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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6 14:29
노병가를 보고 기안84가 대성할 재목이라고 확신에 찬 예언을 했었는데 완전히 틀렸네요.
개인적으론, 지금은 베도 수준도 안되는 쓰레기라고 봅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베도 수준도 안되면 쓰레기라기 보다 베도 수준도 안되는데 과거의 네임밸류로 먹고 사는 거고 또 그거에 취해 있는 태도가 쓰레기같다라는 의미입니다)
14/06/16 14:33
노병가나 패션왕 초반부처럼 자기 경험을 토대로 해서 날것을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소모해버린 데다가 재충전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작가 개인이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이래저래 있는 것 같고.
14/06/16 14:42
공감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안84는 그림체나 내용 전개 이런걸 떠나서 작품을 할때 뭔가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좀 더 하고 그렸으면 합니다. 노병가를 보면서 미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작화 사이사이에 디테일이 참 잘 박혀있게 표현한다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패션왕을 보면 소재고갈되니까 이도저도 아닌 걸로 배경이고 인물이고 대충 그린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14/06/16 16:07
데뷔작이 최고 걸작인 작가들이 많죠.기안84도 이런 길을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병가도 초반임팩트는 대단했지만 굉장히 흐지부지 마무리됐구요
14/06/16 14:36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안84 작가는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노병가, 초반 부분의 패션왕을 봤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포텐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14/06/16 14:42
만약 기안84가 제가 본 PGR 글의 많은 사람들이 평하듯 무식한 사람이라면,
자전적 이야기를 쓸 때 기억력이 아주 엄청나게 좋은 사람인듯요.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다들 자기 경험 살려서 노병가 같은 거 쓸 수 있는 거 아니니까요. 전 이준희가 하극상하고 김명호가 전체 군기 잡으려고 집합시킬 때 이준희 어머니 면회오셔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우리 준희 고참 되세요? 아유 잘생기셨네..." 하고 김명호가 아무렇지 않게 면회 보내주던 부분부터 이준희가 소대원들 주려고 맥도날드 사들고 돌아왔을 때 "그딴거 왜 사들고 들어오냐? ... 아무도 안먹어. 또 햄버거 냄새 피우면 쳐맞는다."라고 하던게 생각나네요. 저런 심리묘사를 보고 기억한 것이라면 기억력이 대단한거고 가상으로 캐릭터에게 심은 거라면 대단한 작가고... 비록 캐릭터들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구분하느라 애먹었지만...
14/06/16 14:49
뭐 사실 그런 부분을 캐치해내고 그려내는 게 '재능'인 거겠죠. 그러한 기억과 재생, 각색이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지는 사람이 있고, 별 고민 없이 줄줄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아무래도 기안은 후자인 거 같습니다-_-; 홈그라운드에서는 강한데, 서사가 그 밖으로 뛰쳐 나갔을 대 다시 홈그라운드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오는 방법을 몰라요.
14/06/16 15:42
홈그라운드에서 강하다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혹시 미숙한 연애감정과 군대 이야기를 홈그라운드로 삼는 수성소년의 군셉션 보셨나요?
14/06/16 18:02
좋은 지적이신듯 합니다. 저도 위 jjkr님처럼, 기안84의 다른 만화들을 처음 접했을 땐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주호민의 짬을 처음 봤을 때 처럼. 주호민에 비해 그림도 대중적으로 잘 먹힐 그림이고 내용도 고찰은 적더라도 감성을 찌르면서 물어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지금은.. ㅠㅠ 이래서 만화가도 공부를 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14/06/16 14:56
노병가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전 night란 단편선은 더욱 놀랍게 봤습니다. 그림체가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느낌이 워낙 좋아서 그것마저도 엄청난 장점으로 보였을 정도니까요.
말씀처럼 작품속에서 다루고 있는 10대 양아치, 일진들의 생활, 군대 생활 같은 디테일을 그처럼 생생하게 뽑아낸 것은 훌륭합니다. 본인이 경험한 것을 정확히 캐치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시켜서 독자들에게 '너희들은 어때?, 어땠어?' 이런 철학적 물음을 던질 줄도 아는 훌륭'했던'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근데, 더 뛰어난 작가로 거듭나려면 소재를 넓히고, 연재하는 작품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헌신할 필요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너무 게으릅니다(본인도 그걸 인정하고 있고요). 스토리가 이상한데로 튀고, 밑도 끝도 없는 드립들이 난무하고, 황당한 결론을 짓기도 하구요. 게다가, 기대를 많이했는 데 블로그에서 확인해 본 결과 다음 작품이 무려 '복학왕'이랍니다. '패션왕'에서 썼던 그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대학생활을 재연해 내겠다는 것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디테일은 워낙 잘 뽑아내는 작가라 중간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분명 뽑아낼거라 봅니다. 그러나, 참신함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많이 실망했습니다(주호민 작가가 군대만화였던 짬으로 시작해 무한동력, 신과함께 같은 레전드 작품을 찍어내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가져왔어야 했을 타이밍이었는데 말이죠. 여튼, 좀 더 발로 뛰어줬으면 좋겠어요. 더욱 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데 왜이리 멈춰 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14/06/16 22:36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 하던 이야기였던가요? 색감이 되게 좋았는데. 혼란스럽고 암울한 느낌이 그림 자체에 묻어나와서 좋았어요.
그런데 기안은 맨날 루저 근성 이야기밖에 안합니다. 뭔가 일어나려는 이야기도 좀 해야죠. 후루야 미노루를 이상하게 배워와가지고는 영감처럼 인생 별거 없어 주절주절...거기에 뭐 페이소스가 담긴 것도 아니고.
14/06/16 14:44
웹툰 '송곳'을 보며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정리가 잘 안되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뭔가 정리가 되는 기분이네요. 잘읽었습니다.
14/06/16 15:31
저는 그거 보다가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 초반부만 보다가 포기했는데..
(마치 사채꾼 우시지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뒤에도 더 읽어보면 좀 달라질까요..
14/06/16 15:28
다른분들도 지적하듯이 기안84는 본인이 경험한 세계를 생생하게 날것의 정서로 묘사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극중 내러티브를 컨트롤하고 인물들을 성장시켜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못해 다른 웹툰 작가들과 비교해볼때 아예 없다시피 하죠.
노병가가 수작으로 평가받았던건 군대는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가 퇴장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세계이기에 기안84의 무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갈등과 서사를 쌓아나가고 이를 컨트롤 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군대니깐 노병가에선 그냥 그 인물이 제대하면서 끝 그리고 신병이든 전입이든 새 인물이 등장하면서 다시 새로이 시작. 대신 군대생활의 음침함과 부조리 속 정서는 생생하게 전달되니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거죠. 근데 이게 안되는 다른 작품에선 늑대인간이 등장하면서 판을 뒤엎고 새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는게 적나라하게 드러날수밖에요
14/06/16 15:46
음.. 노병가 41화에서 이준희랑 전출열외 간 다툼은 그냥 생략되어 있는데
뭐 윗분들 말씀대로 얘기 전체가 꼭 필요한 만화는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이게 그냥 생략 퉁..할만한 분위기는 아닌데서 그냥 궁금하게 생략되어 있거든요. 혹시 연재하다 뭔 일이 있던건가요?(사이트가 망했다거나..-_-)
14/06/16 16:02
재능도 재능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 같아요 -_-
매번 지각에 우울증이라도 앓고 있나 싶은 전개를 보고 있자면...
14/06/16 16:35
과거 전의경의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된 웹툰이여서 몰입하고 봤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볼 때가 군대 가기전이긴 하지만 의경에 대해서 친형에게 많이 들어봐서 '아 진짜 저렇구나..'하고 봤는데 막상 제가 의경으로 복무하고 후임들이랑 봤을 때는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본지 꽤 되서 작중 인물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이 안나지만, 중간에 보면서 '누가 주인공이지?' 하면서 봣던 기억이 나네요.(제가 너무 띄엄띄엄 봐서그런지..) 사회 전체의 부조리까지 나아가지 않고 전의경에서만 보더라도 그 부조리가 변화하긴 하더군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한 일 중 잘한 게 전의경 부조리 타파였는데, 결국엔 그게 되기는 됐죠. 의경 복무를 과도기(2011년)에 해서 악습과 부조리를 겪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나고 지휘관 교체, 선임들 제대하면서 물갈이가 되다보니 악습, 부조리가 끊기더군요. 지금도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과거 의경복무하신 분들과 비교하면 훨씬 편해지고 나아진 환경에서 군복무할 수 있게 바뀌었죠. (그래서 지원율이 폭등하는 것인가...)
14/06/16 17:07
다다다닥님이 언급하신 night도 그렇고 단편선 가운데 대기타는 남자도 수작이죠.
기안84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어느 정도 의욕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복학왕에 노병가의 깊이까지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부탁이니 스토리를 미리 짜놓고 그리는 것이길 바랍니다. 정 능력이 부족하면 무리수 던지지 말고 빠른 휴재 선택이라도 하길...
14/06/16 17:22
사실 노병가는 작가가 높은 클라스를 보여줬다기보단 그냥 군생활이란 한국에만 있을 수 있는 비상식적이고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것 때문에 수작 웹툰인 거지요.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육해공군생활이 아니라 전경생활이라 식상함을 슥 비껴난 것도 포인트.
한 마디로 '소재빨' 이라고나 할까, 그냥 한 번 크리터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소재를 잘 캐치해서 자신이 그려낸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앞으로 이 작가님이 그런 수작은 그리기 힘들 것 같아요.
14/06/16 17:38
노병가는 불편하고 아픈부분을 자꾸 쑤셔대는 김기덕감독의 그것과 맥을 같이하죠. 노병가 연재당시에는 '이 작가 진짜 크게 되겠다' 했는데 현실은 늑대인간 ㅡㅡ;;;
14/06/16 17:48
사실 패션왕도 그 슈스케 같은거만 안했어도.... 그전까진 어떻게 이런생각을 하지 크크 이랬는데.. 그이후로는 더이상 말할수 없는 막장으로..
14/06/16 17:51
소재빨이라는데 공감하기는 힘든게 노병가 말고도 night나 기타 단편선들 보면 꽤 괜찮은 작품들이 많은데
작품들의 공통점이라면 누가 시켜서 그리는게 아니였단거겠죠. 마감기한이 있는 제도권안에서는 분명히 대성하기 힘든 타입인거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그리지 못하면 거기에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는 타입같거든요. 자포자기식으로 늑대인간이 나온거 같기도 하고... 그런 아마추어리즘이 있는한 좋은 평가 받긴하긴 같지만 여전히 포텐은 충만한 작가같습니다.
14/06/16 19:05
night,불꽃귀가, 대기 이정도가 생각나네요.
보는이로하여근 공감하게 하는 능력은 정말 발군입니다. 노병가도 야후에서 연재하기전 분량도 참좋았고.
14/06/16 22:39
전 단편선 중에서 해변에서 여자 꼬셔서 원나잇 하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젊은이들의 욕망과 해소 후에 찾아오는 허무함을 아무 미화 없이 그려냈던 게 인상 깊었어요. 밑바닥으로만 파고들어가서 그렇지 나름의 통찰은 갖춘 듯. 그런데 이전에도 말했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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