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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1 23:28:24
Name 찬솔
Subject [일반] 사고의 경험과 사회의 변화, 보수인가 진보인가

비극적인 사고 속에서, 하염없이 떠난 고귀한 생명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0. 개설

사회는 항상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많은 변화를 겪어 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어떠한 속도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1. 차선의 논리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 경제학의 힘을 잠깐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제학의 한 갈래인 후생경제학에서는 이른바 '차선의 논리'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어떠한 사회상태가 최선이 되기 위한 여러가지 조건 중, 하나가 부족할 때, 그러한 상태가 '차선'이 될 수 있는가?
경제학은 이러한 질문에 No라는 답을 내립니다. 오히려 어떤 하나의 조건이 부족할 경우 그것이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최고의 푸드파이터가 되기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네가지 있다고 하겠습니다.
1. 강력한 턱
2. 막강한 지구력
3. 훌륭한 소화력
4. 광활하고 튼튼한 위

네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면 최고, 최선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한가지 조건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고의 푸드파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강력한 턱과, 막강한 지구력, 훌륭한 소화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주 작고, 연약한 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오히려 최악의 푸드파이터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요?



2. 미완의 상태에서 완벽의 상태로


이러한 논리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만약 현재의 상태가 완벽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면, 완벽의 상태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n개의 조건이 있는데, 1개의 조건만 충족하고 있다. n-1개의 조건을 바로 충족해 버릴까?

2) 일단 한걸음 한걸음 가면서 n-1개를 채워가야 하지 않을까?


저는 1)의 논리를 진보주의로, 2)의 논리를 보수주의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1)과 2)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 1)에 대한 반론

당신이 주장하는 n-1개의 조건을 한번에 충족하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합니다. 극심한 혼란을 겪어 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 2)에 대한 반론

1개씩 채워가면 너무 늦습니다. 다 채우기 전에 사회가 무너져 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3. 재난관리의 점진적 개선


일전의 게시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입니다. 조금 느리고 더디더라도, 하나씩 채워가다보면 언젠가 최선의 상태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가치관이자 신념일 뿐이고, 재난관리 영역에서 보수주의적인 변화를 택해야 한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정부의 역량 부족

이번 사고의 대처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행정부는 재난관리에 관한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쇠약한 사람에게 많은 약을 투여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듯이, 천천히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일회적인 재난대응

재난은 매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마철의 홍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매년 문제가 제기 되듯이, 지나치게 일회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대처로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4. 길고 재미없는 글에 대한 사죄


많은 국민들이 사고의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처의 치유는 지금까지와 다른 확실한 대책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고에 관한 논의가, 지나치게 책임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아직 사고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이 열기가 식기전에 사고 이후의 대책마련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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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21 23:36
수정 아이콘
급진개혁과 온건개혁파의 차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진보와 보수는 n개의 조건을 갖춰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하지 않나요.
14/04/21 23:38
수정 아이콘
조건의 구성 자체가 다른건 사실이죠. 또한 보수가 생각하는 조건이 더 적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14/04/22 00:14
수정 아이콘
어떤 가치에 대한 보수주의가 아니라 접근 방식에 대한 보수주의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둘의 구분이 엄밀하지 않은 것 같네요.
별개로 재난관리 영역에서 보수주의적인 변화를 택해야 한다는 근거도 조금 빈약합니다. 쇠약한 사람에게 특정 처치를 해서 바로 건강해질 것을 요구하는 건 무리겠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시간이든 돈이든 투자를 해서 훈련도 많이 시키고 장비도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서 대비하면 될 일이죠. 현재의 재난대응이 일회적이라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논지이지 그 개선이 점진적이어야 할 필요에 대한 논지는 아니고요.
14/04/22 00:17
수정 아이콘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레지엔
14/04/21 23:40
수정 아이콘
n-1의 이야기에서는 좀 동의하기 힘든데, 재난관리의 경우 해외의 매뉴얼이 잘 되어있는 편인 걸로 압니다. 정확히는 한국의 예산과 수준이 못따라가는 것이겠지만... 바꿔말하면 돈 들이면 일정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쉽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이 부분은 진보/보수의 문제보다,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효율성은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게 좋겠고요.
14/04/21 23:4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습니다.
anic4685
14/04/21 23:45
수정 아이콘
왜...애로우씨가 생각날까...
14/04/21 23:47
수정 아이콘
불가능성...
애덤스미스 개그가 떠오르네요...
14/04/21 23:50
수정 아이콘
차선의 정리는 립시&랭카스터...

본문의 차선의 논리는 음...지적하자면 할수는 있는데 뭐 중요한 건 아닌거같네요..
14/04/21 23:51
수정 아이콘
제가 봐도 논의에 문제가 많은 것 같기는 합니다. 많은 부분을 생략했습니다.
anic4685
14/04/22 00:36
수정 아이콘
그냥 불가능할 거 같으니...
소독용 에탄올
14/04/21 23:47
수정 아이콘
저도 재난대책 해결방안제시에 있어서 진보/보수 구분이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과 대응을 진보/보수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이번일과 같은 경우 공안문제라 보수내에서도 입장이 상당히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14/04/21 23:50
수정 아이콘
예... 어쩌면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 식 대처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그저 예전의 관습을 되풀이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계기'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대로 된 재난대책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4/21 23:53
수정 아이콘
사실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정권이 상대적으로 자원배분 조정을 통해 해결하기에 유리한 영역이고, 공안이 간첩잡고 그런일만 공안이 아닌데......
이번기회에 정말 뒤늦게나마 외양간이라도 잘 고쳤으면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적이 나오고, 개선방안이 상대적으로 명확히 나오는 상황에서도 일년에 평균 2000명씩 산재사망자가 되는 나라라,
외양간고치기가 잘 될지 모르겠네요....
(생명, 공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이 특정시점에서 계산하는 경제적 효율성인 듯해 보여서 더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영원이란
14/04/21 23:55
수정 아이콘
뒤늦게 외양간이라도 잘 고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만.. 왠지 비관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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