경쟁에서 공개적으로 낙오되었을 때 김명호는 절대 터치 않던, 그래서 자기가 갈구면 "미쳤나봨크크"라고 답하던 자기 바로 아래 기수를 때리며 온 조직을 빡시게 굴리기 시작한다.
경쟁 조직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그 조직은 외압을 받게 된다. 조직이 윗선에서 가해지는 외압의 초기에 대응을 흡족하게 하지 못하면 외압은 점점 더 구체적이 되고 조직은 점점 더 각박해진다. 통솔자를 압박하고-그래도 안되면 통솔자를 더 각박하게 운영할 사람으로 바꾸고-그래도 안되면 조직을 개편하는 식으로.
결국 김명호가 화를 낸 두가지 일은
선악의 맥락에서 보자면 일관성이 없으나
조직에 위협이 되는 방향의 힘에 대하여 조직을 보호하고자 하는 생존의 맥락으로 해석할 때엔 일관성이 있다.

노병가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나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다.
지금도 아주 개인주의적인 조직에 속해있다.
나는 조직을 위해 내 영역을 헌신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나랑 아주 친했던 내 이전 상사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더 큰 조직이 우리 조직에 헌신을 요구할 때 아래를 쪼는 게 아니라 외압에 맞서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그는 다소 눈밖에 났고, 그는 다른 종류의 자리를 제안받아 이동하였으며, 그의 자리는 우리 조직내의 다른 사람에게 넘겨졌다.
새로운 내 상사가 된 사람은 이전 상사보다는 덜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다.
정확히는 그 자신도 우리 조직의 일원이었기에 개인주의적인 속내를 가지고 있으나 그러다가 눈밖에 난 선례를 염두에 둬서라도 외부를 상대로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대단히 기피하고 있다.
만약 바뀐 사람인 그가 우리 조직으로부터 만족스런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엔 조직 외부에서 낙하산인사를 붙이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해서 분위기 쇄신 하라고(쪼라고) 외부인사를 불러오면 그는 개인주의적인 조직을 갈아엎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
내가 개인주의적으로 살기 위해선 내가 몸담고 있는 개인주의적인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 내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것을 염두에 둔 헌신이 필요하다면 근시안적으로 헌신을 아끼기 보다는 수행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상명하복을 거스르고 위를 깐 게 두세명 정도 있다.
당시엔 내 성질 못이겨 거스른 것 뿐이었다.
'이 자를 완전히 묻어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궁리했지
그 하극상 비슷한 것이 내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는 채였고
그래서 이래도 내가 장차 괜찮을 건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지금도 과정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내가 여태 무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알 것 같다.
정치적인 교섭은 물론이고 하극상조차도
그것이 성공하려면 조직의 존속을 위협하지 않는 방향으로 힘의 방향을 잡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안의 선악도 중요한 명분이지만 조직 유지는 생존이라는 중요한 명분을 기본적으로 깔고 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 중간급인 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번에 나이차가 좀 나는 사람들을 여럿 뽑았다.
이들에게 잡다한 것들을 알려주는 것은 귀찮은 일이고 꼭 내가 해야 할 일도 아니지만,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하다 보니 내게 물어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게 단지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것 뿐인가 생각했었으나 노병가를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조직의 생활과 상식을 나를 통해 교육하는 것은 나에게 이롭다.
이전과 똑같이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할 지라도
중간급인 나는 '개인주의적인 조직을 보호함으로써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할 터전을 보존한다'라는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나한테 뭐라 할 사람 없는 만큼 자유롭게 행동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 혼자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고 조직에 대한 헌신을 비웃으면 나는 후배에게 나만 '빠진' 선배가 될 뿐이며 그 결과는 나를 조직의 중심에서 밀어낼 것이다.
개인주의적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너무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도 따르는(적어도 내가 가르친 룰을 내가 무시하지 않는)
지속이 가능한 룰을 가르쳐주는 관계를 유지할 때 그 관계는 내게 수평/수직적 정치 관계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흔히 사회의 부조리를 밑에서 고칠 것이냐 올라가서 고칠 것이냐, 라는 말을 한다.
동시에 '올라가서 고치면 된다는 생각은 일견 쉬워보이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조직에 동화되기 때문에 올라가서는 고치지 못한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부조리를 고치고자 하는 정의감에서 비롯된 하극상이건/내 한 몸 편하겠다는 사사로운 뺑끼에서 비롯된 하극상이건,
그 힘의 방향이 조직을 깨는 방향이면 그것은 결국 생존에 대한 위협을 하는 셈이 된다.
하극상조차도 그것이 성공하려면 조직의 존속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깨기 위해선 그 깨고 난 자리를 매울 수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며
이는 내가 내 자리에 매울 수 없는 관계를 만들어 놓을수록 유리한 입지를 접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병가를 보면서
부조리를 고치는 데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내 일신에 이익을 위해서도 조직 규모에서 판단하는 관점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에 대해
생존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적대시 한 방향에서
조직의 입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부조리를 개선 하려 한다면
그 개선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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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매니아
14/06/16 14:2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사악군
14/06/16 14:28
수정 아이콘
음..기안84의 만화를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14/06/16 14:29
수정 아이콘
노병가를 보고 기안84가 대성할 재목이라고 확신에 찬 예언을 했었는데 완전히 틀렸네요.
개인적으론, 지금은 베도 수준도 안되는 쓰레기라고 봅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베도 수준도 안되면 쓰레기라기 보다 베도 수준도 안되는데 과거의 네임밸류로 먹고 사는 거고 또 그거에 취해 있는 태도가 쓰레기같다라는 의미입니다)
당근매니아
14/06/16 14:33
수정 아이콘
노병가나 패션왕 초반부처럼 자기 경험을 토대로 해서 날것을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소모해버린 데다가 재충전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작가 개인이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이래저래 있는 것 같고.
14/06/16 14:4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안84는 그림체나 내용 전개 이런걸 떠나서 작품을 할때 뭔가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좀 더 하고 그렸으면 합니다.
노병가를 보면서 미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작화 사이사이에 디테일이 참 잘 박혀있게 표현한다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패션왕을 보면 소재고갈되니까 이도저도 아닌 걸로 배경이고 인물이고 대충 그린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마스터충달
14/06/16 14:49
수정 아이콘
저도 노병가 보고 대성할 재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쓰...
wish buRn
14/06/16 16:07
수정 아이콘
데뷔작이 최고 걸작인 작가들이 많죠.기안84도 이런 길을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병가도 초반임팩트는 대단했지만 굉장히 흐지부지 마무리됐구요
14/06/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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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이 수준이 굉장히 떨어진다는점은 동의하지만 베도는 말 그대로 기안보다 더한 쓰레기만 있는 곳이라
다다다닥
14/06/16 14:3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참치마요
14/06/16 14: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안84 작가는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노병가, 초반 부분의 패션왕을 봤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포텐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문앞의늑대
14/06/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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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혼자 생각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Acecracker
14/06/16 14:42
수정 아이콘
만약 기안84가 제가 본 PGR 글의 많은 사람들이 평하듯 무식한 사람이라면,
자전적 이야기를 쓸 때 기억력이 아주 엄청나게 좋은 사람인듯요.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다들 자기 경험 살려서 노병가 같은 거 쓸 수 있는 거 아니니까요.
전 이준희가 하극상하고 김명호가 전체 군기 잡으려고 집합시킬 때 이준희 어머니 면회오셔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우리 준희 고참 되세요? 아유 잘생기셨네..." 하고 김명호가 아무렇지 않게 면회 보내주던 부분부터 이준희가 소대원들 주려고 맥도날드 사들고 돌아왔을 때 "그딴거 왜 사들고 들어오냐? ... 아무도 안먹어. 또 햄버거 냄새 피우면 쳐맞는다."라고 하던게 생각나네요. 저런 심리묘사를 보고 기억한 것이라면 기억력이 대단한거고 가상으로 캐릭터에게 심은 거라면 대단한 작가고...
비록 캐릭터들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구분하느라 애먹었지만...
당근매니아
14/06/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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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그런 부분을 캐치해내고 그려내는 게 '재능'인 거겠죠. 그러한 기억과 재생, 각색이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지는 사람이 있고, 별 고민 없이 줄줄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아무래도 기안은 후자인 거 같습니다-_-; 홈그라운드에서는 강한데, 서사가 그 밖으로 뛰쳐 나갔을 대 다시 홈그라운드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오는 방법을 몰라요.
Acecracker
14/06/16 15:42
수정 아이콘
홈그라운드에서 강하다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혹시 미숙한 연애감정과 군대 이야기를 홈그라운드로 삼는 수성소년의 군셉션 보셨나요?
당근매니아
14/06/16 15:51
수정 아이콘
봤지요:)
14/06/16 18:02
수정 아이콘
좋은 지적이신듯 합니다. 저도 위 jjkr님처럼, 기안84의 다른 만화들을 처음 접했을 땐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주호민의 짬을 처음 봤을 때 처럼. 주호민에 비해 그림도 대중적으로 잘 먹힐 그림이고 내용도 고찰은 적더라도 감성을 찌르면서 물어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지금은.. ㅠㅠ 이래서 만화가도 공부를 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다다다닥
14/06/16 14:56
수정 아이콘
노병가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전 night란 단편선은 더욱 놀랍게 봤습니다. 그림체가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느낌이 워낙 좋아서 그것마저도 엄청난 장점으로 보였을 정도니까요.

말씀처럼 작품속에서 다루고 있는 10대 양아치, 일진들의 생활, 군대 생활 같은 디테일을 그처럼 생생하게 뽑아낸 것은 훌륭합니다.
본인이 경험한 것을 정확히 캐치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시켜서 독자들에게 '너희들은 어때?, 어땠어?' 이런 철학적 물음을 던질 줄도 아는 훌륭'했던'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근데, 더 뛰어난 작가로 거듭나려면 소재를 넓히고, 연재하는 작품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헌신할 필요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너무 게으릅니다(본인도 그걸 인정하고 있고요). 스토리가 이상한데로 튀고, 밑도 끝도 없는 드립들이 난무하고, 황당한 결론을 짓기도 하구요.

게다가, 기대를 많이했는 데 블로그에서 확인해 본 결과 다음 작품이 무려 '복학왕'이랍니다. '패션왕'에서 썼던 그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대학생활을 재연해 내겠다는 것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디테일은 워낙 잘 뽑아내는 작가라 중간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분명 뽑아낼거라 봅니다. 그러나, 참신함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많이 실망했습니다(주호민 작가가 군대만화였던 짬으로 시작해 무한동력, 신과함께 같은 레전드 작품을 찍어내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가져왔어야 했을 타이밍이었는데 말이죠.

여튼, 좀 더 발로 뛰어줬으면 좋겠어요. 더욱 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데 왜이리 멈춰 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王天君
14/06/16 22:36
수정 아이콘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 하던 이야기였던가요? 색감이 되게 좋았는데. 혼란스럽고 암울한 느낌이 그림 자체에 묻어나와서 좋았어요.
그런데 기안은 맨날 루저 근성 이야기밖에 안합니다. 뭔가 일어나려는 이야기도 좀 해야죠. 후루야 미노루를 이상하게 배워와가지고는 영감처럼 인생 별거 없어 주절주절...거기에 뭐 페이소스가 담긴 것도 아니고.
14/06/16 14:44
수정 아이콘
웹툰 '송곳'을 보며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정리가 잘 안되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뭔가 정리가 되는 기분이네요. 잘읽었습니다.
14/06/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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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거 보다가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 초반부만 보다가 포기했는데..
(마치 사채꾼 우시지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뒤에도 더 읽어보면 좀 달라질까요..
14/06/16 15:34
수정 아이콘
사채꾼 우시지마처럼 찝찝하진 않습니다.
메모박스
14/06/16 15:28
수정 아이콘
다른분들도 지적하듯이 기안84는 본인이 경험한 세계를 생생하게 날것의 정서로 묘사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극중 내러티브를 컨트롤하고 인물들을 성장시켜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못해 다른 웹툰 작가들과 비교해볼때 아예 없다시피 하죠.
노병가가 수작으로 평가받았던건 군대는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가 퇴장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세계이기에 기안84의 무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갈등과 서사를 쌓아나가고 이를 컨트롤 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군대니깐 노병가에선 그냥 그 인물이 제대하면서 끝 그리고 신병이든 전입이든 새 인물이 등장하면서 다시 새로이 시작. 대신 군대생활의 음침함과 부조리 속 정서는 생생하게 전달되니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거죠. 근데 이게 안되는 다른 작품에선 늑대인간이 등장하면서 판을 뒤엎고 새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는게 적나라하게 드러날수밖에요
사악군
14/06/16 15:46
수정 아이콘
음.. 노병가 41화에서 이준희랑 전출열외 간 다툼은 그냥 생략되어 있는데
뭐 윗분들 말씀대로 얘기 전체가 꼭 필요한 만화는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이게 그냥 생략 퉁..할만한 분위기는 아닌데서
그냥 궁금하게 생략되어 있거든요. 혹시 연재하다 뭔 일이 있던건가요?(사이트가 망했다거나..-_-)
Acecracker
14/06/16 15:53
수정 아이콘
저도 궁금...
스토리 상으로는 전국 체전 4위 복서가 참다참다 저쪽이 먼저 덤벼서 싸우고 이겼다 뭐 그런거 아닐까요.
14/06/16 15:56
수정 아이콘
군으로 사회를 설명하려고 하는 사람들 볼때마다 메스꺼워요.
Abrasax_ :D
14/06/16 16:57
수정 아이콘
징병제 탓이기도 하고 한국 사회 어디에나 군대 문화의 영향력이 닿아있으니까요. 많이 변했어도 여전히 병영 사회예요.
행복한남자
14/06/16 16:02
수정 아이콘
재능도 재능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 같아요 -_-
매번 지각에 우울증이라도 앓고 있나 싶은 전개를 보고 있자면...
14/06/16 16:35
수정 아이콘
과거 전의경의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된 웹툰이여서 몰입하고 봤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볼 때가 군대 가기전이긴 하지만 의경에 대해서 친형에게 많이 들어봐서 '아 진짜 저렇구나..'하고 봤는데
막상 제가 의경으로 복무하고 후임들이랑 봤을 때는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본지 꽤 되서 작중 인물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이 안나지만,
중간에 보면서 '누가 주인공이지?' 하면서 봣던 기억이 나네요.(제가 너무 띄엄띄엄 봐서그런지..)

사회 전체의 부조리까지 나아가지 않고 전의경에서만 보더라도 그 부조리가 변화하긴 하더군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한 일 중 잘한 게 전의경 부조리 타파였는데, 결국엔 그게 되기는 됐죠.
의경 복무를 과도기(2011년)에 해서 악습과 부조리를 겪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나고 지휘관 교체, 선임들 제대하면서 물갈이가 되다보니 악습, 부조리가 끊기더군요.
지금도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과거 의경복무하신 분들과 비교하면
훨씬 편해지고 나아진 환경에서 군복무할 수 있게 바뀌었죠. (그래서 지원율이 폭등하는 것인가...)
켈로그김
14/06/16 16:50
수정 아이콘
이런 느낌을 줬던 작가(?)가 하나 더 있었는데.. 쥐0이었나.. "세기말고문사전설" 이라는 만화를 올리던 블로거가 생각나네요.
14/06/16 17:46
수정 아이콘
으아....생각나네요 정말 되도 않는 그림체였지만 그 흡입력이란...;;; 연재 기다리다가 잊어먹었는데 혹시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켈로그김
14/06/16 18:14
수정 아이콘
저도 몰라요 흐흐;;
연재중단 후에 블로그가 한동안 살아있던걸로 봐서.. 그냥 연재를 접은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Abrasax_ :D
14/06/16 17:07
수정 아이콘
다다다닥님이 언급하신 night도 그렇고 단편선 가운데 대기타는 남자도 수작이죠.
기안84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어느 정도 의욕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복학왕에 노병가의 깊이까지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부탁이니 스토리를 미리 짜놓고 그리는 것이길 바랍니다.
정 능력이 부족하면 무리수 던지지 말고 빠른 휴재 선택이라도 하길...
14/06/16 17:22
수정 아이콘
사실 노병가는 작가가 높은 클라스를 보여줬다기보단 그냥 군생활이란 한국에만 있을 수 있는 비상식적이고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것 때문에 수작 웹툰인 거지요.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육해공군생활이 아니라 전경생활이라 식상함을 슥 비껴난 것도 포인트.
한 마디로 '소재빨' 이라고나 할까, 그냥 한 번 크리터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소재를 잘 캐치해서 자신이 그려낸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앞으로 이 작가님이 그런 수작은 그리기 힘들 것 같아요.
몽유도원
14/06/16 17:38
수정 아이콘
노병가는 불편하고 아픈부분을 자꾸 쑤셔대는 김기덕감독의 그것과 맥을 같이하죠. 노병가 연재당시에는 '이 작가 진짜 크게 되겠다' 했는데 현실은 늑대인간 ㅡㅡ;;;
스웨트
14/06/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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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왕도 그 슈스케 같은거만 안했어도.... 그전까진 어떻게 이런생각을 하지 크크 이랬는데.. 그이후로는 더이상 말할수 없는 막장으로..
14/06/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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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빨이라는데 공감하기는 힘든게 노병가 말고도 night나 기타 단편선들 보면 꽤 괜찮은 작품들이 많은데
작품들의 공통점이라면 누가 시켜서 그리는게 아니였단거겠죠.
마감기한이 있는 제도권안에서는 분명히 대성하기 힘든 타입인거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그리지 못하면 거기에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는 타입같거든요. 자포자기식으로 늑대인간이 나온거 같기도 하고...
그런 아마추어리즘이 있는한 좋은 평가 받긴하긴 같지만 여전히 포텐은 충만한 작가같습니다.
14/06/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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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 버릴 작가는 아니라는데에 한표.
Faker Senpai
14/06/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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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불꽃귀가, 대기 이정도가 생각나네요.
보는이로하여근 공감하게 하는 능력은 정말 발군입니다.
노병가도 야후에서 연재하기전 분량도 참좋았고.
王天君
14/06/1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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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단편선 중에서 해변에서 여자 꼬셔서 원나잇 하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젊은이들의 욕망과 해소 후에 찾아오는 허무함을 아무 미화 없이 그려냈던 게 인상 깊었어요.
밑바닥으로만 파고들어가서 그렇지 나름의 통찰은 갖춘 듯.
그런데 이전에도 말했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14/06/19 01:27
수정 아이콘
Acecracker님은.... 대단한 분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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